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월은 강설과 둘이 했던 조촐한 스무 번째 생일에 혼자 소주 한 병을 다 마시고 방바닥에 드러누워 이렇게 말했다.
등에 뾰족뾰족한 털이 나 있는 기분이야. 안을 찌르는. 숨쉴 때마다 따갑고 뻣뻣한 털이 오므라들었다가 솟았다가 해. 뽑고 싶은데 그 끝이 핏줄이랑 연결된 기분이야. 하나 뽑으면 핏줄까지 딸려 나와서, 줄줄이 나와서, 심장까지 다 뽑힐 거 같아.
명월은 그 말을 하면서도 웃었고, 강설은 맥주 한 잔에도 기분이 알딸딸해져 명월을 따라 벌러덩 누웠다. 명월이 고개를 돌려 강설을 바라봤다.
나는 네가 부러워. 너 진짜 잘 안 웃어. 상대방이 몇 살이든, 어떤 사람이든 상관 안 하고 네 기분에 따라 행동하잖아.
욕처럼 들리는데.
진짜 부러워서 그래. 나는 나도 모르게 웃고 있는 내가 가끔 징그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