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멈춘 8시간: 구글 클라우드 대정전의 교훈
2025년 6월 12일 목요일 아침, 세계는 여느 때처럼 평화로웠다. 사람들은 이메일을 주고받고, 업무를 수행하고, 화상회의에 참석하며 일상을 시작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모든 서비스는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CP)'이라는 거대한 심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누구도 이 심장이 갑자기 멈춰 버릴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작은 균열이 초래한 대혼란 모든 혼란의 씨앗은 '서비스 컨트롤(Service Control)' 시스템에서 시작되었다. 이 시스템은 구글 클라우드를 지키는 보이지 않는 문지기 역할을 하며,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수억 개의 API 요청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었다. 지난 5월 말, 더 정교한 정책 관리를 위한 새로운 코드가 조용히 추가되었지만, 그 안에는 치명적인 오류가 숨겨져 있었다. 바로 악명 높은 '널 포인터(null pointer)' 오류였다. 2025년 6월 12일 오전 10시 45분(태평양 표준시), 한 엔지니어가 단 하나의 정책 변경 명령을 입력했다. 이 명령에 의도치 않은 빈 데이터 필드가 포함되었고, 이 데이터는 삽시간에 구글의 글로벌 데이터센터로 퍼져 나갔다. 몇 초 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서비스 컨트롤 시스템들이 일제히 이 오류를 만나며 무너졌다. 세계가 정지한 순간 오전 10시 51분, 전 세계 개발자들의 모니터에 '503 Service Unavailable'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누구나 자기 코드의 문제로 생각했지만 곧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문제는 더 컸다. 인터넷 자체가 멈추고 있었다. Cloudflare, Supabase, Sentry 등 구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수많은 서비스들이 동시에 중단되었다. 이 서비스들을 통해 일하던 회사, 학교, 병원까지 전 세계 곳곳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디지털 세계의 중심이었던 GCP가 멈추자, 인터넷 세상은 마치 암흑 속으로 빠져들 듯 줄줄이 무너졌다. 복구를 위한 필사의 사투 구글 본사의 SRE(Site Reliability Engineering)팀은 즉각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장애 발생 단 2분 만에 문제가 파악되었고, 곧바로 긴급 대응이 시작됐다. 모든 엔지니어들이 단 하나의 목표, 즉 시스템을 되살리기 위한 '레드 버튼'을 누르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복구 과정마저 순탄치 않았다. 특히 'us-central-1'이라는 가장 규모가 큰 데이터센터에서 복구 명령이 한꺼번에 처리되면서, 오히려 트래픽 과부하로 인해 장애가 심화되는 '양떼 효과(Herd Effect)'가 발생했다. 사태는 더 악화되었다. 엔지니어들은 트래픽을 다른 지역으로 우회시키고, 시스템에 가해지는 부하를 세심하게 조절하며 천천히 복구를 시도했다. 긴장은 극에 달했고, 한 시간이 하루처럼 길게 느껴졌다. 8시간의 공백, 그리고 새벽의 약속 결국 8시간이라는 긴 사투 끝에 마지막 데이터센터까지 복구가 완료되었다. 인터넷 서비스들이 하나둘 제자리를 찾았고, 사람들은 서서히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구글은 곧바로 공식 사과와 함께 상세한 장애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어떻게 사소한 코드 오류 하나가 전 세계를 멈추게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가 담겨 있었다. 구글은 시스템을 더 세분화하고, 작은 변경도 철저히 검증하며, 앞으로는 작은 오류에도 전체가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갖추겠다고 약속했다. 현대 사회의 경고 이 사건은 현대 사회가 얼마나 보이지 않는 기술 기반 위에 불안정하게 서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우리가 당연시하던 인터넷이라는 인프라는 결코 완벽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주 작은 오류 하나로도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취약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2025년 6월 12일, 인터넷이 멈춘 8시간은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렸다. 우리는 이제 알아야 한다. 우리가 누리는 디지털 문명은 견고한 땅이 아니라 언제라도 흔들릴 수 있는 불확실성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그날의 8시간을 기억하며, 다시 한번 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 그리고 기술에 대한 책임감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은 쓰라렸지만, 우리가 반드시 배워야 할 교훈을 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 Haeb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