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만남
8년이라는 연애가 어느순간부터 느슨해지고 가족같은 사이가 되어 굳이 결혼까지 할 필요가 있나. 이따금씩 이렇게 지루하고 따분해 사랑이라는 단어가 또는 감정이 뭐였을까 싶어 헤어질 명분을 찾고 있을 때 그를 만났다. 한참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함께 맛집을 찾아다니다 꼭 가봐야지 했던 바에서 이상하게 첫 만남부터 되도않는 것들을 물어봤다. 예를들면 이런 가위는 어디서 사오는건지, 얼마쯤 하는지 등등. 그는 사장님이었고, 나는 손님이었다. 신나게 질문공격을 하는 나를 보며 친구는 집 가는 길에 나답지 않게 왜 그리도 많이 말을 거냐고, 가게 분위기가 좋다고 너무 단숨에 누군가랑 친해지려 하지 말라고 했다. 분위기가 좋으니까 음식들이 맛있으니까 술은 이 친구랑만 먹으니 그 이후로도 계속 또 가자고 조르고 졸랐다. 친구는 마지못해 함께 간 뒤면 항상 그 사람 좋은사람 같지 않아, 가까이 하지 않는게 좋겠어. 돈 벌려는 수작이야 라며 나와 그의 거리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내 생일파티도, 친구의 퇴사파티도 꽤나 자주갔다. 다양한 명목으로 가야 할 큰 이유들이 없어지고나니 어떤 이유로 또 갈 수 있을까를 궁리하는 찰나. 그에게 디엠이 왔다. 왜 요즘은 안오세요? 언제 오실거에요?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에 대해 궁금한 것 처럼 그도 내가 궁금한걸까? 친구는 그저 장사꾼의 혀에 넘어가지 말라고 했다.
- Har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