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사고 싶어요?
우리팀에 전설적으로 내려오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제안서를 쓰다가 문득 '이 마케팅 전략에 설득력이 충분한가'에 대한 고민이 들 때면 ‘그’를 찾아가 질문을 던지라는 것. 질문은 다른 것도 아닌 '파주님, 이거 사고 싶어요?'다. 마치 <해리포터>에서 입학생이 갈 기숙사를 점지하는 마법 모자처럼, ‘소비의 화신’ 파주는 구매의사를 묻는 질문에 즉답한다. “네, 살래요!” 오늘부터 절약을 하겠다며 퇴근길에 조각케이크 3kg를 구매하고 주말엔 물티슈를 40개씩 사두는, 소비의 허들이 몹시 낮다 못해 지하 바닥면에 닿아있는 그는 소비에 관한 한 'NO'를 모른다. 틀림없이 제안서에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이며, 자신감을 얻어 다시금 제안서 작업에 착수하라는 전설이다. 물론 제안서가 그를 설득시키지 못한다면 기획의 방향을 틀어야만 한다는 말도 항간에 돌았지만 단 한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소비에 관한 한 그 누구보다 관대한 인간이므로. 그의 입에서 ‘안 살래요’라는 말이 튀어나온 일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으므로. 글/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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