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신상을 지키라고 소리를 질러 댈 뿐, 넘어진 남자를 구하려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그녀가 앞으로 달려들어 불 속에서 남자를 구해 냈다.
"아찬, 아찬, 내 말 좀 들어 봐. 나중에 나는 죽도록 욕을 먹었어. 여자는 불 위를 지나면 안 되는데 불에 뛰어드는 바람에 하늘에 죄를 지었다는 거야. 하지만 아찬, 넘어진 남자는 너희 아버지였어. 내가 나서지 않으면 누가 그를 구했겠니?
(중략)
내가 손으로 눈을 감겨 주려 했지만 네 아버지는 절대 두 눈을 감으려 하지 않았어. 묘당에 있던 나이 든 어르신은 여자가 불을 밟았기 때문에 천지신명의 노여움을 사서 네 아버지가 죽게 된 거라고 하더구나. 사실 그 며칠 동안 나도 죽도록 슬프고 아팠어. 나도 발에 화상을 입었지만 네 아버지와 함께 죽진 않았지. 하지만 그 고통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었어. 지금도 발이 아프다니까. 앞으로 죽어서 귀신이 된 뒤에도 이 발의 통증은 사라지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