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를 샀습니다
소비에 대해 본격적으로 떠들기에 앞서 고백하자면, 나는 소비벽은 있을지언정 사치를 부리는 편은 아니다. 소비중독자를 표방한 주제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값싼 물건을 아주 잦은 빈도로 많이 살’ 뿐 비싼 물건을 구입하지는 않는다는 거다, 라는 말이 무색하게 최근 명품 하나를 들였다. 그것도 명품 위의 명품이라 불리는 에르메스로다가. 최근 돈을 쓴 건 ‘안경닦이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도레이씨 안경닦이다. 손바닥만한 천 주제에 ‘에르메스’라는 수식어가 붙은 게 우습겠지만, 그 성능은 결코 우습지 않다. 매일 안경을 닦으면서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세정력이랄까. 도레이씨가 천에 어떤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반 안경닦이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수준의 깨끗함을 선사한다. 당신의 안경에 세월의 흠집이 잔뜩 묻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면, 그래서 안경알을 교체해야 한다는 고민이 든다면 도레이씨 안경닦이로 일단 한번 닦아보시라 권해주고 싶을 정도다. 아, 안경알이나 카메라 렌즈를 닦는 것 말고도 도레이씨 안경닦이의 기능이 하나 더 있기는 하다. 자존감이 떨어질 때마다 가방에서 이 비싼 천을 꺼내며 되뇌이는 거다. ‘내가 누구? 바로 안경닦이계의 에르메스 사용자!’ 이때 ‘안경닦이’는 묵음이다. 글/ 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