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그래요, 저는 온갖 부정적인 것들입니다. 실은 저는 불효자이고, 패배자이고, 도망자이며, 앞서서는 애써 부정했지만, 맞아요, 저는 비겁자도 맞습니다. 그 이유가 어떤 것이든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결국에는 비겁했다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도망은, 때로는 현명하다고도 하지만, 적어도 제가 하는 도망이라는 것은, 저에게 닥친 무언가를 극복할만한 수단을 물색하기 위해 시간을 버는 행위가 아닌, 그저 놀고 쉬며 여유를 부리기 위해 제 자신이 파멸하고 말 시간을 아주 조금 늦추는, 정말이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모자란 행동에 불과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제가 제 자신에 대해 제아무리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고 한들, 무엇이 달라지겠습니까. 무엇도 알지 못한 채 죽은 사람의 시체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죽은 사람의 시체를 당신은 구별할 수 있습니까? 그래요, 결국 죽는다면 모두 똑같은 겁니다. 죽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