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를 멈춰선 안돼!
저는 지난 2015년부터 꾸준히 개인 회고를 해왔고, 2016년부터 2023년까지는 ‘회고해봄’이라는 공개 회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여러 사람들과 함께 성장의 순간을 나누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이 공개 회고 활동을 더는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단, 이것이 회고 자체의 가치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회고라는 작업은 매우 의미 있고 멋진 활동임을 분명히 하고 싶습니다. 회고를 통해 우리는 과거에 했던 일들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으며, 좋았던 점과 개선할 점, 달성한 것과 도중에 포기한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설계하거나 과거의 경험을 재해석할 수 있죠. 어떤 사람은 1년에 한 번 몰아서 회고를 하거나, 짧게 시도하다가 금세 흐지부지한다고 아쉬움을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빈도가 어떠하든, 짧은 시간이든 긴 시간이든, 심지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든 간에 회고는 ‘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성찰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있습니다. 다양한 회고 기법과 방법론이 존재한다는 점도 매력적입니다. KPT(Keep-Problem-Try)부터 시계열 기법, 사진 연상법 등 다양한 접근법을 활용하면, 각자의 성향과 상황에 맞추어 회고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지난 5년 넘게 여러 사람과 함께 회고를 진행하며, 보다 좋은 회고 방식에 대해 논의하고, 새로운 관점과 경험을 공유해 왔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른 이들의 삶을 엿보고 통찰을 얻는 일은 제게도 큰 영감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제가 중단하려는 것은 ‘다수와 함께하는 공개 회고’입니다. 이는 개인적인 회고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공개 프로그램 형태로 진행하던 회고 활동을 멈춘다는 의미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료 회고 프로그램의 등장: 사회 초년생이나 주니어를 대상으로 한 유료 회고 서비스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회고를 단순한 ‘성찰의 장’이 아닌 일종의 ‘상품’으로 만드는 경향을 낳고 있습니다. 회고를 빙자한 판매 행위: 회고라는 이름 아래 강의나 템플릿을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며, 이로 인해 회고 고유의 본질적 가치를 흐리게 만드는 상업적 움직임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과도한 권위 부여: 회고라는 행위를 지나치게 포장하거나, ‘회고를 해야만 성숙한 사람’이라는 식의 과도한 권위를 부여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로 인해 누군가에게 회고는 더 이상 자유롭고 솔직한 자기성찰이 아닌, ‘반드시 해야 하는 의무’나 ‘평가’의 대상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애초에 회고는 팬과 노트 혹은 노트북, 스마트폰만 있어도 그냥 할 수 있는 행동 입니다. 늘 말하지만 이상한 데 돈 쓰지 말고 친구들과 연말 파티를 하던, 고기를 사먹건, 더 가치 있는 곳에 사용하는 방법도 많습니다. 물론, 본인이 돈을 쓰지 않으면 안할 것 같다면 ... 할 수 야 있겠지만 제가 몇년을 돌아보니 오히려 진심으로 한 해를 공유하고 성실하게 할 것이 아닌면 그냥 기분만 내는 요식 행위로 이 회고라는 행위가 끝나버릴 수 있습니다. 제가 공개 회고를 멈추는 것은, 이러한 흐름 안에서 회고가 본래 지니고 있던 자발적 의미가 훼손되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인에게 솔직하고 자유로운 성찰이 되어야 할 회고가, 어느 순간 상품화되거나 권위화되는 모습은 제가 회고를 통해 나누고자 했던 가치와 어긋납니다. 또한, 오히려 이런 식으로 회고라는 것 자체가 '돈'이 드는 것으로 보여지는 순간 부터 저는 잘 못하겠더라구요. 홍대병 같은 걸까요? 노션때도 그렇고 뭔가 개인적으로 쉽거나/당연한 것을 파는 것에 대한 개인적 거부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앞으로 회고 자체를 멈추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차원에서 회고를 계속 이어갈 것이며, 이를 통해 제 삶을 돌아보고 성장의 단서를 찾는 과정을 유지할 것입니다. 다만 이전처럼 공개적으로 회고를 진행하거나, 다른 사람들의 회고를 이끌며 상호 교류하는 형태는 당분간 중단하려고 합니다. 저는 이제 조금 더 개인적인 공간과 방식으로 회고를 활용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회고’라는 행위가 본래 품고 있던 자유로운 성찰과 진솔한 대화를, 다시 한 번 되찾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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