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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만이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ㅁr약이니까 ①

LA Drug Store(나성약국)은 2023년 마지막날 하나의 연락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나희님이 이번 신년 연휴에 심심하다고 재밌는게 없냐고 말이죠. 저는 나희님께 뭘 하고 싶냐 물었더니 나희님은 세 가지의 조건을 충족하는 걸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1.
바이럴이 될 수 있는 것
2.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것
3.
본인이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
개인적으로 먼지 쌓은 아이디어는 많기에 나희님께 Cinamon 프로젝트를 제안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플레이리스트 기반의 소개팅 서비스 였는데 여기서 소개팅 기능을 덜어내고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사실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방법은 많습니다. 국내 음악 스트리밍 회사에서도 타 서비스 사용자 확보를 위해 플레이리스트를 스크린샷을 찍어 OCR로 노래들을 인식해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준다던지, Import 기능을 통해서 플레이리스트를 공유하는 방식이 있었죠. 하지만 이건 뭔가 재밌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귀찮았습니다.
그러다 국내 서비스들은 애초에 API를 제공하는 곳이 드뭅니다. 따라서 플레이리스트를 가지고 오거나 공유하기가 무척 어렵게 되어있습니다. 그러다 발견한게 이투데이의 기사였습니다.
Youtube Music이 모든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이죠. 사실 저는 유튜브프리미엄을 쓰면서도 통신사 할인으로 FLO를 사용하고 있어서 몰랐습니다. 왠지 Youtube는 글-로발 스텐다드 서비스이니 API에도 호의적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역시 구글 형님입니다. 이제 안쓸 이유가 없습니다. 플레이스트 생성, 공유 API를 제공한다니 거기다 구글 로그인을 파이어스토어에 붙이고 도메인 부터 인증 처리까지 모두 GCP에서 진행한다면? 아키텍처가 대략적으로 그려졌습니다. 애초에 Cinamon 프로젝트는 플레이리스트(=취향) 기반의 소개팅 서비스를 목표로 했던 프로젝트였기에 음악 취향을 플레이 리스트로 얻는 다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 였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미 유튜브 뮤직 플레이 리스트 공유서비스는 너무 많았고 앞서 말한 것 처럼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다양한 플레이리스트 공유 방식을 제안했었습니다. 즉 사용자들에게 플레이리스트를 직접 만들어라, 공유해라 하는 것은 사용자들 본능적으로 귀찮아 할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귀찮더라구요.
그렇다면? 이미 만들어져 있는 플레이리스트, 혹은 만들더라도 부담 없는 수준으로 표기 되는 걸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발견한 것은 약국에서 받아온 약 봉투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 질환이 몇가지 있어서 정기적으로 병원을 다니는데 언제부터인가 약국에서 약을 받아오면 약 봉투에 처방전 같은 형태로 약의 사진, 약의 이름, 효능, 부작용, 제조자 등을 적어서 주더라구요. 이름도 적어주고요.
순간 이걸 보고 이거나 싶었습니다. 약의 사진은 썸네일로, 약의 이름은 곡 이름으로, 제조자는 가수로 복약하는 사람은 사용자로 대체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의 제목이기도 한 "음악만이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ㅁr약이니까"라는 밈도 떠올랐구요.
하지만 저는 쫄보기 때문에 이럴 때마다 자주 연락하는 변호사 친구 K에게 바로 전화 했습니다. 물어본건 세 개 입니다. "약국이라는 표기를 쓰면 문제가 되는가?", "처방전은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가?", "뭐 또 법적으로 이슈 될만한게 있을까?" 변호사 친구는 참 좋습니다. 고마워요. K. 빠르게 답변 준 것은 '약국이라는 표기는 혼동을 주지 않는 업종에서 사용할 경우 사용 가능(판례가 다수 있음)', '처방전의 경우, 너무 똑같이 만들 경우 사문서 위조로 문제가 될 수 있음. 이름만 처방적이라고 하고 완전 다르게 디자인 되어 있다면 문제 없음', '마약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있음.'이였습니다.
혹시 몰라 검색을 해보니 실제로 주점에서 약국이라는 이름을 쓰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약국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지만 문제 없다는 내용의 보도가 다수 있었고, 마약 김밥이나 떡볶이라는 표현이 규제를 받는 다는 내용도 확인 했습니다. 안 만들 이유가 다 없어졌군요. 그럼 만들어야죠.
이제 신나는 기획과 공밀레의 시간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이제 바이럴이 되고, 최대한 손이 안가게 만드는 것입니다. 바이럴 요소는 처방전이라는 형식과 간단한 디자인으로 주고, 개발은 제공되는 API와 GCP를 이용해 비용을 최대한 줄여보기로 하였습니다. 연말이고 하니 집에서 나오기도 귀찮습니다. Google Meet으로 바로 미팅을 하고 화면 설계와 개발을 시작하였습니다.
디자인은 과감하게 버렸습니다. 처방전이라는 이름만 빌리고 마크다운 형태의 표를 길게 만들고 종이 이미지 위해 지정된 폰트로 텍스트를 박는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로그인을 구글로 빼버리니 사용자 정보를 최소한만 가지고 있고 우리는 플레이리스트 링크만 저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서버 용량을 그렇게 많이 쓰고 싶지 않았기에 공유수, 다운로드 수가 많은 플레이리스트만 저장하고 나머지는 텍스트 형태로 곡, 가수명만 가져오게 하였습니다. 가입자와 취향만 받아보기로 하였습니다.
인공지능 친구의 빈약한 상상력
가장 어려운 이름은 생각보다 금방 지었습니다. 플레이리스트 더미를 만들며 제가 "나성에 가면"이라는 노래를 추가하니 나희님은 이 노래는 알지만 '나성'이 한국 지명으로 알고 있었답니다. 나성은 LA를 부르던 옛말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왜 나이 차이를 느끼며 이걸 발음도 귀엽고 뭔가 촌스러워 매력적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어로 하면 LA 이니 재밌을 것 같았습니다.
2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