낭만을 추구한답시고 주절주절 떠들고 다니는 이, 예컨대 현재 완료 시제의 나에게 묻고 싶다. 그 낭만은 정말 당신의 것인가? 하루의 자유가 주어졌다. 여느 주말과 다르지 않다면 다르지 않은 날이지만, 평일에 찾아왔다는 점이 특별하다면 특별할 테다. 그런데 정말이지 무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빵을 좋아하는 요즘인지라 대전에 갈까 하다가 왕복 기차 값을 생각하면 망설이게 되고 - 3월 지출이 많다, 역시나 - 서울 내 어딘가를 가자니 죄다 익숙한 풍경일까봐 걱정이다. 꽃이 얼굴을 내밀기에도 조금의 시간이 남았고, 오후쯤 매우 나빠질 미세먼지도 변수다. 그렇다 보니, 스스로는 도저히 결정 내리지 못하고 타인의 의견을 묻게 된다. 당신에게 하루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 텐가? 그런데 물어보려다 보니 스스로가 한참 우스워져서 말이지. 하고 싶은 것조차 스스로 결정 내리지 못할 수가 있는가? 그런데, 그보다 중요하게도, 애당초 그렇지 않은 적이 있는가? 그래, 여지껏 낭만이랍시고 꿈꿔 왔던 것들이, 모두 타인의 꿈을 임차한 형식은 아닌가?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누가 만든지도 알지 못하지만 어찌저찌 예쁜 포장을 했기에 내게까지 건너 온 꿈들. 예컨대 길바닥에 드러눕는 것이든 지하철을 무작정 올라타는 것이든, 해변을 걷는 일이며, 벤치에 앉아 멍때리는 것까지. 그 안에서 실상 느끼는 감정은 낭만을 소비하는 스스로에 대한 도취감에 지나지 불과하지 않나? 나는 무슨 꿈을 꾸고 있는가. (2025.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