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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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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딕

Created by
  • Grit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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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 작가정신
page.43
제1장 어렴풋이 보이는 것들
내 이름을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 몇 년 전 - 정확히 언제인지는 아무래도 좋다 - 지갑은 거의 바닥이 났고 또 뭍에는 딱히 흥미를 끄는 게 없었으므로, 당분간 배를 타고 나가서 세계의 바다를 두루 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Ishmael. 구약성서 「창세기」 16장에 나오는 이스마엘에서 따온 인물. 이스마엘은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인 아브라함과 그의 아내 사라의 몸종인 하갈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나중에 사라가 아들(이삭)을 낳자 집에서 쫓겨나 황야를 떠돌게 된다. '방랑자', '세상에서 추방당한 자'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page.46
제1장 어렴풋이 보이는 것들
샘물에 비친 아름다운 영상을 붙잡지 못해 괴로워하다가 물에 뛰어들어 빠져 죽은 나르키소스의 이야기에는 훨씬 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영상을 우리는 모든 강과 바다에서 본다. 그 영상은 결코 잡을 수 없는 삶의 환영이고, 이것이야말로 모든 것의 열쇠인 것이다.
page.50
제1장 어렴풋이 보이는 것들
그 동기들 중에서도 가장 주된 것은 그 거대한 고래의 압도적인 존재 자체였다. 그 무시무시하고 신비로운 괴물이 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고래가 섬처럼 거대한 덩치로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는 그 거칠고 먼 바다와, 고래가 일으키는 형언할 수 없는 위험들과, 파타고니아에서 고래를 보고 그 소리를 들은 사람들의 수많은 목격담에 따르는 경이로움 - 이런 것들이 바다에 대한 열망으로 나를 치닫게 한 것이다.

(...)

이제 경이의 세계로 들어가는 거대한 수문이 열렸다. 그 목적지를 향해 나를 몰아대는 분방한 공상 속에서 두 마리씩 짝을 지어 내 영혼의 깊은 곳으로 헤엄쳐 들어오는 고래의 끝없는 행렬이 보였다. 그리고 그 행렬의 한복판에는, 하늘로 우뚝 솟은 눈 덮인 산처럼 거대한 두건을 쓴 거대한 유령이 하나 떠다니고 있었다.
page.89
제7장 예배당
죽은 자들이 살아 있는 자들의 인구조사에 포함된 적이 있는가. 죽은 자들은 굿윈 사주의 모래알보다 더 많은 비밀을 안고 있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속담이 세계 어디에나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어제 저세상으로 떠난 사람의 이름 앞에는 그토록 의미심장하고 이단적인 단어를 덧붙이면서, 이 지구상에서 가장 먼 인도양으로 항해를 떠나는 사람에게는 그런 단어를 붙이지 않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생명보험 회사는 무엇 때문에 불멸의 인간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인가. 오랜 옛날 60세기 전에 죽은 아담은 아직도 꼼짝하지 못하고 영원히 마비된 채 얼마나 치명적이고 절망적인 혼수상태 속에 누워 있는 것인가. 우리는 죽은 자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 속에 살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살아 있는 자들이 죽은 자들을 침묵시키려고 애쓰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무덤 속에서 노크하는 소리가 난다는 소문만으로도 도시 전체가 공포에 휩싸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결코 무의미한 의문들은 아닐 것이다.
page.99
제9장 설교
여러분, 요나가 탄 배의 선장은 어떤 사람의 범죄도 냄새 맡는 뛰어난 분별력을 갖고 있지만, 상대가 무일푼일 때만 그 범죄를 폭로하는 탐욕스러운 자였습니다. 여러분, 이 세상에서는 죄인도 돈만 내면 여권이 없어도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선량하지만 가난한 사람은 모든 국경에서 저지당하고 맙니다.
page.103
제9장 설교
고래는 하얀 이빨을 수많은 빗장처럼 단단히 걸어서 요나를 감옥에 가둡니다. 그러자 요나는 물고기의 배 속에서 꺼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하지만 그의 기도를 듣고 중요한 교훈을 배웁시다. 요나는 너무 죄가 커서, 울며불며 하느님이 곧바로 구원해주기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그는 이 끔찍한 형벌이 마땅하다고 느낍니다. 그는 모든 구원을 하느님께 맡기고, 이런 고통 속에 잇으면서도 그저 하느님의 성전을 우러러보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여러분, 바로 여기에 진실하고 신실한 회개가 있습니다. 용서를 구하지 않고 형벌을 달게 받는 것입니다.
page.148
제17장 라마단
퀴퀘그의 라마단, 즉 금식과 참회의 고행은 온종일 계속될 예정이었으므로, 나는 밤이 올 때까지 그를 방해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모든 사람의 종교적 의무를 최대한 존중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무리 우스꽝스러워도 상관하지 않고, 독버섯을 경배하는 개미 떼조차 충분히 존중해준다. 우리 지구의 일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행성에서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노예근성에 사로잡혀, 이미 세상을 떠난 지주의 이름으로 여전히 방대한 토지가 소유되고 임대된다는 이유만으로 그 지주의 흉상 앞에 머리를 조아려도, 나는 그들을 경멸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page.153
제17장 라마단
앞단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누가 어떤 종교를 믿든, 자신과 다른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남을 죽이거나 모욕하지 않는 한, 그 사람의 종교에 대해 어떤 이의도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사람의 종교가 정말로 광기가 되어 그 사람에게 명백한 고통이 되면, 그리하여 결국 우리의 이 지구를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들어버리면, 그 개인을 구석으로 데려가서 문제점을 따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page.167
제20장 출항 준비
내가 나 자신에게 철저히 정직했다면, 배가 드넓은 바다로 나가자마자 배의 절대적 독재자가 될 사람을 한 번도 보지 않고 그렇게 긴 항해에 이런 식으로 몸을 내맡기는 것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분명히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무언가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더라도, 거기에 벌써 깊이 말려들어가 있으면 무의식중에 자기 자신에게도 그 의심을 은폐하려고 애쓰는 경우가 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page.178
제23장 바람이 불어가는 쪽 해안
항구는 자비롭다. 항구는 안전과 안락, 난로와 저녁식사, 따뜻한 담요, 친구들, 우리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모두 갖추어져 있다. 하지만 그 강풍 속에서 항구나 육지는 그 배에 가장 절박한 위험이 된다. 배는 모든 환대를 피해서 도망쳐야 한다. 배가 육지에 닿으면, 용골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배 전체가 몸서리칠 것이다. 배는 돛을 모두 펴고 전력을 다해 해안에서 멀어지려 한다. 그러면서 배를 고향으로 데려가려는 바로 그 바람과 맞서 싸우고, 또다시 거친 파도가 배를 때리는 망망대해로 나가려고 애쓴다. 피난처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위험 속에 뛰어든다. 배의 유일한 친구가 바로 배의 가장 고약한 원수인 것이다!
page.190
제26장 기사들과 종자들
그렇다면 앞으로 내가 가장 비열한 선원과 배교자와 세상에서 버림받은 자들한테서도 어둡지만 고상한 자질을 발견한다 해도, 비극적인 우아함으로 그들을 둘러싼다 해도, 그 모든 사람 중에서도 가장 슬픔에 잠겨 있고 어쩌면 가장 타락한 사람까지도 이따금 높은 산 위로 자신을 끌어 올린다 해도, 그 노동자의 팔이 영묘한 천상의 빛을 띠게 한다 해도, 내가 그의 불길한 석양 위로 무지개를 펼쳐놓는다 해도, 인간애라는 고귀한 망토를 펼쳐서 나 같은 사람을 모두 감싸준 정의로운 '평등의 정신'이여, 세상의 온갖 비난으로부터 나를 지켜주소서. 그것을 견디게 해주소서, 민중의 수호자인 위대한 신이여!
page.200
제28장 에이해브 선장
그가 서 있는 기묘한 자세에도 나를 놀라게 했다. '피쿼드'호의 뒷갑판 양쪽, 뒷돛대 버팀줄 가까이에 있는 널판에 지름이 1.5센티미터쯤 되는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그는 고래뼈로 만든 다리를 그 구멍에 끼우고, 한 손을 들어서 밧줄을 움켜잡고 꼿꼿이 서서는, 끊임없이 곤두박질하고 있는 뱃머리 너머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앞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그 두려움 모르는 눈길에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불굴의 정신, 단호하고 양보할 수 없는 무한한 고집이 담겨 있었다.
page.278
제41장 모비 딕
그 선장이 바로 에이해브였다. 고래의 낫처럼 생긴 아래턱이 갑자기 바로 밑을 휙 스치고 지나가는가 싶더니, 예초 낫이 들에서 풀을 베듯 에이해브의 다리를 싹둑 잘라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복수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에이해브가 광적일 정도로 과민해져서 결국에는 자신의 육체적 고통만이 아니라 지적・정신적인 분노까지도 모두 흰 고래와 결부시켰다는 점이다. 흰 고래는 모든 사악한 존재의 편집광적 화신으로서 에이해브의 눈앞을 끊임없이 헤엄치게 되었다.
page.316
제46장 추측
에이해브는 다른 문제도 잊지 않았다. 강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을 때면 인간은 모든 천박한 생각을 경멸하지만, 그런 순간은 금세 덧없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신이 만든 제품인 인간의 본질적 상태는 바로 천박함이고, 그것은 영원히 변치 않는다고 에이해브는 생각했다.
page.333
제49장 하이에나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이 기묘하게도 뒤죽박죽 엉켜버린 사태에는 우주 전체가 어마어마한 규모의 농담으로 여겨지는 야릇한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어떤 인간은 그 농담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그 농담이 다름 아닌 자신을 웃음거리로 삼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의심한다.
page.335
제49장 하이에나
따라서 바다에서 질풍을 만나 배가 뒤집히고 그 결과 바다에서 노숙하는 일도 이 직업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 고래에게 다가가는 중대한 순간에는 보트장의 손에 목숨을 맡겨야 한다는 것, 그런데 보트장은 그런 순간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보트에 구멍이 뚫릴 만큼 미친 듯이 발을 구르는 충동적인 사람인 경우가 많다는 것, 우리 보트에 그런 재난이 일어난 것은 스타벅이 질풍을 무릅쓰고 고래에게 돌진한 탓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은 포경업계에서 침착한 인물로 유명하다는 것 (...)
page.357
제54장 '타운'호의 이야기
그런데 자네들도 잘 알고 있듯이, 바다든 어디든 이 인습적인 세상에서 남을 지휘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부하들 가운데 인간적으로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발견하게 되면 그 부하에게 억누를 수 없는 반감과 앙심을 품게 되고, 기회만 있으면 탑처럼 우뚝한 그 하급자를 박살내고 먼지 더미로 만들어버리려 하는 법이지.
page.394
제58장 크릴
그러나 뭍사람들은 대체로 바다의 원주민들에게 지독한 편견과 혐오감을 품어왔고, 우리는 바다가 영원한 미지의 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콜럼버스는 서쪽 바다에 떠 있는 하나의 세계를 발견하기 위해 무수한 미지의 세계를 항해했던 것이며, 치명적인 재난 중에서도 가장 무시무시한 재난은 먼 옛날부터 바다로 나간 수많은 사람에게 무차별로 일어났으며, 잠깐만 생각해보아도 젖먹이나 다름없는 인류가 제아무리 자신의 과학과 기술을 자랑하고 장차 그 과학과 기술이 아무리 진보한다 해도, 바다는 최후의 심판일까지 영원히 인간을 모욕하고 살해하며,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당당하고 견고한 군함도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릴 것이다.
page.416
제64장 스터브의 저녁식사
상어 떼는 대서양을 건너는 노예선의 한결같은 수행자이기도 하다. 언제나 질서정연하게 배와 나란히 달리면서, 무언가 운반할 것이라도 있으면, 아니, 죽은 노예라도 바다에 매장할 때면 재빨리 도와준다. 그 밖에도 상어 떼가 가장 사교적으로 모여들어 유쾌한 잔치를 즐기는 일정한 기간과 장소와 기회 등에 대해서는 한두 가지 비슷한 예를 더 들 수 있겠지만, 밤바다에서 포경선에 묶여 있는 향유고래의 사체를 둘러싸고 수많은 상어들이 명랑하고 유쾌한 기분을 드러내는 꼴은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다.
page.479
제78장 기름통과 들통
만약에 테시테고가 고래의 머리통 속에서 죽었다면 그것은 매우 고귀한 죽음이었을 것이다. 가장 하얗고 가장 향기로운 경뇌유 속에서 질식하여, 고래의 몸뚱이에서 가장 은밀한 내실, 즉 지성소에 입관되어 매장되는 격이니, 얼마나 고귀한 죽음이었겠는가.

(...)

이와 마찬가지로, 꿀이 가득 든 플라톤의 머리에 빠져, 거기서 감미롭게 죽어간 사람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page.494
제81장 '피쿼드'호, '융프라우'호를 만나다
창을 던진 순간, 그 잔인한 상처에서는 궤양성 고름이 뿜어져 나왔고, 고래는 견딜 수 없는 고통에 못 이겨 걸쭉한 피를 내뿜으면서 보트를 향해 마구잡이로 돌진해왔다. 그리고 보트와 우쭐한 선원들에게 핏덩어리를 소나기처럼 퍼붓고 플라스크의 보트를 뒤집고 뱃머리를 부숴버렸다. 죽기 직전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page.509
제85장 물보라
오랫동안 잠수하기 전에 공기를 새로 보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고래가 무엇 때문에 이처럼 물보라를 고집하겠는가? 고래는 이렇게 수면으로 올라올 필요가 있기 때문에 추적당할 치명적인 위험 앞에서도 자신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이 거대한 고래가 햇볕도 닿지 않는 수천 길 바다 밑에서 헤엄치고 있을 때는 낚싯바늘이나 그물로 잡을 수 없다. 그러니 포경꾼들이여, 그대들이 승리를 거두는 것은 그대들의 기술이 훌륭해서가 아니라, 수면으로 올라와 숨을 쉬어야 하는 고래의 생리적 요구 때문인 것이다.
page.542
제89장 잡힌 고래와 놓친 고래
'가진 사람이 절반은 임자'라는 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속담이 아닌가? 그 물건을 어떻게 가지게 되었는가는 문제 삼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공화국 노예들의 근육과 영혼은 '잡힌 고래', 즉 주인의 소유가 아닌가?

(...)

인간의 권리와 세계의 자유는 '놓친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모든 인간의 마음과 사상은 '놓친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들이 가진 종교적 믿음의 원칙은 '놓친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표절을 일삼는 사이비 미문가에게 철인의 사상은 '놓친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커다란 지구 자체는 '놓친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리고 독자들이여, 여러분도 역시 '놓친 고래'인 동시에 '잡힌 고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page.649
제112장 대장장이
그것은 바로 '병 속의 마법사'였다. 그 운명의 마개를 열자 악귀가 튀어나와 그의 가정을 망가뜨리고 말았다.

(...)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있을까? 지하실의 망치 소리는 날이 갈수록 뜸해졌고, 망치를 내리치는 소리도 날마다 점점 약해져갔다. 아내는 창가에 얼어붙은 듯이 앉아서 눈물마저 말라버린 눈으로, 울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모든 것을 주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바다는 상상할 수도 없는 흥미로운 공포와 경이와 새로운 활력으로 가득 찬 놀라운 모험의 광야를 그의 눈앞에 유혹하듯 펼쳐놓는다. 그리고 끝없는 태평양의 깊은 곳에서는 수많은 인어가 그들에게 노래를 부른다. "이리 오세요, 비탄에 빠진 자들이여. 수명이 다하기 전에 죽은 죄를 묻지 않는 새로운 삶이 여기 있어요! 죽음을 겪지 않고도 볼 수 있는 경이로운 별세계가 여기 있답니다!"
page.654
제113장 대장간
에이해브는 칼날을 높이 쳐들었다. 흑인들은 좋다고 머리를 끄덕였다. 이교도들은 차례로 그 칼날로 각자의 살을 찔렀고, 이리하여 흰 고래에게 쓸 칼날은 담금질을 끝냈다.
"Ego non baptizo te in nomine patris, sed in nomine diaboli (주님의 이름이 아니라 악마의 이름으로 너에게 세례를 주노라!" 악독한 칼날이 세례의 피를 태우듯이 게걸스럽게 빨아들이자, 황홀해진 에이해브가 미친 듯이 외쳤다.
page.739
제134장 추적ㅡ둘째 날
흰 고래는 차분하고 나른한 물보라, 그의 머리에 있는 신비로운 샘에서 용솟음치는 평화로운 물줄기로 자기가 가까이 있음을 드러낸 것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놀라운 도약이라는 현상으로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가장 깊은 심연에서 최고 속도로 올라온 향유고래는 거대한 몸뚱이 전체를 맑은 공기 속으로 띄워 올려 눈부신 물거품을 산더미처럼 쌓아 올리면서 1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까지 자신의 위치를 알린다.
page.762
제135장 추적ㅡ셋째 날
그 배는 사탄처럼, 하늘의 생명 일부를 길동무로 끌어들여 투구로 삼지 않고는 결코 지옥으로 가라앉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 작은 바닷새들이 새된 소리로 울면서, 아직도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소용돌이 위를 날아다녔다. 그 소용돌이의 가파른 측면에 음산한 흰 파도가 부딪치는가 싶더니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바다라는 거대한 수의는 5천 년 전에 굽이치던 것과 마찬가지로 굽이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