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이별+이직=인생

이사, 이별, 이직은 풀칠 필진 4명이 모일 때마다 이야기하는 주제입니다. 줄여서 ‘3이’라고도 말하죠. 20대 초부터 30대 초인 지금까지 거의 10년째 알고 지낸 저희에게 ‘3이’는 서로의 시절에 붙이는 색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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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숱한 ‘3이’로 시작하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저희는 ‘3이’를 매개로 인생을 파악하는 나름의 이론을 정립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3이론’이라고 하겠습니다. (훗날 저희 풀칠 멤버들을 ‘삼이 학파’라는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저희는 놀라지 않을 것입니다.) ‘3이론’을 길게 늘어놓자면 밤을 새워도 모자라므로, 여기서는 핵심만 소개하겠습니다. ‘3이론’은 결국 이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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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정말로 그렇습니다. 인생이란 결국 의미를 부여한 것들을 이어붙여 만든 이야기의 형태일 수밖에 없는데, 우리가 ‘의미 있다’고 얘기하는 것들은 대부분 사랑과 일과 집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테니까요. ‘3이론’에서, 사랑과 일과 집은 개인의 존재 조건입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으로부터, 일로부터, 집으로부터 유래했습니다.

모두가 사랑과 일과 집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저희가 ‘3이론’을 얘기할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별과 이직과 이사는 얼마나 흔하던가요. 사랑과 일과 집은 태산같이 무거운 존재 조건이면서도, 동시에 한없이 가벼운 일시적 현상이기도 합니다. 상실이 너무너무 흔하므로, 인생은 사랑과 일과 집의 총합이 되는 대신 이별과 이직과 이사의 총합이 되죠.

그런데, ‘3이론’에서 해명해야만 하는 중요한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존재 조건이 흔들릴 때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있고, 또 살아갑니다. 애인과 헤어져도 다음 날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서 머리를 감고 지하철에 몸을 싣고 출근을 하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천문학자들이 우주의 질량을 설명하기 위해 관측은 불가능하지만 존재하긴 하는 ‘암흑물질’이라는 개념을 발명했듯이, 저희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 인식되진 않지만 우리를 세상에 비끄러매두는 역할을 하는 무언가를 포착할 수 있는 개념을 발명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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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념은,

1. 낯선 사람이 나를 위해 붙잡아두는 엘리베이터, 빨래방에서 세탁기의 회전을 바라보며 얻는 평온, 탄수화물에 귀신같이 달래지는 허기처럼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대가 없이 건네받게 되는 온기를 품고 있으면서도,

2.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월요일 아침 머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이도 흔들리지만 출근하기 위해 꾸역꾸역 옷 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 의지 또한 녹아있어야 하며

3. 그러면서도 너무 비장하거나 영웅적이면 안 됩니다. 영웅이란 사랑과 일과 집을 쟁취하는 사람이지 그걸 상실하고도 어째서 살아지는지를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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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개념이 바로-이미 짐작하셨듯이-'풀칠'입니다.

우리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을지언정 근근이 먹고 살길 관두진 않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힘이 좀 생기면 밥벌이 이상의 무언가를 꿈꾸며 꿈틀거려보기도 하고요. 유난히 힘든 하루를 보낸 날 밤에도 무드 등을 켜고 책 좀 읽다 끄적대는 걸 포기하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 밤(지각이 잦긴 하지만), 평일의 반환점마다 인생의 의미가 되기엔 시시하지만 불가해한 방식으로 삶을 지탱하는 토양이 되어주는 ‘풀칠적인 순간’들을 변변찮은 솜씨로나마 글로 써 보내는 일을 계속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별과 이직과 이사를 거쳐 돌아온 <풀칠>의 네 번째 시즌, 진짜_진짜_최종으로 출발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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