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일기

피와 욕망이 함께 묻어 있는 도시의 얼굴과 그 이면
삶은 태도다
삶은 태도다. 태도에서 모든 것이 결정되고 바뀐다. 태도는 사람을 대하는 매너를 만들고, 일을 대하는 자세를 만들고, 자기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잡는다. 욕망이 삶을 변화시키진 않는다. 본질적으로는 태도만이 모든 걸 바꿀 수 있다. 어느 날 택시를 탔을 때 만났던 70대 어르신은 달랐다. "승객께서 호출하신 곳으로 가지 못하고, 이곳에서 전화하고 문자를 한 이유는요"라며 자초지종을 차분하게 설명하셨고, "이 동네는 관광객이 많아서 골목까지 차가 막히는 곳이어서 이쪽 방향으로 일부러 가고 있습니다. 여기만 벗어나면 좀 나아질 거예요"라고 안내를 해주셨다. 심지어 이곳의 로컬 맛집들을 안내해드릴 수도 있다는 말씀까지 할 때는 좀 뭉클했다. 아들뻘되는 사람에게도 작은 순간 하나까지 최상의 경험을 주려는 모습이 느껴져서였다. 나이가 든다면 저 모습이고 싶다는 생각을 가는 내내 했다. 다른 경험도 있었다. 허리가 너무 좋지 않아서 그날은 병원 가는 길에 택시를 불러서 탔다. 기사님에게 전화가 왔었다. "xx택시 기사 xxx입니다. 손님이 계신 곳까지 약 2분 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놀랐다. 통상 콜이 잡히고 뒤늦게 전화가 오는 경우는 부득이한 상황이 발생하여 취소를 요청하는 콜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전화는 달랐다. 더 놀랐던 건 이어지는 안내말씀에서였다. "손님, 출발하겠습니다. 내비대로 운행하겠습니다. 목적지까지 약 22분이 소요되겠고, 도착 예정 시간은 2시 10분입니다. 손님 시간은 괜찮으십니까?" 어떤 분에게서도 이런 말씀을 들은 적은 없었다. 소요시간과 도착예정시간에 더해 시간 늦지 않겠냐는 걱정까지. 그때 격이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무엇을 하든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생각하고 살았지만, 실제로 목도하니 형언할 수 없는 느낌들이 내게 다가왔다. 정말 잘되고자 하면 나의 태도와 자세는 어떠한지, 일의 경중과 인간관계의 깊이와 상관 없이 모든 걸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였다. 거리는 여전히 내게 많은 걸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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