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코딩 삽질기 EP.01
최근에 올렸던 바이브코딩(Vibe Coding)에 관한 글이 예상보다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성공담에만 주목하셨는데, 사실 이 과정에서 겪었던 여러 가지 시행착오와 실패 사례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 제가 경험한 흥미로운 '삽질기' 하나를 여러분과 공유하려고 합니다. 제가 당시 개발했던 서비스는 "PDF AI SHIELD"라는 이름을 가진 PDF 보호 시스템이었습니다. 최근 확산되는 LLM(대규모 언어 모델)들이 PDF 문서를 쉽게 읽고 요약해버리는 현상이 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방안으로 떠올렸던 아이디어였죠.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자료를 나눠주거나 공문서 등을 열심히 작성해서 공유 했을 때 모두 인공지능으로 요약해 읽고 오니 뭔가 이걸 어떻게 제한 하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LLM이 우리가 제공하는 다양한 문서, 데이터를 정리 요약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LLM은 문서를 읽고 → 중요 포인트를 찾고 → 묶고 → 짧게 말하고 → 출력 하는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읽기" 단계에 개입하여 LLM이 아예 chunking을 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방식을 고안했습니다. 일반적인 PDF 보안은 비밀번호나 인증서, OCR 제거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데, 저는 여기에 특별한 방법을 추가했습니다. 그 방법이 바로 "보이지 않는 페인트"를 PDF에 뿌리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보기엔 전혀 이상이 없지만, LLM의 눈에는 이를 읽을 수 없게 방해하는 일종의 "투명한 페인트"를 문서에 추가한 겁니다. 이외에도 인증서 형태의 태그와 PDF 메타데이터를 암호화하여 LLM이 쉽게 읽어내지 못하도록 조치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생각보다 훌륭히 작동했습니다. ChatGPT, Claude와 같은 유명한 LLM을 포함해 로컬 LLM 모델들까지 모두 이 방법에 막혔습니다. 처음 결과를 봤을 때는 거대 AI 기업들을 상대로 작은 승리를 거둔 듯한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이 자신감을 바탕으로 가격 정책을 정하고, Reddit과 몇몇 해외 커뮤니티에 홍보도 진행했습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구매자들이 나타났고, 금세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자리 잡을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이 시점에서 조금 들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다음과 같이 구성했습니다. 비로그인 상태에서는 최초 1회 무료 사용 로그인하면 하루에 1회씩 사용 가능(24시간 기준) 월간 구독 시 하루 최대 30회 사용 가능 연간 구독 시 무제한 사용 가능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GPT-4o, Claude Sonnet 3.5, Gemini Pro와 같은 모델에선 잘 작동했지만, 최신 모델인 o3나 Sonnet 3.7에서는 이 보호 기술이 완전히 무력화되었습니다. 더군다나 mini 모델이나 특정 조건에서는 메타데이터 암호화까지 뚫리는 경우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초기 사용자 중 한 분이 친절하게 이 문제를 제보해 주셨고, 저는 즉각적으로 모든 구매자들에게 환불을 진행했습니다. 보안이라는 서비스의 특성상 단 한 번이라도 뚫리면 제품을 계속 판매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초기에 얻은 수익은 결제 수수료 등으로 인해 오히려 적자가 되어버렸지만, 빠른 조치 덕분에 더 큰 손실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이걸로 보안 관련 소송 걸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잖아요? 제가 괜히 입금까지 완료된 것이 수익이라고 한 게 아닌 이러한 경험담을 몇 가지 더 가지고 있습니다. 반응이 좋다면 앞으로 더 다양한 이야기를 공유해 볼까 합니다. 사실 바이브 코딩 첫 글에도 말했지만 바이브 코딩을 하다 보면 우리 생각 이상으로 많은 삽질과 수정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더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삽질들이 반복되면 더 좋은 제품이 되는 것 같구요. 사람들은 실패담 보다는 성공담과 극적인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실패담도 꽤 많습니다. 삽질이라고 표현했지만 개인적으로 배운 것도 많고요. 이런 글이 반응이 좋을지 모르겠지만 한 번 반응이 좋으면 2편, 3편도 계속 공유해보겠습니다.
- Haeb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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