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를 넘어서: 금융권 AI의 설명 가능성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법
최근 금융 관련 서비스를 만드는 곳에 인공지능 기획, 아키텍쳐 자문을 하면서 금융업에서도 이런 논의가 가속화 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ChatGPT 같은 생성형 AI가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금융권에서는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해왔습니다. 사기 탐지부터 신용 위험 관리, 심지어 초단타 거래 전략까지, 금융의 핵심 업무 곳곳에서 AI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죠. 하지만 인공지능이 실제로 신뢰받고 윤리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숙제가 남아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이슈가 바로 설명 가능성(Explicability)입니다. 금융권에서 AI 모델이 복잡할수록, 그것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파악하는 일은 어려워집니다. 흔히 말하는 ‘블랙박스’ 문제죠. AI 모델이 정확한 예측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그 예측이 어떤 기준과 과정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특히 금융처럼 신뢰가 필수적인 영역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설명 가능성’이란 무엇이고, 금융권에서 실제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잠시 흥미로운 예시를 하나 들어볼까요? 2019년, 애플 카드(Apple Card)는 성차별적 대출 심사 논란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같은 소득과 신용도를 가진 부부가 신청했는데, 남편의 신용 한도가 아내보다 월등히 높게 책정된 것이죠. 사람들은 즉각 이 결정이 ‘성별에 따른 차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카드 발급사와 심사 알고리즘을 관리하던 금융기관들은 이 문제가 발생한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입었죠. 이 사례는 금융권에서 AI가 작동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잘 보여줍니다. AI는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데이터 자체가 편향되어 있거나, 알고리즘의 판단 기준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면 금융기관은 심각한 윤리적·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금융권에서는 AI를 사용할 때 반드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야 합니다. “우리의 AI 모델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가?” “AI가 내린 결정은 과연 공정한가?” “AI 모델의 판단 기준을 우리가 설명할 수 있는가?” AI 설명 가능성을 이루는 세 가지 핵심 요소 설명 가능성(Explicability)은 단지 모델의 작동 방식을 기술적으로 보여주는 것 이상입니다. 금융권에서 AI의 설명 가능성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음 세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춰야 합니다. (1) 투명성(Transparency) AI 모델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어떤 데이터로 훈련되었는지, 어떤 전제 조건이나 가정을 바탕으로 작동하는지를 이해관계자에게 명확하게 공개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신용 평가 모델의 데이터 출처와 평가 변수 선정 이유를 고객과 규제 당국에 공개함으로써 신뢰를 얻을 수 있죠. (2) 해석 가능성(Interpretability) AI의 결정을 인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모델의 작동 방식을 단순한 알고리즘이나 시각적 도구를 통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출 신청을 거부한 이유를 구체적인 데이터 포인트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당신의 신용카드 사용률이 높아 대출이 거절되었습니다.” 등) (3) 책임성(Accountability) AI 모델이 내린 결정에 대해 명확한 책임 소재를 정하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사전에 정하는 것입니다. 모델이 잘못된 결정을 내렸을 때, 이를 즉각 수정하고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명확한 프로세스와 책임자를 설정하는 것이죠. 이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금융권에서 AI의 설명 가능성을 제대로 구현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Haeb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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