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광' 이라는 사람에 대해 지형은 가끔 이야기했다. 오뚝이 이야기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바닥에 질량중심이 있고 위는 가벼워 절대 쓰러지지 않는 장난감. 다시 일어서지 않는 오뚝이는 고물이다. 고물은 쓰레기. 쓰레기는 못 쓰고 버리는 것. 버려진 것은 데굴데굴 굴러 바닥에 쌓이고 질량중심이 된다. 바닥에서 이 세계의 직립을 지탱하는 것이 고물의 임무. 어릴적 서영광에게 들은 이야기를 내게 다시 전해주면서 지형은 말했다.
내가 오뚝이를 신기해하면서 갖고 노는 걸 보고 서영광은 그런 말을 했어. 오뚝이 원리를 설명하면서 너는 고물이 되면 안 된다, 너는 쓰러지면 안 된다, 바닥으로 굴러가면 안 된다, 쓰러지지 않는 위에 있어야 한다고.
그리고 내 안에 남아있는 다음 말이 있는데,
진짜 웃기지. 애들 장난감을 보면서 한다는 말이 겨우 그런 거라니. 그 말 때문에 나는 오뚝이가 징그러워. 죽지 않는 벌레처럼 너무 징그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