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비밀스러운 마법을 발휘하던 그 장소가 낮에는 아주 초라하고 현실적으로 보여서 자못 충격이었다. 아빠의 눈이 바닥을 향하는가 싶더니, 마치 누군가가 실크 반바지에 뜨거운 다리미를 올려놓은 것처럼 아빠의 이마에 갑자기 주름이 잡혔다. 이윽고 그 색깔이 내 목을 타고 올라와 귀까지 번져갔다. 뜨겁고, 빨갛고, 창피한 색깔. 냉정한 한낮의 햇빛 속에는 반짝이는 별들도, 먼 곳의 불빛들도 없었다. 벌거벗은 엉덩이도, 쩍 벌린 다리도, 숨죽인 신음소리도 없었다. 다 쓰고 버린 콘돔 수백 개와, 개똥 무더기 몇 개와, 수십 개나 되는 월넛윕 포장지가 있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