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좀보이드를 시작했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세계에서 살아남는것이 유일한 목표인 생존 게임. 세일할 때 얼마였더라? 14000원인가 그쯤에 구매했던것같다. 그러고 계속 방치해뒀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켜본 게임.
컨트롤을 못 하는 나에게는 너무 어려운 게임이 될 것 같아서 설정에서 난도를 확 낮추고 했는데, 보이는가?
그렇다. 나는 이미 easy 모드 세이브파일을 만들어놓고 안 되겠다 싶어서 이지 모드 세이브를 버리고 super_easy 모드 세이브를 하나 더 팠다. 그치만 이정도 난도로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ㅠㅠ
암튼 그렇게 순정으로 게임을 즐기며 사실 즐기지 못했다. 약간 누가 이기나 함 해보자 하는 느낌이었달까... 플레이하던 도중에, 아무리 해도 차가 잘 안 나와서
카트 모드를 비롯한 다양한 모드들을 깔았다. (카트 모드 정말 너무 편하다. 내 최애 모드 중 하나. 차를 구하기 전까지 파밍하러 다닐때 정말 잘 썼다. 물론 차를 구한 후에도 발전기나 커다란 가구를 옮길 때는 카트가 필수라 완전 추천!)
나중에서야 안 사실인데, 지금 위 스샷에서 내 캐릭터가 입고 있는 옷이 백신 모드가 적용된 좀비에게서 얻은 의류였다. 유튜브에서 봤던 백신 모드에서는 까만 옷에 흰 가면을 쓰고 있었어서, 백신 좀비에게서 저 옷을 얻고도 백신 좀비가 까만 옷에 흰 가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몇 마리의 백신 좀비를 그냥 그렇게 보내주었다.
그 후에 백신 좀비가 너무 안 나오길래 간절한 마음으로 샌드박스 옵션으로 기존 수치보다 백신 좀비 나오는 수치를 열 배 가량 늘리고 난 후에야 깨달은 것이다... 저게 백신 좀비 의상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보니 내가 받은 모드는 백신을 제작할 수도 있는 모드였고, 그렇기때문에 치트성 느낌은 좀 덜했다.(오히려 좋아)
아무튼, 그렇게 해서 열심히 물자를 모았다.
차가 없는 와중에도 카트를 끌고 다니며 발전기도 파밍하고...
암튼 여러가지로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엥? 무들에 메스꺼움이 떴다. 난 몰랐지, 긁힌 상처만으로도 감염이 될 수 있다는걸... 물린 적도 없고 찢어진 적도 없어서 그냥 식중독인줄 알았는데
감염이었다고 한다. 이럴수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최대한 많이 파밍을 하고 나는 챙겨둔 표백제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시원하게 들이켰다.
하...
최대한 멀리 가서 삶을 끝내고 싶었는데 멀리 가지도 못했다. 이런... 그래도 101마리의 좀비를 제거했다고 한다. 근데 지금 보니 게임에서도 좀비를 명이라고 안 하고 마리라고 하네 너무해...
그 다음에 생성한 친구는 좀도둑이다. 이전에 생성했던 캐릭터 직업이 뭐였는지는 기억 안 나는데 아무튼 분명한건 차가 없으니 답답해서 뒤질것같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차량 습득이 그나마 쉬운 좀도둑을 직업으로 삼아보고자 했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서 태어나서, 집으로 가는 길에 낚시 상점 털어서 낚시를 해보려고 했다. 근데 너무 오래 걸리는 거다. 답답했던 한국인은 스겜 버튼을 눌렀고
물렸다. 젠장 낚시하면 소음 많이 나서 좀비 온다는거 아무도 안 알려줬잖아요
폭풍 속에서 맞이하는 현실
다음 캐릭터를 위해 일기장을 작성하고(모드. 지금까지 익힌 스킬과 레시피를 기록할 수 있으며, 해당 일기장을 읽으면 새로 만든 캐릭터가 일기장을 작성한 캐릭터의 스킬을 이어받는다.)
차분히 앉아 삶을 돌아본다. 아 참 별거 없는 삶이었다.
어차피 죽을 거 날 문 놈에게 복수하려고 나왔는데 그 좀비는 찾기도 전에 그냥 좀비사.
결국 세번째 캐릭터를 만들게 되었다. 오 선글라스가 멋있는걸?
선글라스가 문제가 아니다. 나는 지금 리버사이드 왼쪽 공장단지 옆 트레일러 마을에서 태어났다.
트레일러 마을은 악명이 높다. 집들이 울타리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다가 커튼이 없는 집도 많고, 무엇보다 마을에서도 너무 멀다. 이 곳에서 차를 구하지 못한다면 나에게 남는 선택지는 두 가지가 있다. 안전한 트레일러를 찾거나, 찾지 못하고 마을까지 걸어서 도망치거나.
젠장.
하필 이전 캐릭터가 밤에 나가 죽어버리는 바람에 이 가여운 캐릭터는 한밤중에 거점까지 걸어가야만 한다. 이 비를 뚫고. 그나마 다행인 점은, 리버사이드에 있는 내 거점은 좀비가 거의 없으면서도 마을의 가장 최하단, 제일 왼쪽 구석에 위치한 집이라는 것. 그 집은 그나마 창고에서 제일 가까운 집이라는 점.
그러나 그게 뚜벅이에게는 큰 위로가 되지 않는다.
거의 24시간이 걸려 도착한 집. 많은 일이 있었다. 창고에서 그나마 멀쩡한 차를 구했고, 전자 시계도 구했다.
도착하자마자 음식부터 먹고, 피곤하지만 이전 생존자가 남겨둔 기록을 꼼꼼히 읽어준다.
다음날, 인근에 있는 집들을 돌아다니며 금속 공예? 레벨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있다. 왜 갑자기 금속 레벨을 올리냐고 묻는다면, 내 스윗홈 근처에서 좀비를 보았다. 안전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금속 울타리를 쳐주려고 하는데 그러려면 금속 레벨이 5는 되어야한다고 한다. 목공 기술로 울타리를 쳐줄 수도 있겠지만 뭔가 이 거점에서는 금속 울타리가 더 끌렸다.
창고 파밍하러 왔다가 깨끗하고 상태도 좋은 탑차를 발견했다. 기름이야 나중에 넣어주면 되는 거고, 암튼 이 차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파밍할 거 파밍하고 이 차는 집으로 데려갈 것이다. 조심조심 운전해야지~
그리고 또 다음에 데려온 서브카. 짐칸도 넓고 좋았는데 오는 길에 미간에 주름이 생겨버렸다. 마음 아파...
그리고 우리 거점에 첫 손님이 왔다. (오른쪽에 뜬 무들은 무시해주길 바란다. 나도 애써 무시하고 있던 참이니까.) 이 손님은 어찌나 무례한지 정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창문을 깼다. 흠씬 패주었지만 그래도 창문이 비어있으면 마음이 아프니까
이웃집에서 창문을 떼오기로 한다. 집주인이 없어보이기는 하지만, 나중에라도 돌아온다면 변상할 의향도 있다.
기존 창문이랑은 생김새가 다르지만 어쨌든 창문 갈기 성공.
그리고 다시 일기를 적어본다. 아무래도 살 날이 또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마지막 여정을 위한 모험을 떠나본다. 거창하게 말하지만 그냥 지도 넓히기라고 할 수 있다.
세상은 어느새 붉게 물들어가고 있고
나의 무들 역시 붉게 물들어가고 있다.
그 사이 차는 더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나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좀비에게 물어뜯겨 죽는게 아니라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경치를 눈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겠지.
그렇게 가을의 시작에 나는 또다시 죽음을 맞이했다.
과연 아포칼립스 세계관 속에서는 무엇을 목적으로 살아가야 하는걸까. 결말이 정해진 게임, 죽음으로 향해가는 여정 속에서 우린 무엇을 바라보고 살아가야 할까. 언젠가는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G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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