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놈들 또 시작이네
특정 이벤트가 있을 때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는 여러 사람의 계정으로 비슷한 구도 또는 풍경의 사진과 영상이 집중적으로 올라온다. 여름이면 돌아오는 워터밤이나 흠뻑쇼가 대표적이다. 작년 이맘때엔 메타버스 기반 SNS인 본디가 그랬다. 지금은…음…어디 보자…인스타를 켜볼까? 어…요즘엔 데스커 라운지라는 데에 많이 가는 것 같다. 물론 각각의 이벤트에 반응하는 집단이 완전히 같진 않다. 워터밤이나 흠뻑쇼를 가는 이들과 데스커 라운지에 가는 이들의 교집합은 작다. 그럴 수 있지. 아무리 대중 이벤트처럼 보여도 누군가에겐 오늘의 운세나 날씨보다 가치가 낮은 정보일 수 있으니까. 아마 서로 다른 그 집단들의 평균이 나일 것이다. 내게는 그들 모습 중 일부가 담겨있다. 전부가 아닌 일부가 담겨있어서 문제다. 인스타에 전시되는 무언가가 오늘의 운세나 날씨보다 흥미롭지 않으면 상관없을 텐데, 대충 알긴 해서 부럽다. 제대로 알았다면 나도 이미 그들 중 하나였을 텐데, 그건 또 아니라 부러워만 한다. “나한테는 장들레가 그래미”라는 친구의 말에 자기 취향을 꾸준히 디깅하는 사실을 몰래 부러워했던 것처럼. 하지만 나는 내가 부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티내지는 않는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애쓴다. 부러워하는 마음을 오히려 그쪽으로 나아가는 동력으로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모르지. 나는 그저 숨기려 했을 뿐. 지금의 모습은 그 결과다. 어떻게 숨겼냐고? 한 마디면 충분했다. “인싸 놈들 또 시작이네.” 그렇게 나는 지속가능한 아싸가 돼 갔다. 인싸 놈들을 바라보는 나의 심정은 대체로 ‘아니꼬움’으로 요약되시겠다(물론 기저에는 부러움이 자리 잡고 있으나 그 위에 덮인 마음 또한 ‘찐’이긴 하다). 그들은 대개 무리지어 다니기 때문이다. 현대판 품앗이다. 스트리머들의 합방처럼 말이다. 호스트와 게스트의 역할만 다를 뿐 똑같은 사람들이 나오는 조금 다른 콘텐츠가 무한 증식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인싸 무리는 이너서클이 된다. 단순히 개개인의 합이 아니라 그 개개인을 지켜주는 하나의 울타리로 형성되는 것이다. 이너서클은 계속해서 크고 단단해진다. 그걸 보면 기분이 영 별로다. 조선시대 양반댁 담장 안쪽은 넘볼 수 없었지만 요즘 이너서클은 인스타 등 SNS를 통해 내부가 훤히 보이는 투명한 벽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CES 참가가 과연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주제로 다소 비판적인 의견을 실은 기사를 읽었다. 특히 눈에 들어온 단락의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 매년 한국인들의 경쟁적인 CES 참가 열기로 인해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CES에 대한 FOMO(Fearing Of Missing Out) 현상까지 생겼다고 한다. CES에서 모여야만 소위 말하는 ‘인싸’가 된다는 것이다. (…)" *[쫌아는기자들] CES 혁신상의 이면, 김진환, 2024-01-19, 조선일보 한동안 SNS에 올라오던 인증샷들이 떠올랐다. 각자의 분야에서 한가락 하시는 분들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뭉쳤다. 모르긴 몰라도 난 그 인증샷이야말로 그들이 CES를 찾은 이유에 대한 복합적인 상징이라고 생각한다. CES라는 공간에서 그만한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이들이 교류하다보면 얻는 것이 단지 인싸의 자격에 대한 확인뿐일까?. 글쎄. 친목도모에서 비롯되는 만족감은 물론 그 이상의 자극도 분명히 있었을 테다. 혁신과 성장의 씨앗. 그러니까 이건 좀 복합적인 얘기다. 인싸들은 ‘중심’의 두 가지 층위를 동시에 점유한다. 하나는 ‘자기 자신의 중심’이요, 둘은 ‘세상의 중심’이다. 그 사이의 싱크를 맞춰가며 제각기 성취를 이루고 그것을 바탕으로 명성을 쌓고 그 명성에 어울리는 자리에 가서 비슷한 이들끼리 교류하며 함께 서 있는 곳을 세상의 중심으로 만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