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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잘못된 만남
Har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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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이라는 연애가 어느순간부터 느슨해지고 가족같은 사이가 되어 굳이 결혼까지 할 필요가 있나. 이따금씩 이렇게 지루하고 따분해 사랑이라는 단어가 또는 감정이 뭐였을까 싶어 헤어질 명분을 찾고 있을 때 그를 만났다.
한참 친하게 지내던 친구와 함께 맛집을 찾아다니다 꼭 가봐야지 했던 바에서 이상하게 첫 만남부터 되도않는 것들을 물어봤다.
예를들면 이런 가위는 어디서 사오는건지, 얼마쯤 하는지 등등.
그는 사장님이었고, 나는 손님이었다.
신나게 질문공격을 하는 나를 보며
친구는 집 가는 길에 나답지 않게 왜 그리도 많이 말을 거냐고,
가게 분위기가 좋다고 너무 단숨에 누군가랑 친해지려 하지 말라고 했다.
분위기가 좋으니까 음식들이 맛있으니까
술은 이 친구랑만 먹으니 그 이후로도 계속 또 가자고 조르고 졸랐다. 친구는 마지못해 함께 간 뒤면 항상
그 사람 좋은사람 같지 않아, 가까이 하지 않는게 좋겠어. 돈 벌려는 수작이야
라며 나와 그의 거리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내 생일파티도, 친구의 퇴사파티도
꽤나 자주갔다. 다양한 명목으로 가야 할 큰 이유들이 없어지고나니 어떤 이유로 또 갈 수 있을까를
궁리하는 찰나. 그에게 디엠이 왔다.
왜 요즘은 안오세요? 언제 오실거에요?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에 대해 궁금한 것 처럼 그도 내가 궁금한걸까?
친구는 그저 장사꾼의 혀에 넘어가지 말라고 했다.
친구가 바빠서 요즘 같이 잘 못가요
시간맞춰서 또 놀러갈게요
라고 답장하니
혼자 오면 되지 왜 굳이?
라는 말에
장사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술을 잘 못먹으니 나로서 그날의 매출에 별 도움은 안될테니까.
제 친구도 혼술하러 자주 와요
그리고 혼술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라는 말에 고민 또 고민하다가 못할거 뭐있어, 목마른자가 우물을 파야지 하고 곧장 달려갔다.
일반 손님과는 다르다고 느꼈다.
바에서 마주보며 나를 특별히 더 신경써주는 그
식사 안했다고 하니
볶음밥이라도 해드릴까요?
라며 메뉴엔 없는 음식을 내어주었다.
그리곤 그때부터 끼니를 거르는 나를 위해,
밥해주겠다며 나를 불러내며 맛있는 음식들을 차려줬다.
가게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나를 위한 음식들의 사진이 올라갔고,
다른 단골손님들도 차차 나의 음식들을 찾게되었다.
그러다보니 친구와 같이 가는것 보다 혼자 가는게 편해졌다.
그가 타주는 하이볼과, 처음 먹어보던 위스키
그리고 볶음밥 또는 나폴리탄파스타는
어느순간부터 나만의 것이고 싶었다.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하게되었다.
오래 만난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할 빌미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어 라며
직접적인 상처를 주고싶진 않아
시간을 두고 이 현상을 지켜봐야겠다 생각했다.
월요일은 사장님이 쉬는 날이다.
그런데 그에게 연락이 왔다.
가게로 와줬으면 좋겠다고.
왠지 내가 좋아한다고 말을 하게 될 것 같았고,
그러니 가면 안될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음이 생각을 이겨 결국 가게로 향했고
항상 있던 자리가 아닌 손님석에 앉아 홀로 위스키를
마시던 그는 나를 반겼다.
나란히 앉아 어색한 마음에
이렇게 오라하면 내가 못올줄아냐며 이런저런 장난도 치다
근처 포차에 가서 소주를 먹었다.
그는 참이슬은 싫고 새로가 좋다고 했다.
둘이서 적어도 내 치사량은 훌쩍 넘길만큼 넘겨서
사실 그날의 기억이 잘 안난다. 드문드문?
끊긴 필름 속에서 나는 그와 키스를 하였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것같다고도 고백했다
자고 일어나보니 그에게 연락이 무쳑 많이 와있었다.
물론 디엠으로.
우리는 연락처는 모르지먼 키스하고 고백은 한 사이였다.
그에게 연락처가 담긴 메세지가 와있었고,
확인하면 전화달라는 디엠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어제 무슨일이 있었는지 아느냐며 묻는 그에게
나는 쿨한척
우리 키스했잖아요 그 이상은 안했고
라고 했다.
그는 나에게
나 좋다한거 진짜에요?
라고 물어봤고,
전화로 할 얘기는 아닌것같은데 어제 이미 얘기도 했고
라고 답했다.
그렇게 그날 저녁 다시 만나 우리는 사귀는 사이가 되었다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더이상 사랑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8년이나 함께 한 남자친구가 있으니 누군가는 나에게 돌을 던질수도 비난할수도 있다는 것을.
그런데 그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7년 사귄 여자친구와 무려 동거중이었고, 그도 그녀와의 관계에서 사랑이라는것, 지속가능성의 이유를 잃어버려
헤어짐을 얘기할 수 있는 마땅한 또는 타당한 타이밍을 찾고있다고 하였다.
나는 각자의 연인에게 서로의 이유로 헤어지지는 말자고 했다.
그러다보니 우리가 만나도 누가 볼까봐 손을 편하게 잡고 다닐 수도 또 누가 들을까봐 마음 편하게 애칭을 붙여 부를 수도 없었다.
나는 그때부터 그의 가게를 매일 가기 시작했다.
가게가 시작되는 6시부터 끝나는 새벽 2시까지
나의 루틴이되어 온종일 그를 만날 수 있는 시간만 기다리게되었고, 새벽2시가 되면 우리는 24시 밥집들을 찾아 우리만의
시간을 가졌다.
그때 가는 가게 사람들은 우리를 언제나 기억했다.
그도 그럴게 그 시간에는 마음껏 애정표현을 해도
보는 눈이, 듣는 귀가 없으니까
사랑 가득한 예쁜 커플로 봐주었다.
반면 그의 가게에서는 철저히 단골손님 중 하나로
선을 지켜야 했다.
그의 모든 손님들은 그의 여자친구를 또는 그녀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종종 가게 일을 도와주러 나온다고도 했다.
혼술을 해본적이 없던 나는 혼자 술먹는 것도
또 이렇게 누군가를 오랫동안 기다린 적도 없었기에
기다림의 시간은 단골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해주었고
점차 그는 나에게 단골손님들에 대한 불만을 표하며
이사람은 이래서 이상해, 저사람은 저래서 별로야
라고 내가 그들과 거리를 두길 바랬다.
나는 그의 일상엔 가게밖에 없으니
또 사람들은 좋은것보다 안좋은 점을 더 크게 기억하고
이렇게 스트레스 푸나보다 싶어
그랬구나 하면서도
나는 그와의 시간을 위해 더 어울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면 우리는 종종 싸웠다.
친하게 지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왜 자꾸 그러는지
그럼 나는 또 내 생각과 마음들을 전하며 화해가 반복이었다.
만나게 된지 몇주동안은 키스 뿐 그 이상의 진도는 없었다.
그는 그의 여자친구와 나의 남자친구때문에 조심스럽다고 하였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시작이 어려울뿐.
모텔에서는 우리가 어떤 시간에 어떤 짓을 해도
우리만의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나선
나는 더이상 새벽2시까지 바에서 기다리지 않고
일찌감치 모텔에 가서 내 할일을 하며 기다리게 되었다.
잘 알고 있었다 얼마나 잘못된 관계인지를.
그리고 이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나라도 남자친구와 빨리 정리하고 떳떳하게 만나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만나던 찰나
그가 아침부터 연락이 없더니 점심시간쯤 불쑥
혼자 술먹고있다며 퇴근하고 이쪽으로 올 수 있음 오라며
주소를 찍어 보냈다.
일하는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
퇴근하자마자 바로 달려간 그는 만취상태로 몸도 못가누었고,
나는 이유를 먼저 물어보지 않았다.
그기 이야기 해줄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술잔을 따라주며 아무말없이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한참 뒤 왜 아무말도 묻지 않냐던 그는 먼저
여자친구에게 내 카톡을 들켰다며
그래서 헤어지게될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고 했다.
헤어지고싶지 않은거냐 물었다.
그리고 그는 헤어지고싶은 마음이 확고한데
그냥 여자친구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그로 인해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순간이 오면
같은 마음이었겠다 싶어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우리가 밖에서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한 건
단 두 번.
회사사람들과 회식이 있어 못만날것같다고 전한 날.
너가 항상 기다리니 오늘은 내가 기다릴게
라며 한남동에서 기다리고있는 그를 위해 재빠르게 나와
모든 가게가 문닫아도 마냥 행복했던.
또 날이 화창하던 어떤 날 갑자기 호암미술관을 가자며, 오늘이 날이라기에 나의 모든 일정을 미루고도 나를 위한 음악을 틀어준 그를 보며 온 날씨와 공기가 우리를 위한 것 같았던
두 번.
그는 여자친구와의 이별을 미뤘다.
미룬건지 이별이 길어지는건지는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7년이라는 시간을 단시간에 그것도 나때문에
정리하는건 쉽지 않은 일일거라 생각했다.
기다리다보면 우리가 밖에서 그리고 낮에 더 함께할 시간이 많아질거라 생각했다.
가게에 찾아오는 단골손님들의 이름도 안부도 모두 알아갈 무렵 딱 한명의 여자분과는 친해지지 못했다.
왠지모르게 친해지고싶지 않았다.
그의 말따라 굳이 단골손님들 하나하나 다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었으니까.
차츰 그와의 관계가 멀어졌다
아니 내가 멀어졌다기보다는 그가 나에게 연락하는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예를들면 여자친구랑 이번주에는 진짜 헤어진다는 둥
바 준비를 도와주시는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둥.
그렇게 나는 매일 가던 공간을 그와 함께 잃어버렸다.
갑자기 나로인해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느껴서
여자친구랑 헤어지는데에 집중하고싶다고.
꽤나 갑작스러웠다.
연락하는 빈도는 줄었지만 그 공간에 가면 그는 평소처럼 나를 위해줬으니까.
태어나서 생전 처음 느껴보는, 누군가의 죄책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가늠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왔다.
그래서 어떤 말을 할수도 붙잡을 수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서 그때도 서로라면 다시 이야기해보자는 마무리로 우리는 끝났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이 되지 않아
편찮으시다던 어머니는 아픈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그는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친해지지 못한 또는 친해지고 싶지 않던 그 여자분이었다.
그렇게 허무하게 끝이났다.
나는 그에게 뭐였길래 그랬을까?
아무것도 아닌 거짓말의 시간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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