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

Created by
  • Grit Han
정유정, 은행나무
page.123
그는 깊고 푸른 물속을 떠돌고 있었다. 암류에 붙들려 가랑잎처럼 떠내려가기도 하고, 어두운 심연으로 내리꽂히듯 끌려가기도 했다. 심연의 바닥에 닿으면, 널뛰기를 하듯 얼어붙은 수면을 향해 솟구쳤다. 어둡고, 춥고, 숨이 막혔다. 미치도록 무서웠다.

꿈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는 꿈의 국경을 벗어날 수 없었다. 물결을 뚫고 솟구치는 몸의 요동은 느껴지는데, 몸을 움직일 수는 없었다. 수면 위를 오가는 백색광의 움직임을 봤지만 눈을 뜨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빙판과 충돌하리라 예상하면서도 몸의 궤도를 수정하는 것 역시 불가능했다.

그는 온몸으로 수면의 빙판을 들이받았다. 눈동자 위에선 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하얗고, 뜨겁고, 날카로운 섬광이 시야를 차단했다. 무언가를 보게 되었을 때, 그는 어둠 속에 익사체처럼 잠겨 있었다. 여전히 꿈 속인 모양이었다. 아직도 가위에 눌려있는 것 같았다. 얄따랗게 열린 눈꺼풀 위에선 빛이 움직이고 있었다. 서치라이트가 이동하듯 왼쪽 눈꺼풀에서 오른쪽 눈꺼풀로, 귀밑을 거쳐 목과 가슴으로, 몸통을 통과해 다리 아래로 내려갔다. 이윽고 꺼지듯 사라져버렸다. 순간, 빛이 사라지던 바로 그 순간, 그는 무언가를 봤다. 어둠 속으로 뭉개지듯 스며드는 무언가. 작고 하얀 무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