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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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rit Han
양귀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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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신(神)이 인간에게 남긴 절망의 텍스트다. 나는 오늘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나는 텍스트 그 자체를 거부하였다. 나는 텍스트 다음에 있었고 모든 인간은 텍스트 이전에 있었다.
이건 오만이 아니다. 나는 이제까지 한 번도 내가 이 땅의 사람들과 같은 조건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조건이라는 말에서 다소의 불손함이 생긴다면 기꺼이 태도라는 말로 바꿀 용의가 있다.
나는 나를 건설한다. 이것이 운명론자들의 비굴한 굴복과 나의 태도가 다른 점이다.
나는 운명을 거부한다. 절망의 텍스트는 그러므로 나의 것이 아니라 당신들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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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여자들은 부드러움을 사랑한다. 특히 결혼해서 사는 거의 모든 여자들은 결혼과 동시에 사라진 부드러움의 결핍 증상으로 호되게 앓고 있다. 그녀들은 남루한 일상에 실망하고, 두터워지는 감정의 굳은살을 부끄럼 없이 내보이는 부부 생활에 아득함을 느낀다. 드러나는 갈등이 없어도 이유 모를 배신감으로 삶이 우울하기만 할 때 백승하의 부드러움은 꿈처럼 여겨진다.
3살짜리 아들, 활짝 웃고 있는 세련된 외모의 부부, 백승하 가족의 인터뷰 사진은 여자들이 환상 속에서나 그리는 꿈의 가족사진이다. 백승하는 여자들에게 있어 현실이 아니다. 그는 꿈이고 환상이다.
과연 그런가. 그는 환상처럼 완벽한 인간인가. 나는 스크랩북을 덮으면서 스스로 되묻는다. 그리고 홀로 대답한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환상이란 절대 존재하지 않음을 내가 보여주고 확인시켜줄 것이다.
나는 여자들이 그렇게나 많이 남자들에게 당했으면서도 여전히 남자에게 환상을 품는 것에 정말이지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내가 선택한 이 운명 말고, 다른 운명의 남자가 어딘가 꼭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여자들의 무매함은 정말 질색이다. 남자는 한 종(種)이다. 전혀 다른 남자란 종족은 이 지구상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