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집을 키우려고 했다. 내가 나 이려면 뭐라도 해야했고, 그래야 살 것 같았다. 그런데 이제 다 모르겠어 능력과 쓸모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를 좋아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어떤 사람이든 있는 그대로 웃고 떠들 수 있는, 그러다가도 서로의 분야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사람이 따라온다고 믿었다. 그러니까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 덮어두고 있지만 철저히 이득에 의한 관계인 걸 알잖아. 그런 것들은 가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로 이루어지는 것도. 그래서 아마 어른의 마음을 동경하고, 노력을 알아주는 마음에 끌려다닌다. 이게 그 사람이 말하던 빌려사는 삶이겠지 내가 필요했으면 좋겠어, 내가 아니어도 괜찮은 곳에 존재하고 싶지 않다. 어떤 일을 하고 싶냐고 물었지, 사회의 부속품이 아닌 곳에서 일하고 싶어. 대체할 수 없는 전문성이 필요한걸까? 그래서 어떤 분야를 택할래 물으면, 나는 전부 대체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회사에서는 어차피 다시 교육해야하고, 그럼 무슨 의미가 있는지. 흥미로만 온 곳에는 답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잘하고 있다는 말이 진심으로 들린 적이 없다. 나를 두고 떠났을 때, 내 쓸모를 다시 생각했어. 나도 이미 피곤한데, 쉬려고 누운 곳에서 왜 다시 나를 평가받아야 했는지. 머릿속에 하나도 들어오는 게 없었다. 내가 쥔 것들 중에 하나인 것 뿐인 걸, 내 한계를 보고 싶었던거야? 그래 신경써주고 싶은 마음이겠지. 나한테 잘하고 있다고 하는 건 진심이었어? 내 눈에도 무너지는 것들이 보이고, 여전히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내 한계를 보는 심정은 항상 숨이 막히기만 했다. 너가 기대했던 나는 이런 사람이었어, 이제 어때? 차라리 마음껏 실망하고 그대로 도망가지 그랬어. 더이상 볼 수 없다고 해도 나는 아무말 못할텐데. 너한테 나는 쉽게 놓을 수 있는 관계일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사진이 있는 폴더를 지우고, 생각을 정리한 답장을 보냈다. 무슨 마음으로 걸었어. 이럴려고 왔냐라는 물음에 왜 그런 말투로 아니라고 대답했어, 생각이 많아진 관계에 지칠거잖아. 네가 주려는 도움을 나는 보답할 수 없어. 너에게 내 쓸모의 대답을 못해도 함께일 수 있을까. 나한테 너무 시간쓰지마, 소중한 너의 생의 일부를 내게 허비하지 마. 나는 그 물음표의 답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