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는 돌이켜지지 않은 세상, 언니가 남기고 간 나머지의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것을 내 몫으로 인정해야만 했어요. 인정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어요. 살아 있는 나는 이제 뭘 해야 할까. 언니가 없는데, 언니가 스스로 없기를 원했는데 살아 있는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살아 있는 나는, 살아 있으니 살아. 살아서 기억해. 네 몫의 삶이 실은 다른 삶의 여분이라는 걸 똑똑히 기억해. 그렇다고 너무 아까워도 말고, 살아 있는 나를 아끼지 말고 살아. 집에 와 외투를 입은 채로 책상 앞에 앉아 수첩에 그렇게 썼어요. 날짜를 보니 거의 2년 만에 쓴 메모더라고요. 몇 시간 전, 언니 앞에서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쉼 없이 쏟아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