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를 입지 않은 채 지하철을 탄다. 출근길의 지하철에선 다들 남을 쳐다보는 것이 금지된 일인 것처럼 굴기 때문에 바지를 입지 않은 것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침에 바쁘게 준비하다 보면 뭐 하나쯤은 반드시 집에 두고 오기 마련 아닌가. 어쩌다 눈이 마주치는 사람과는 가볍게 눈인사를 하며 텔레파시를 나눈다. 보아하니 집에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오셨군요. 아하, 그쪽은 집에 정신머리를 두고 왔군요. 아이쿠, 저는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일부러 집에 연민을 두고 왔답니다. 아? 당신은 집에 바지를 두고 오셨군요. 뭐, 그럴 수도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