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우리에겐 힘이 있지
개인적으로 교류하는 분 중에 May라는 분이 있다. 그 분이 항상 말하는 말 중에 "우리에겐 힘이 있지"라는 표현을 자주 쓰셨는데 2024년 12월 3일 대한민국에서 뉴스를 보다 이 문장이 머리 속에 문득 떠올랐다. 이 문장의 매력은 우리라는 범주화와 힘이라는 뚜렷한 위계의 의미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은 개개인의 인생을 살지만 "우리"라는 사회에 들어가서 자신의 책임과 특징을 감추고 각자 지닌 "힘"에 따라 그 사이에서 역할을 한다. 정보 자본: 현대의 새로운 힘 오늘날 '우리'가 지닌 힘은 다양하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자본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다. 경제적 자본, 문화적 자본, 그리고 사회적 자본이 그것이다. 경제적 자본은 재화와 부를 의미하고, 문화적 자본은 개인이 습득한 지식과 문화, 즉 생활 습관이나 취미를 말한다. 사회적 자본은 인맥과 사회적 관계에서 나오는 힘이다. *국내에선 <구별짓기(Distinction)>로 번역되어 들어왔으나 도리스 메르틴의 <아비투스>라는 책 덕분에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이 세 가지 자본 외에 반드시 추가되어야 할 자본이 있다. 그것은 바로 정보 자본이다. 정보 자본은 단순히 정보의 획득과 저장에 그치지 않고, 그 정보의 분석과 활용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 정보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본 중 하나이며, 인터넷과 SNS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얻을 수 있다. 유튜브에서 전문가들이 무료로 정보를 나누고 있는 것이니. 정보 자본은 기존의 자본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소위 말하는 '딸깍'이 가능하다.) 경제적 자본이나 문화적 자본은 축적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회적 자본은 네트워크 형성과 유지에 상당한 노력이 요구된다. 이와 비교하면 정보 자본은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 가능하다. 하지만 너무 많은 정보는 오히려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과도한 정보의 홍수는 판단을 흐리게 하고, 그 속에서 옳고 그름을 분별하기 어렵게 만든다. 정보와 권력: 미셸 푸코의 시각에서 미셸 푸코는 지식과 권력의 관계를 설명하며, 둘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푸코는 지식이 권력의 핵심이자 그 자체로서 권력의 연장선임을 강조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의학을 들 수 있다. 의학적 지식을 통해 우리는 건강한 사람과 건강하지 않은 사람을 나누고, 나아가 건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된다. 다시 말해, 의학적 지식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권력으로 작용한다. *개인적으로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 <권력과 공간>을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권력은 정보를 통해 자신을 유지하고 강화한다. 권력은 규범과 상식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정상적인' 행동을 정의하며 그 틀에서 벗어나는 것을 통제한다. 그러나 이에 저항하는 힘 역시 정보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어떤 그룹이 권력의 감시를 피해 집회를 계획한다면, 그들은 자신들만의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결속을 통해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결국 정보 싸움에서 승리하는 쪽이 새로운 권력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정보 민주주의와 권력의 균열 공화국 체제에서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정보와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 그러나 정보에 접근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그문트 바우만이 말한 <액체 현대>에서 언급한 것 처럼, 현대 사회의 정보는 고정되지 않고 유동적이다. 이전 시대에는 합리성과 이성과 같이 딱딱한(Solid) 것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졌다면, 현대에 이르러서는 유동성(Liquid)과 불확실성이 주요한 특징이 되었다. 우리는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액체 현대는 현대 사회의 유동성과 불확실성을 지적한다. 스스로의 판단 기준이 내적인 것에만 의존하고, 객관적 지표나 타당성이 약화된 사회에서 공동체의 결속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호주에서 진행된 온라인 안전 개정안(소셜 미디어 최소 연령)도 같은 맥락에서 시행 된 것인데 이걸 이야기 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이다. 과연 소셜 미디어는 청소년에게만 해로운가? 하는 것 같은 생각 어쩌면 다음 시대의 새로운 이념은 모든 자본을 평등하게 분배하라는 요구일지도 모른다. 오해 할까 덧붙이면 이는 공산주의 개념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극한으로 진보하여 모든 것이 풍족해진 상태를 의미한다. 이것은 몇몇 인공지능 낙관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기본소득과도 맞닿아 있다. 아니면 오히려 정보를 제한해달라는 요청일 수도 있다. 세상이 너무 똑똑해지면 오히려 삶이 팍팍해진다. 다른 사람의 행복이 나에게는 비교와 박탈감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 민주주의의 장점과 그 한계 정보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은 단일한 권력이 파행을 일으키거나 무법한 행위를 할 때, 그 정보를 즉시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민주주의는 이러한 정보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 형태로, 기술의 도움을 받아 직접 민주주의의 확장성을 극복하려는 시도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기술을 통해 시민들은 보다 쉽게 정책에 참여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의 '좋아요', 투표, 의견 공유 등은 직접적인 사회적 자본의 축적과도 같은 효과를 낸다. 앞서 말했듯이, 정보는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자본이다. 그러나 그만큼 제대로 활용하는 데 있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정보는 단순히 축적한다고 해서 가치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그 맥락을 이해하며, 그 정보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하였지만 국민들은 생각보다 정보를 받아들임에 있어 판단을 하고 저항을 하는 존재였다. 우리가 정보 홍수 속에서 살아가며 진정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보에 대한 이해력과 비판적 사고 능력이다. 정보 민주주의와 디지털 민주주의는 단일한 권력이 전체 사회를 좌지우지할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장치를 제공하지만, 그만큼 우리 각자에게도 큰 책임을 요구한다. 정보는 모두에게 평등하게 분배될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아이러니 한 것은 가짜뉴스, 뉴미디어, 편향언론 등에 휘둘리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 조차 결국에는 정보를 제대로 걸러 듣지 않거나 한 쪽의 이야기만을 듣거나 하며, 자신은 옳은 것이라는 자만에 빠져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또한 아무리 고등교육을 수료했거나 자본이 풍족해도 번거로움, 귀찮음 등의 이유로 정보를 입 안에 떠먹여 주다 못해 턱까지 움직여 달라는 태도인 경우가 많다. 우리에게 힘이 있기에 위해선 정보 자본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자본으로 자리 잡았다.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한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자본에 비해, 정보 자본은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자본이지만, 그만큼 활용하기는 어렵다. 정보의 시대에서 진정한 힘은 단순히 정보를 많이 소유하는 데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다. 우리 모두가 이러한 능력을 키워나갈 때, May가 말한 "우리의 힘"은 진정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정보가 민주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단순한 정보 소비자가 아니라, 정보의 주체로서 그 힘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정보 자본은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 흥미로운 토론 주제를 봤는데 다음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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