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등함에 관하여
현실과 이상을 착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 모두는 동등해야 한다는 것은 당위이자 이상이며, 결코 달성된 적 없는(그리고 없을) 현실 바깥의 이야기이다. 동등하다는 믿음은 그것이 성취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 박탈감을 낳으며, 그 손해 본다는 기분은 그 어떤 관용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예컨대 신호위반자에 대해서도, 나는 열심히 신호를 지키는데 그는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별 것도 아님에도 핏발 세워 이야기하는 식. 사회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말이다만은 이러한 형태일 까닭인 정말이지 없다. 사람들은 서로를 조금도 용서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손해를 봤기 때문에, 우리는 동등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은 이상이기 때문이다. (2025.03.18.)
- 일간 파편
- 최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