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오니 밤중이었다. 숙모가 팥죽을 쑤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시뻘겋고 걸쭉한 팥죽이 너무 생급스러워 화가 났다. 그렇다고 밥이 먹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식구들이 돌아온 후 그림자처럼 살면서 아주 안 먹고 살았다고는 못해도 거의 배가 고픈 걸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오늘 같은 날은 더군다나였다. 우리가 팥죽을 혐오스러워하는 걸 보고 숙모는 변명처럼 예로부터 상제가 팥죽을 먹는 건 흉이 아니라고 했다. 흉이 될까 봐 안 먹는 줄 아는지, 밤이 깊어 집으로 가면서도 숙모는 팥죽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내일이면 쉬어서 버리게 될 텐데……라고 했다.
“쉬어서 버리면 안 되지.”
엄마가 헛소리처럼 말하면서 팥죽을 가져오라고 손짓했다. 우리는 둘러앉아, 사랑하는 가족이 숨 끊어진 지 하루도 되기 전에 단지 썩을 것을 염려하여 내다 버린 인간들답게, 팥죽을 단지 쉴까 봐 아귀아귀 먹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