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n In
해봄의 아카이브

떠날 것인가, 목소리를 낼 것인가, 충성할 것인가

Haebom
개인적으로 2017년도에 추천해서 처음 접한 책인 <떠날 것인가 남을것인가(Exit, Voice, and Loyalty)>라는 책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원제를 더 좋아합니다. 정치경제학자인 앨버트 허쉬만이 쓴 이 책은 1970년대에 지어진 책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읽어도 정말 훌륭한 책입니다. 경제학자와 정치학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소비자와 시민의 행동양식을 탐구하는 책인데 인사담당자 혹은 경영자라면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문득 생각나서 읽는데 정말 좋네요.
앨버트 하쉬먼은 우리나라에선 상당히 진보적 인물로 평가 받기에 뭔가 안알려져 있는데 쓴 책들이나 이론이 무척 재밌습니다.
뭔가 독후감 처럼 되어 버리고 있지만... 이 책은, 경제와 정치라는 두 영역에서의 선택과 그 의미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이탈(Exit)', '항의(Voice)', '충성(Loyalty)', '방치(Neglect)'라는 개념을 나누어 설명하고 이게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분석합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시장의 조정 메커니즘에 주목하며, 소비자가 불만족스러운 상품에 대해 '이탈'하는 것을 핵심적인 반응으로 보았습니다. 이는 소비자가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로 옮겨감으로써 자신의 불만을 표현하는 행위입니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 '이탈'은 완전경쟁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품질 저하가 일어난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되고,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하는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죠.
반면, 정치학자들은 사회적 결정과정에서 '항의'를 핵심으로 봅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대표자에게 목소리를 내어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죠. 이는 경제학의 '이탈'과는 다른 형태의 반응으로, 정치학에서는 이탈보다 항의가 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됩니다. 이러한 차이는 각 분야의 특성과 연관이 있으며, 경제학에서는 현실과 이론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탈'보다 '항의'가 더 주된 품질 개선의 압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독점 시장이나 고급 소비재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이탈하기보다는 항의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현실의 시장은 경제학자들이 생각하는 완전경쟁시장보다 느슨하게 돌아가며, 대부분의 소비자는 쉽게 제품을 바꾸지 않고, 기업도 항상 균일한 품질의 제품을 제공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느슨함은 경영진에게 품질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회사 의 결정권자가 실적이나 현장보다는 주변의 이야기나 커뮤니티 혹은 여론에 휩쓸리는 결정을 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편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탈'과 '항의' 중 어떤 선택을 할지는 여러 요인에 따라 결정됩니다. 이탈의 기회비용, 항의의 비용, 기대되는 품질 개선의 가치, 그리고 항의의 성공 가능성이 이 결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저자는 나이지리아 철도 사례를 통해 이탈과 항의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예시는 이탈이 어려운 상황에서 항의의 역할이 제한적임을 보여주며, 이탈과 항의가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사실 항의를 해도 나아질 게 안보인다면 빠르게 이탈하는게 이득입니다.)
저자는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품질'이라는 요소를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품질 저하를 단순히 가격 상승으로 대체하는 것은 현실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합니다. 특히 품질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소비자가 많은 시장에서는 품질 저하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이것은 21세기에 들어 더욱 뚜렷해졌습니다. 특히 최근과 같이 매일 새로운게 쏟아지는 시장에선 더욱 말이죠.

충성을 하라구요?

충성심의 역할도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충성심이 있는 소비자는 품질 저하가 일어나더라도 쉽게 이탈하지 않고 항의를 통해 개선을 기대합니다. 이는 기업이나 조직에게 품질을 개선할 시간을 벌어줍니다. 그러나 항의가 효과적이려면 이탈의 가능성, 즉 '이탈에 대한 위협'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이탈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는 항의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사실 이 책에서 충성심은 이탈을 지연시키는 수단입니다. 아무리 강력한 충성심이라도 품질의 개선 혹은 항의의 수용이 일어나지 않으면 이 충성심은 점점 감소합니다.

이탈, 항의 그리고 충성

이 책은 이탈과 항의, 충성심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이를 통해 기업과 조직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를 탐색합니다. 경제와 정치, 사회 각 분야에서의 이러한 상호작용은 매우 복잡하며, 각 분야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저자는 이러한 관점에서 시장과 조직, 그리고 개인의 행동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한 인간 행동의 양상을 드러냅니다. 이 책은 경제학과 정치학, 사회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적 통찰을 제공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줍니다.

실제 제품 혹은 삶에 적용해보기

떠날 것인가 남을것인가.pdf56.20KB
이 책에서 다루는 '이탈(Exit)', '항의(Voice)', '충성(Loyalty)'의 개념을 제품과 사용자 관점에서 살펴보면, 사용자의 행동과 제품의 변화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실 책에서는 '방치(Neglect)' 라는 개념도 나옵니다. 사실 방치는 무관심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냥 포기해버린 상태입니다.

이탈(Exit) - 제품의 관점:

제품의 품질이 저하되거나 사용자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할 때, 사용자는 다른 제품으로 전환하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시장에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제품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신호입니다. 제품 관리자는 이탈하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제품의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항의(Voice) - 사용자의 관점:

사용자가 제품에 불만이 있을 때, 단순히 이탈하는 대신 항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불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제품의 개선을 요구하는 행위입니다. 사용자가 항의를 통해 소통하면, 제품 개발자는 사용자의 필요와 요구사항을 더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충성(Loyalty) - 상호작용의 관점:

충성심은 사용자가 제품에 대해 갖는 긍정적인 감정이나 태도를 의미합니다. 사용자가 제품에 충성심을 갖게 되면, 일시적인 문제나 품질 저하에도 불구하고 이탈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충성심은 제품 개선 과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충성심이 높은 사용자는 제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동시에 개선을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제품 관리자는 이러한 피드백을 통해 제품을 더 잘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댓글로 이야기 해주세요.

💬
여러분은 현재의 직장 혹은 사회, 제품/서비스, 혹은 인간 관계에 이탈, 항의, 충성, 방치 중 어떤 포지션을 취하고 있나요? 한 번 생각해보시는 것도 재밌는 사고의 확장이 될 것 같습니다.
Subscribe to 'haebom'
Subscribe to my site to be the first to receive notifications and emails about the latest updates, including new posts.
Join Slashpage and subscribe to 'haebom'!
Subscribe
2
Haebom
출판사 관계자 분이 계시다면 앨버트 허쉬만의 <The Rhetoric of Reaction>라는 책을 번역해서 들여올 생각이 없으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허쉬먼은 보수주의(Conservatism)라고 표현 했지만 저는 변화를 두려워 하는 사람들로 읽는 것이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허시먼은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되는 시기(1991)에 이 책을 집필하며 기존과 같이 특정 이데올로기를 악마화 하며 배척하려는 이들을 비판하기 위해 쓴 책이기에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고 읽어야 합니다. (허쉬만은 말년까지 소련 붕괴로 인한 난민들에 대한 보호를 주장했습니다.) 정치적 의미의 보수가 아닌 변하지 않으려는 불변의 태도를 가진, 시간축이 멈춰 있는 자들을 지적하는 내용입니다. (시간축이 멈춰있는 자는 최근에 제가 즐겨쓰는 표현 입니다.)
여하튼 <반응의 수사학>으로 해석되는 이 책은 변하지 않으려는 자들의 3가지 레파토리를 비난합니다. 그는 누구에게 당했는지 모르겠지만 변하지 않는 자들이 '불합리성(perveristy)', '무의미성(futility)', '위험성(jeopardy)'을 무기로 변화를 거부한다고 지적합니다.
'불합리성(perveristy)'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동이 그 목적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군가 변화를 주장하면 해당 변화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퇴보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뜻합니다.
'무의미성(futility)'은 어떤 행동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변화를 추구하는 제안하면, 해당 제안 자체가 실패할 것이라는 말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위험성(jeopardy)'은 어떤 행동이 이전에 이루어졌던 성취를 위협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변화를 추구하는 제안하면, 이 변화로 인해 기존에 이루어졌던 성취를 위협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
2
이주용
인간관계에서 관점에서 본다면 항의보다는 이탈을 주로 선택하는 편인걸 인식하게 되었네요.
너무나 흥미로운 주제로 좋은 글 공유해주셔서 감사합니다!!
See latest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