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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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rit Han
은모든, 아르테(ar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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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에게 다시금 신학과 종교학의 차이를 물었다. 그러자 이삭은 잠시 말을 고르더니 신학은 신에게 가까워지고자 하는 여정 그 자체라면, 종교학은 신에게 다가가려고 하는 사람들을 들여다보는 학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럼 넌 신이 아니라 사람한테 관심이 있구나.”
”아마 그럴 거야.”
볶음국수의 면을 들어 올리면서 이삭은 얼버무리듯 말했다.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더니, 자신은 딱 잘라 말하는 것에 대해 저항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말 역시 가정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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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자신의 몸을 여기저기가 해지고 찢긴 옷에 비유했다. 다 떨어진 옷을 억지로 기워입듯이 매일 자신의 몸을 약으로 기워 나가고 있다는 거였다.
”이 몸으로 살날은 이제 다 살았다. 내가 질 짐도 이만하면 다 졌고. 내가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