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으로 100명+의 사람을 만나본 간단한 후기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좋은 자극에 대한 갈구였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의 도움과 시대의 흐름 덕에 밥 굶을 걱정은 없었고 회사는 생각보다 빠르게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좋은 동료와의 꾸준한 교류에 대한 갈증은 쉽게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1인 사업자로서 몇몇 프리랜서 분들과 원격 근무 형태로 협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회사 동료처럼 편안하게 이야기하며 서로 자극을 주고받는 관계가 그리워졌죠. 소중한 인력을 단지 이런 이유로 채용하기엔 부담스럽기도 했고, 간혹 다른 기업에서 주 1회 근무를 해 보기도 했지만, 기대했던 자극이나 영감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습니다. 특정 독서모임을 주최하거나 참여해 봤지만 역시나 무언가 부족했습니다. 어릴 땐 여러 사람들과 왁자지껄 모이는 걸 좋아했는데, 이제는 그런 자리에서 오는 피로감도 컸고요. 그러던 중 코칭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애자일 코치 교육을 받으면서 배웠던 기술과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이를 바탕으로 무료로 코칭을 진행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처음에는 대상자를 특정하지 않고, 주로 저연차 직장인이나 취준생을 대상으로 시작했는데요. 시간이 흐르며 놀랍게도 50대, 60대 분들도 찾아와 주셨습니다. 인생의 2막을 준비하거나 이미 활기차게 달리고 계신 분들이셨죠. 한 번은 소형 선박을 제작하는 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분은 거제에서 20톤 미만의 소형 선박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조선소를 운영하고 계셨습니다. 알루미늄과 이름도 어려운 섬유강화플라스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선박을 만들며, 선주의 세세한 요구사항에 따라 배의 상부 구조물을 맞춤형으로 제작하는 방식이 매우 인상적이었죠. 저는 그때까지 부산, 인천, 강릉을 여행하며 수없이 많은 배를 보았지만, 배를 누가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이렇게 작은 조선소들이 큰 조선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유연하게 고객 맞춤형 제작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새로운 세상을 엿본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어떤 식으로 수수료를 받고 각 비용이 대략적으로 얼마 드는지도 무척 재밌는 소재였습니다. 어떤 날에는 현직 간호사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이듀티'라는 앱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이듀티는 간호사들이 자신의 복잡한 교대 근무 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동료들과 손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였습니다. 이 앱의 가장 큰 장점은 같은 병동 내 동료들의 근무표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었죠. IT 업계에서 일하면서도 전혀 몰랐던 서비스였고, 특정 직업군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탄생한 이 앱은 제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글로벌도 진출해서 많이들 사용하고 이제는 없으면 안되는 앱이 되었더라구요. 언제는 만도(Mando)에서 근무하시는 이분을 통해 자동차 한 대가 만들어지기 위해 얼마나 복잡하고 정밀한 협력 구조가 필요한지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만도는 자동차의 제동, 조향, 현가 장치 등 운전자 안전과 직결된 핵심 부품들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기업입니다. 우리가 매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 한 대에도 이렇게 수많은 부품과 기업들이 촘촘히 엮여 있다는 사실은, 보통 하나의 제품을 전체적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일해온 IT 분야의 제게는 굉장히 신선한 자극이었습니다. 개별 부품을 전문적으로 제작하고 각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업해 최종 제품을 완성하는 제조업의 방식은, 제가 평소 경험한 협업의 형태와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물론, 머리로는 그렇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그 일을 하고 산업에 종사하는 분의 이야기를 직접들으니 더욱 색달랐던 것도 있습니다. 이렇게 꼬치코칭을 통해 수많은 분야의 분들을 만나면서 제가 보는 세상이 점점 넓어지고 깊어짐을 느꼈습니다. 단지 사람들을 만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과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시야가 넓어진 느낌이었죠. 때로는 만난 분들끼리 서로 연결해 채용이 이루어지기도 하고, 사업적인 협업이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뜻밖의 영감을 받을 때는 그 자체로 저에게 큰 기쁨이었습니다. 많은 사람과의 대화는 결국 한 가지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세상은 너무나 좁고, 우리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눌 때 비로소 넓고 다채로운 세상이 보인다는 사실을요. 앞으로도 저는 꼬치코칭을 통해 더 많은 사람과 만나고, 더 많은 이야기를 엮으며 서로의 삶을 더욱 의미 있게 연결하고자 합니다. 한 분, 한 분 뵙다 보니 누적이 아닌 개개인으로 100분을 넘게 만나게 되었고 이건 엄청난 자산이 되었네요. 밥값과 커피값이 많이 들었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더 체계적으로 만나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이만 줄입니다.
- Haeb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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