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신뢰할 수 있는 AI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는 AI 시스템 설계 및 사용 관행 연구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AI 시스템의 설계만으로 사용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없으며, 특히 AI 시스템이 사용자의 이익과 상충되는 사회적 맥락에 자리 잡고 있을 때는 불신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특정 AI 사용 관행에 대한 정당하고 신중한 태도를 의미하는 "건강한 불신(healthy distrust)" 개념을 제시하고, 컴퓨터 과학, 사회학, 역사, 심리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기존 신뢰/불신 개념을 검토하여 건강한 불신이 AI 사용에서 인간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