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9일, 한글날을 맞이해 해밀학교에서 아주 특별한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바로 10년 차 여선생님의 결혼식이 학교에서 열렸죠. 결혼식이 학교에서 열린다고요? 조금 의아해하실 수 있지만, 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해밀학교는 다문화학교라서 이주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많습니다. 이 아이들 중 많은 학생이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이번 결혼식을 전통혼례 형식으로 진행하여, 학생들에게 한국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결혼을 준비하시는 선생님도 흔쾌히 이 계획에 동의하셨고, 아이들에게 정말 특별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신랑과 신부는 아름다운 한복을 입고, 얼굴에 연지곤지를 찍고 결혼식에 임했습니다. 학생들은 전통혼례식에서 중요한 역할들을 맡아 적극적으로 참여했어요. 닭을 들고 가는 학생, 원앙을 들고 가는 학생, 신랑신부를 돕는 도우미, 그리고 가마를 메는 학생까지,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전통 결혼식을 만들어 갔습니다. 주례는 인순이 선생님께서 맡아 주셨고, 이 모든 절차는 홍천향교에서 오신 10여 분이 준비를 도와주셨습니다. 아이들에게는 평생 처음 경험하는 한국의 전통혼례였고, 이런 특별한 경험을 학교에서 하게 된 점은 더없이 소중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지난 10년간 해밀학교를 졸업한 학생들 중 약 절반이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학교로 다시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마치 가족의 결혼식을 축하하듯이, 우리 학교는 단순한 학교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했습니다. 저는 해밀학교가 단순한 학교가 아니라, 졸업한 학생들이 언제든 고향집처럼 찾아올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졸업생들끼리도 서로 가족처럼 힘이 되어주는, 그런 학교를 꿈꿉니다. 이번 전통혼례는 그 비전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