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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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왕
한데 포이보스는 내가 찾아간 용건에 대해서는 나를 무시하여 돌려보내면서, 불쌍한 내게 다른 무섭고 불운한 것들을 던져 주었소. 내가 어머니와 몸을 섞게 될 것이며, 인간들이 참고 볼 수 없는 자손을 낳게 될 것이고, 내게 생명을 주신 아버지를 살해하리라는 거요.
그래서 나는 이 말을 귀여겨듣고, 그 이후로 별들을 보고 멀리서 거리를 재면서 코린토스 땅을 피해 다녔소. 사악한 신탁이 내게 정해 준 수치스러운 일이 결코 이뤄지지 않을 곳으로 말이오.
그러다가 그 장소에 도착했소, 당신이 말하길 이 통치자가 죽었다고 하는 그곳에.
당신께 진실을 다 말하리다, 부인. 그리고 계속 나아가 그 세 갈래 길 가까이에 다다랐을 때, 거기서 전령과, 당신이 말한 것처럼, 조랑말이 끄는 사륜마차 위에 탄 사내와 마주쳤소. 그러자 그 길잡이와 더 나이 든 그 사람이 나를 강제로 길에서 몰아내려 했소.
그래서 나는 화가 나서 그 밀쳐 대는 자를, 마차 몰이꾼을 때렸소. 그러자 더 나이 든 쪽이 나를 보면서
지나가는 걸 노리고 있다가 마차 위에서 내 머리 한가운데를 두 갈래 난 뾰족 막대기로 내리쳤소.
하지만 그는 자신이 한 만큼만 당한 게 아니라, 단번에 내 손의 지팡이에 맞아 마차 가운데서
곧장 고꾸라지며 굴러 떨어지게 되었소.
그리고 나는 그들을 모두 죽였소. 한데 만일 그 이방인이
라이오스와 친족 관계에 있다면,
이제 누가 나보다 더 불행할 수 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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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왕
전령 : 말하고 듣기에 가장 짧은 것을 택해 이야기하자면, 여신 같은 이오카스테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코로스 : 오, 가련한 여인, 대체 무엇 때문인가?
전령 : 그녀 자신의 손으로 죽었습니다. 하지만 일어난 일 중에
가장 끔찍한 것은 그대들에게서 멀리 있습니다. 그대들은 볼 수가 없으니까요.
하지만 제게도 뭔가 기억이 있는 한,
저 불쌍한 여인의 재난을 그대는 들어 알게 될 것입니다.
그녀는 격정에 사로잡혀 현관 안으로 들어서서는, 곧장 부부의 침상으로
달려갔습니다. 두 손의 끝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들어가서는, 안에서 문을 세차게 닫고
이미 오래전에 고인이 된 라이오스를 불렀습니다.
그 옛날에 뿌려진 씨앗을 기억하면서. 라이오스 자신은
그 씨앗 때문에 죽고, 그 씨를 낳은 여자는
세상에 남겨져 바로 그의 자식에게서 불행한 자녀를 낳았지요.
(중략)
불행한 그는 그녀를 보고는, 무섭게 울부짖으며
매달린 밧줄을 끌렀습니다. 그리고 가련한 그녀가
바닥에 누웠을 때, 보기 무서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가 그녀의 옷을 고정해 주던
금 세공된 브로치를 뽑아
들고서는, 자신의 둥근 눈알을 찔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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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고네
안티고네 : 크레온께서는, 우리 둘의 두 오라비 중 하나는
장례를 치러줄 만하다고 여기면서, 다른 이의 장례는 금하지 않았느냐?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그는 에테오클레스 오라버니에 대해서는 관습을
정당하게 따르는 게 옳다고 여겨 땅에 묻었다, 저승의 사자(死者)들 사이에서 존중받도록.
하지만 다른 이, 가련하게 죽은 폴뤼네이케스 오빠의 시신은
무덤에 묻지도 말며, 누구 하나
애곡하지도 말라고 시민들에게 선포를 내렸다더라,
곡 없이, 무덤 없이, 즐거이 굽어보는 새들에게
달콤한 먹이 창고가 되도록 버려 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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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고네
안티고네 : 그분은 노예가 아니라 형제로서 죽었어요.
크레온 : 이 땅을 파괴하다가 그랬지. 다른 이는 이 땅을 위해 싸우다가 그랬고.
안티고네 : 하지만 하데스는 그들을 동등하게 대할 것을 요구합니다.
크레온 : 아니, 이익을 주는 이가 사악한 자와 같은 몫을 받을 수는 없다.
안티고네 : 저승에서는 이것이 합당한 일이 될는지 누가 아나요?
크레온 : 원수는 절대로, 죽었다 해도 친구가 될 수 없다.
안티고네 : 저는 모두 미워하기보다는 모두 사랑하게끔 타고났어요.
크레온 : 네가 살무사처럼 집 안에 엎드려
몰래 내 피를 빨아먹고 있었는데, 나는 두 재앙을 키우면서,
왕좌에 대한 반역을 키우면서도 몰랐구나.
자, 어서 말해라. 너도 이 장례에 가담했다고
인정할 테냐, 아니면 전혀 몰랐다고 맹세할 테냐?
이스메네 : 저도 그 일을 했습니다, 여기 제 언니가 동의해 준다면요.
저도 함께 가담했으니 같은 책임이 있습니다.
안티고네 : 아니, 네가 이러는 것은 정의가 허락지 않을 거야, 너는
원치 않았고, 나와 함께하지 않았으니.
이스메네 : 하지만 언니가 불행 속에 있을 때, 함께 고통에
올라타는 것을 난 부끄럽게 여기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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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고네
테이레시아스 : ㄹ그러면 이것도 잘 알아 두시오, 이제 내달리는
태양의 회전을 몇 번 채우기도 전에.
그대의 배에서 나온 이들 중 하나가 시신이 되어
저 시체들에 대한 대가를 치르리라는 것을.
그대는 지상에 속한 자 하나를 아래로 던져
살아 있는 영혼이 명예를 잃고 무덤에 거주하도록 붙잡아 두고,
저승 신들에게 속한 시신 하나는, 바쳐야 할 의식도 바치지 않고서
장례도 없이 신성치 않게 이곳에 잡아 두었으니, 그 대가로 말이오.
이들에 대해서는 그대에게도 이승의 신들에게도
권리가 없소. 이들은 이 일에서 그대에게 폭력을 당한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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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고네
전령 : 기 꺾인 주군의 명령에
저희는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무덤의 맨 안쪽에서
목을 맨 그녀를 보았습니다.
고운 천을 끈처럼 해서 올가미로 만들어 걸고 있는 것을.
또 청년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고서 기대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계로 떠나 잃어버린 결혼을, 그리고 아버지의 소행과
불행한 혼인 침상을 애곡하면서.
헌데 왕은 그를 보자 비통하게 곡하며 안으로 들어가시더니
그에게로 다가가며, 소리 높여 불렀습니다.
’오, 불쌍한 것, 무슨 짓을 한 게냐? 무슨 생각을 한 게냐? 어떤 재앙이 네 분별을 망쳤느냐?
나오너라, 얘야. 네게 탄원자로서 간청하노라.’
하지만 아드님은 그를 사나운 눈으로 훑어보고는,
얼굴에 침을 뱉고 아무 대답 없이 양날의
칼을 뽑았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밖으로 피하여
뛰쳐나가서 헛치고 말았지요. 그러자 그 불행한 이는
자신에게 화가 나서, 그대로 칼에 자기 몸을 눌러
옆구리에 칼이 절반이나 박히도록 찔러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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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아스
아이아스 : 하지만 제우스의 따님께서, 제압당하지 않는 사나운 눈의 여신께서
내게, 그들에게 막 손을 뻗치는 참에
광기의 질병을 내려 나를 넘어뜨리셨도다,
이같이 짐승들 속에서 피로 손을 적시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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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아스
테크멧사 : 진정 당신이 죽는 날, 삶을 마치고 저를 버리는 날, 바로 그날로 저 역시
아르고스인들의 폭력에 붙잡혀
당신 아이와 함께 노예로 살게 되리라는 걸 생각하십시오.
그러면 주인들 중 하나가 쓰라리게 비아냥거리겠지요,
이런 말을 쏘아 대면서. ‘보라, 아이아스와 잠자리를 함께한
여자를! 그는 군대 전체에서 가장 강했으나,
그녀는 부러움 받는 삶 대신 이런 품팔이 삶을 살고 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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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아스
메넬라오스 : 너의 혀는 용기를 대단하게 키워 주는구나.
테우크로스 : 살해한 자라고? 그대는 죽었으면서도 살아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군.
메넬라오스 : 저자에 의해서 죽었는데 신이 나를 구해 내신 것이다.
테우크로스 : 신들에 의해 구원되었다면, 이제 신들을 모욕하지 마시오.
메넬라오스 : 뭐라고? 내가 신들의 법에 맞서고 있다는 것인가?
테우크로스 : 만약 그대가 와서, 죽은 자들을 장사 지내지 못하게 한다면 그렇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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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아스
아가멤논 : 대체 어쩌려는 거요? 원수의 시신을 그토록 경외하다니?
오뒷세우스 : 적대감보다는 그의 덕이 훨씬 저를 압도하기 때문입니다.
아가멤논 : 하지만 그렇게 미워하다 존중하는 건 변덕쟁이들 짓이오.
오뒷세우스 : 당장은 친구여도 나중에 쓰라린 원수가 되는 사람 역시 정말로 많습니다.
아가멤논 : 그러면 그대는 그런 변덕스러운 친구를 추천하는 거요?
오뒷세우스 : 저는 고집스러운 마음을 찬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아가멤논 : 그대 때문에 오늘 우리는 겁쟁이로 보이고 말 것이오.
오뒷세우스 : 반대로 전 희랍인에게 정의로운 인물로 보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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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키스 여인들
리카스 : 그러면, 오 친애하는 여주인이시여, 저는, 마님께서 필멸의 인간으로서
인간적인 것을 살피시고 이해심이 없지 않다는 걸 알겠기에,
모든 진실을 여쭙고 숨기지 않겠습니다.
정말로 저 사람이 말한 그대로입니다.
그 여인을 향한 엄청난 욕망이 헤라클레스 님께 들이닥쳐 꽂혔고, 그 여인 때문에 그녀의 조국 오이칼리아가
창에 완전히 무너져 함락되었던 거지요.
그리고 헤라클레스 님 편에서도 얘기를 해야 하니 하는 말인데,
헤라클레스 님은 이것을, 숨기라 하시지도 않았고,
사실을 완전히 부정하지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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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키스 여인들
데이아네이라 : 그 짐승은 죽어 가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이네우스 노인의 아이여,
그대가 내 말을 따른다면, 내가 그대를 날라 준 게
아주 큰 이익이 될 거요, 당신은 내가 마지막으로 건네준 사람이니까.
만일 당신이 내 상처 언저리, 레르네 휘드라가 키운
검은 담즙의 독이 적시고 있는 부위에서
엉겨 붙은 피를 손으로 거두어 간다면 말이오.
그러면 이것은 당신을 위해 헤라클레스의 마음을
매혹하는 약이 될 게요, 그가 어떤 여자를 보고서도
당신보다 더 많이 사랑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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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키스 여인들
데이아네이라 : 나는 내가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는 걸 알았어요.
대체 어떤 점에서, 무엇 때문에 그 짐승이 죽어 가며
내게 호의를 베풀었갰어요, 나 때문에 죽게 되었는데.
그럴 리가 없어요. 그는 자기를 죽인 자를 멸하고
싶어서 나를 홀린 거예요. 나는 그 깨들음을 너무 늦게,
알아도 소용없을 때에 얻은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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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키스 여인들
휠로스 : 한데 아버지께서 많은 희생을 바치려는 참에, 그분에게
우리 가문의 시종 리카스가 집으로부터 도착했습니다,
당신의 선물인 죽음의 의복을 가지고서.
아버지는 당신의 지시대로 그 옷을 입었고,
우선 노획물의 첫 열매로서 온전한 열두 마리의 소들을
취하여 잡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는 백 마리 짐승을
모두 한곳으로 섞어서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먼저, 그 불행한 분은 평온하게
장식과 의복에 기뻐하며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런데 신성한 제의의 불길이 피를 받아
기름진 나무로부터 타오르자,
아버지의 몸에서 땀이 솟았고, 키톤이
옆구리에 찰싹 달라붙었습니다, 마치 장인이
그렇게 꼭 맞게 만든 것처럼 그의 온 관절에. 그리고 뼈를 물어뜯는
발작적인 고통이 그를 덮쳤습니다. 그러고 나서 적대적인
독사의 파멸적인 독이 그러하듯 아버지를 먹어 들어갔어요.
코로스 : 신탁은 선언했도다, 달이 차고 이울어
열두 해가 지나면, 제우스 자신의 아드님이
노역을 받는 일은 끝나리라고.
그리고 이 일들은 제대로
확실하게 순풍을 받고 있도다.
왜냐하면, 죽어 빛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대체 어떻게
여전히, 여전히 고통스러운
노역을 질 수 있으리오?
코로스 : 어떤 격정이, 아니면 어떤 질병이
이 여인을 사악한 무기의 날로써
움켜잡았나요? 어떻게 그녀는 홀로
남편의 죽음에 덧붙여 다른 죽음을,
신음을 자아내는 강철의 베임으로
이루려 계획했나요?
오, 헛소리하는 이여, 그대가 저 험한 행동을 직접 보았소?
유모 : 보았다오, 정말로 가까이 곁에 서서.
코로스 장 : 이 무슨 대담한 짓이오? 어찌 된 것인지 부디 말해 주세요.
유모 : 스스로 제 뜻에 따라 제 손으로 이뤘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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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키스 여인들
휠로스 : 어머니가 저지른 모든 일은 좋은 결과를 바라다가 그렇게 된 것입니다.
헤라클레스 : 좋은 결과를 바랐다고? 오, 악한아, 네 아비를 죽이고서?
휠로스 : 당신께 사랑의 미약을 보내는 거라 생각하여 실수했던 것입니다, 집 안에 들어온 처녀를 보고서요.
헤라클레스 : 그러면 트라키스인들 중 누가 그렇게 대단한 약을 제조했더냐?
휠로스 : 옛날에 켄타우로스 넷소스가 어머니에게 말했다 합니다,
이 약물이 아버지를 사랑에 미쳐 타오르게 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