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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신곡
Grit Han
단테 알리기에리, 열린책들
지옥 제3곡
나를 거쳐 고통의 도시로 들어가고,
나를 거쳐 영원한 고통으로 들어가고,
나를 거쳐 길 잃은 무리 속에 들어가노라.

정의는 높으신 내 창조주를 움직였으니,
성스러운 힘과 최고의 지혜,
최초의 사랑이 나를 만드셨노라.

내 앞에 창조된 것은 영원한 것들뿐,
나는 영원히 지속되니,
여기 들어오는 너희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
하늘에서 증오하는 모든 사악함의 목적은 불의이며,
모든 불의의 목적은 폭력이나 기만으로 다른 사람들을 해치는 것이다.
기만이란 하느님께서 가장 싫어하시는 인간 고유의 악이며,
따라서 사기꾼들은 더 아래에 있고 더욱 큰 고통을 받는다.
만인의 죽음이며 궁정의 악덕인 질투는
창녀처럼 황제의 궁정에서
음탕한 눈길을 거둔 적이 전혀 없었으니,

나에 반대하여 모두의 마음을 불태웠고
불붙은 마음들은 황제까지 불태웠기에
그 즐겁던 명예는 슬픈 고통이 되었다오.

나의 영혼은 구차함을 경멸하였기에
죽음으로써 경멸을 피하리라 생각했고
정당한 나 자신에게 부당함을 가했소.
너는 아직도 다른 멍청이들 같구나! 죽어야 마땅할 자비가 살아 있다니.
하느님의 심판에 연민을 느끼는 자보다 더 불경스러운 자가 어디 있겠느냐?
고개를 들고 저놈을 똑바로 보아라.

테바이 사람들의 눈앞에서 발밑의 땅이 갈라졌고 모두들 외쳤지.
<암피아라오스, 어디로 떨어지냐? 왜 싸움터를 떠나느냐?>
저놈은 계속 골짜기로 곤두박질하여 누구든지 붙잡는 미노스에게 떨어졌지.
그놈의 가슴이 등이 되어 버린 것을 보아라.
너무 앞을 보려 했기 때문에 이제는 뒤를 바라보며 뒤로 걸어간단다.
이불 밑에서는 명성을 얻을 수 없으니,
명성 없이 자기 삶을 낭비하는 사람은 대기 속의 연기나 물속의 거품 같은 자신의 흔적만을 남길 뿐이다.
그러니 일어나라. 무거운 육신과 함께 주저앉지 않으려면, 모든 싸움을 이기는 정신으로 그 숨기쁨을 이겨라.
우리는 더 높은 계단을 올라가야 하니 저들을 떠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내 말을 알아들었다면 용기를 내라.
이 톨로메아는 그런 특권이 있는데, 아트로포스가 움직이기도 전에 종종 영혼이 이곳에 떨어지는 경우가 있지요. 그대가 좀 더 기꺼이 나의 얼굴에서 얼어붙은 눈물을 떼도록 말해 주리다.

내가 그랬듯이 영혼이 배신하게 되면, 곧바로 그 육신을 악마가 빼앗아서, 그 이후로 남아있는 시간이 모두 흐르는 동안 줄곧 지배당하게 되지요.

영혼은 이곳 웅덩이로 떨어지지만, 내 뒤 얼음 속에서 겨울을 나는 영혼들의 육신은 아마 저 위에서 볼 수 있을 거요.
연옥 제6곡
나에게 허용된다면, 우리를 위해 땅 위에서 십자가에 못 박힌 오, 최고의 유피테르여,
아니면, 당신의 지혜의 심연 속에서 준비하시는 것은 우리의 모든 지성을 초월하는 어떤 선을 위해서입니까?
연옥 제22곡
베르길리우스는 말하셨다.
덕성에 불붙은 사랑은 자기 불꽃을 밖으로 드러내면 언제나 다른 것을 불붙게 하는 법이지.
그러니 지옥의 림보에 있는 우리들 사이로 유베날리스가 내려와서 나에게 그대의 애정을 밝혀 준 이후로,
그대에 대한 나의 애정은 전혀 본 적 없는 사람을 아주 친밀하게 해주었으니 지금 이 계단들이 더욱 짧게 보인다오.
연옥 제33곡
베아트리체가 말했다.
‘지나친 관심이 때로는 기억을 빼앗기도 하는데, 그래서 마음의 눈이 흐려진 모양입니다. 어쨌든 저기 흐르는 에우노에를 보아요. 그대가 늘 하는 대로 저곳으로 데려가 그의 능력을 되살려 주시오.’

훌륭한 영혼은 핑계를 대지 않고, 다른 사람의 의지가 어떤 표시로 드러나면 곧바로 자신의 의지로 삼듯이, 아름다운 여인은 곧바로 움직여 나를 붙잡았고, 스타티우스에게 우아하게 말했다.
’이 사람과 함께 오세요.’

독자여, 더 길게 쓸 공간이 있다면, 아무리 마셔도 배부르지 않을 달콤한 물을 조금이라도 내가 노래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이 둘째 노래편에 정해진 모든 종이가 이미 가득 찼기에 예술의 고삐는 더 가게 허용하지 않는구려.

나는 그 성스러운 물결에서 돌아왔고, 마치 새로운 잎사귀로 새롭게 태어난 나무처럼 순수하게 다시 태어났으니, 별들에게로 오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천국 제1곡
모든 만물 사이에는 서로의 질서가 있으니, 그것은 우주가 하느님을 닮게 만드는 원리이지요. 여기에서 높은 창조물들은 영원한 가치, 그러한 질서가 만들어진 목적이 되는 가치의 흔적을 봅니다.

내가 말하는 질서 속에서 모든 자연은 서로 다른 조건으로 그 원리에 더 가깝거나 멀게 기울어지게 되고, 그래서 존재의 넓은 바다에서 서로 다른 항구로 움직이며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본능을 간직하지요.

그것은 달을 향하는 불에도 있고, 그것은 동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것은 땅을 뭉쳐 하나로 만들어지지요. 단지 지성을 갖지 않은 창조물들만 그 활을 쏘는 것이 아니라, 지성과 사랑을 지닌 창조물들도 쏜답니다.

그렇게 모든 것을 배려하시는 섭리는 가장 빨리 도는 하늘을 감싸는 하늘을 당신의 빛으로 언제나 평온하게 만들지요. 기쁨의 표적을 향하여 곧바로 화살을 날리는 활시위의 힘이 바로 그곳, 정해진 자리로 지금 우리를 데려가고
있답니다.

소재가 제대로 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형식이 예술의 의도와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실제로 자주 나타나는 것처럼, 그렇게 창조물은 좋은 방향에서 다른 방향으로 돌아설 힘이 있기 때문에 때로는 그 길에서 멀어지기도 하고, 마치 구름에서 번개가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듯이, 거짓 즐거움으로 인해 최초 충동이 땅으로 가기도 하지요.

내 판단이 옳다면, 그대가 올라가는 것은 마치 강물이 높은 산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것과 같으니 놀라지 마오. 아무 방해도 없는데 그대가 아리에 앉아 있다면, 생생한 불꽃이 땅에서 잠잠한 것처럼 놀라운 일일 것이오.
천국 제 18곡
그러니까 그들은 다섯에 일곱을 곱한 자음과 모음으로 보였으니, 나는 나에게 표현된 그 글자들을 보았다.
씌어진 전체의 앞부분은 동사와 명사로 DILIGITE JUSTITIAM이었고, 뒷부분은 QUI JUDICATIS TERRAM이었다.
- DILIGITE JUSTITIAM은 <정의를 사랑하라>는 뜻이고, QUI JUDICATIS TERRAM은 <땅을 심판하는 자들이여>라는 뜻의 라틴어 문구이다.
오, 아름다운 별이여, 우리의 정의는 그대가 장식하는 하늘의 결과임을 얼마나 많은 보석들이 보여 주었는가!
그러므로 나는 그대의 움직임과 덕성이 시작되는 정신께 기도하니, 그대의 빛을 흐리는 연기가 나오는 곳을 보시고, 기적들과 순교들로 둘러싸인 성전 안에서 사고파는 것에 대해 이제 다시 한번 분노해 주시기를.

오, 내가 관조하는 하늘의 군대여, 지상에서 사악한 예를 따라 길 잃은 모든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소서!
예전에는 칼로 싸움을 하였으나, 지금은 경건한 아버지께서 누구에게도 거부하지 않는 빵을 여기저기서 빼앗는구나.
너는 말했지. <그리스도에 대하여 논하는 사람도 없고, 읽거나 쓰는 사람도 없는 인도의 강변에서 한 사람이 태어나는데, 그의 모든 의지와 훌륭한 행동은 인간의 이성으로 판단해 볼 때 삶이나 설교에서 아무 죄가 없습니다. 그는 세례도 받지 않고 믿음도 없이 죽습니다. 어떤 정의가 그를 처벌합니까? 믿지 않는다고 그의 죄가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너는 누구이기에 설교대에 앉아 한 뼘도 안 되는 짧은 시야로 천 리나 멀리 떨어진 곳을 감히 판단하려 하느냐? 만약 『성경』이 너희들 위에 있지 않다면, 나와 함께 자세히 따지는 자에게는 놀랍게도 의심할 만한 것이 있으리라.

오, 지상의 동물들이여, 조잡한 정신들이여! 스스로 선하신 최초의 의지는 최고의 선인 당신에게서 떠난 적이 없노라. 그 의지에 화합하는 것은 정의로우니, 창조된 어떤 선도 그것을 이끌지 못하고, 그 의지가 비추어 선을 낳는 것이다.
천국 제22곡
인간의 육신은 너무도 약한 것이기에 지상에서는 시작이 좋아도 참나무가 싹터서 도토리를 맺을 때까지 지속되지 못하지요. 베드로는 황금도 은도 없이 시작했고, 나는 기도하고 금식하면서 시작했으며, 프란치스코는 겸손으로 수도원을 시작했지요.

만약 각자의 시작을 살펴본 다음 그것이 흘러간 곳을 잘 살펴본다면, 그대는 흰색이 검어진 것을 볼 것이오. 하느님께서 원하셨을 때, 요르단강이 거꾸로 흐르고 홍해가 갈라진 것은, 여기서 도움을 보는 것보다 놀라웠지요.
천국 제23곡
청명한 보름달 밤에 구석구석 하늘을 물들이는 영원한 님페들 사이에서 트리비아가 환하게 웃듯이, 나는 무수한 등불들 위로, 우리의 태양이 하늘의 눈들을 불붙이듯이, 모든 것을 불붙이는 태양을 보았다.
천국 제24곡
‘믿음이란 희망하는 것들의 실체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확증이니, 그것이 믿음의 본질이라 생각합니다.’
그러자 나는 들었다. ‘왜 그는 믿음을 실체에 두고, 이어서 확증에 두었는지 잘 이해한다면 올바로 깨달은 것이다.’
곧이어 나는 말했다. ‘여기에서 자신의 모습을 나에게 보여 주는 심오한 것들이 저 아래의 눈들에는 감추어져 있어서, 그것들의 존재는 오직 믿음 안에만 있고, 그 위에 높은 소원이 세워지며 따라서 실체로 이해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것을 보지 않고 바로 그 믿음으로부터 추론해야 하고, 따라서 확증으로 이해되는 것입니다.’
천국 제33곡
오, 영원한 빛이여, 홀로 당신 안에 있고, 홀로 개달으면서, 스스로 이해되고 또한 이해하면서 사랑하고 미소하십니다.

잠시 동안 두루 돌아본 나의 눈에 그렇게 이해되는 그 원은 마치 당신 안에서 반사된 빛처럼 보였으니, 동일한 색깔의 그 자체 안에 우리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 같았기에 내 시선은 온통 거기에 집중되어 있었다.

마치 기하학자가 원을 측정하기 위해 온통 집중해도 자신이 원하는 원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아쉬워하는 것처럼, 그 새로운 광경 앞에서 내가 그랬으니, 나는 그 모습이 원과 어떻게 합치되고 어떻게 그 안에 들어 있는지 보고 싶었지만, 내 날개는 거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다만 내 정신이 섬광에 맞은 듯했고, 그 덕택에 내 소망은 마침내 이루어졌다. 여기 고귀한 환상에 내 힘은 소진했지만, 한결같이 돌아가는 바퀴처럼 나의 열망과 의욕은 다시 돌고 있었으니, 태양과 별들을 움직이는 사랑 덕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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