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깊고 푸른 물속을 떠돌고 있었다. 암류에 붙들려 가랑잎처럼 떠내려가기도 하고, 어두운 심연으로 내리꽂히듯 끌려가기도 했다. 심연의 바닥에 닿으면, 널뛰기를 하듯 얼어붙은 수면을 향해 솟구쳤다. 어둡고, 춥고, 숨이 막혔다. 미치도록 무서웠다.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는 꿈의 국경을 벗어날 수 없었다. 물결을 뚫고 솟구치는 몸의 요동은 느껴지는데,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수면 위를 오가는 백색광의 움직임을 봤지만 눈을 뜨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빙판과 충돌하리라 예상하면서도 몸의 궤도를 수정하는 것 역시 불가능했다.
그는 온몸으로 수면의 빙판을 들이받았다. 눈동자 위에선 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하얗고, 뜨겁고, 날카로운 섬광이 시야를 차단했다. 무언가를 보게 되었을 때, 그는 어둠 속에 익사체처럼 잠겨 있었다. 여전히 꿈 속인 모양이었다. 아직도 가위에 눌려있는 것 같았다. 얄따랗게 열린 눈꺼풀 위에선 빛이 움직이고 있었다. 서치라이트가 이동하듯 왼쪽 눈꺼풀에서 오른쪽 눈꺼풀로, 귀밑을 거쳐 목과 가슴으로, 몸통을 통과해 다리 아래로 내려갔다. 이윽고 꺼지듯 사라져버렸다. 순간, 빛이 사라지던 바로 그 순간, 그는 무언가를 봤다. 어둠 속으로 뭉개지듯 스며드는 무언가. 작고 하얀 무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