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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쓴다
에르메스를 샀습니다
풀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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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 대해 본격적으로 떠들기에 앞서 고백하자면, 나는 소비벽은 있을지언정 사치를 부리는 편은 아니다. 소비중독자를 표방한 주제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값싼 물건을 아주 잦은 빈도로 많이 살’ 뿐 비싼 물건을 구입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라는 말이 무색하게 최근 명품 하나를 들였다. 그것도 명품 위의 명품이라 불리는 에르메스로다가.
최근 돈을 쓴 건 ‘안경닦이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도레이씨 안경닦이다. 손바닥만한 천 주제에 ‘에르메스’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 우습겠지만, 그 성능은 결코 우습지 않다. 매일 안경을 닦으면서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세정력이랄까. 도레이씨가 천에 어떤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반 안경닦이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수준의 깨끗함을 선사한다. 당신의 안경에 세월의 흠집이 잔뜩 묻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면, 그래서 안경알을 교체해야 한다는 고민이 든다면 도레이씨 안경닦이로 일단 한번 닦아보시라 권해주고 싶을 정도다.
아, 안경알이나 카메라 렌즈를 닦는 것 말고도 도레이씨 안경닦이의 기능이 하나 더 있기는 하다. 자존감이 떨어질 때마다 가방에서 이 비싼 천을 꺼내며 되뇌이는 거다. ‘내가 누구? 바로 안경닦이계의 에르메스 사용자!’ 이때 ‘안경닦이’는 묵음이다.
글/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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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칠
이거, 사고 싶어요?
우리팀에 전설적으로 내려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제안서를 쓰다가 문득 '이 마케팅 전략에 설득력이 충분한가'에 대한 고민이 들 때면 ‘그’를 찾아가 질문을 던지라는 것. 질문은 다른 것도 아닌 '파주님, 이거 사고 싶어요?'다. 마치 <해리포터>에서 입학생이 갈 기숙사를 점지하는 마법 모자처럼, ‘소비의 화신’ 파주는 구매의사를 묻는 질문에 즉답한다. “네, 살래요!” 오늘부터 절약을 하겠다며 퇴근길에 조각케이크 3kg를 구매하고 주말엔 물티슈를 40개씩 사두는, 소비의 허들이 몹시 낮다 못해 지하 바닥면에 닿아있는 그는 소비에 관한 한 'NO'를 모른다. 틀림없이 제안서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이며, 자신감을 얻어 다시금 제안서 작업에 착수하라는 전설이다. 물론 제안서가 그를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기획의 방향을 틀어야만 한다는 말도 항간에 돌았지만 단 한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소비에 관한 한 그 누구보다 관대한 인간이므로. 그의 입에서 ‘안 살래요’라는 말이 튀어나온 일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으므로. 글/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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