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명상을 시작했을 때, 나를 감싸던 것은 온통 불안과 초조함이었다. 그 감정들은 내 마음의 가장자리에서 바람처럼 속삭이며 나를 긴장하게 했고, 세상의 모든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했다. 작은 일에도 흔들리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안정을 갈구하던 날들이 반복됐다.
하지만 오늘, 아니 어제와는 다른 오늘, 나는 그 감정들 사이로 스며든 조용한 틈을 발견했다. 눈을 감고 호흡을 들이마실 때, 불안은 여전히 어딘가에 있었지만, 그것이 나를 지배하지는 않았다. 그저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느껴졌다. 무게는 줄어들었고, 가슴 한 켠에 자리했던 긴장은 조금씩 녹아내렸다.
명상의 시작은 늘 그렇듯 몸을 느끼는 것에서 출발했다. 내 몸이라는 신전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나는 천천히 머리에서 가슴으로 의식을 내렸다. 그리고 그 순간,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어떤 따뜻한 것이 밀려들었다. 처음엔 희미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건 분명 빛이었다. 이미지로 떠오른 건 아니었지만, 감각적으로 너무도 명확한 ‘빛의 감촉’이었다.
그 빛은 차가운 게 아니라, 마치 따뜻한 봄볕처럼 부드럽고 애틋했다. 가슴 한복판에 그 빛이 닿자, 나는 마치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난 것 같은 안도감을 느꼈다.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반가웠다. 그 감정이 너무 부드러워서, 나는 내 몸이 투명해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나를 감싸고 있던 불안이라는 옷이 조용히 벗겨지는 느낌. 그 아래에는 이미 평온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담담함이란 단어는 어쩌면 감정을 배제한 상태로 오해될 수도 있지만, 이때의 담담함은 오히려 깊고 따뜻한 수용이었다. 세상의 흐름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고, 다가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여유였다. 가슴에서 스며든 빛이 그런 자세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신뢰였다. 나 자신에 대한, 그리고 이 흐름 자체에 대한.
명상의 후반부에 접어들 무렵, 나는 상상 속에서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빛을 그렸다. 그 빛은 나를 바라보는 ‘무언가’의 자애로움을 상징했다. 그건 신성이라 불러도 좋을 영성의 형상이었고, 그 빛이 내 몸과 마음을 관통하자, 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포근한 지복감을 느꼈다. 바로 그 순간, 나는 온전히 ‘가슴의 나’와 연결되어 있었고, 머리의 나도 그 감정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이 경험은 결코 특별하거나 극적인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조용하고 담백했다. 그러나 그 담백함 속에서, 나는 진실을 느꼈다. 내면의 공간이 넓어졌고, 외부의 자극에 덜 흔들리는 나를 발견했다. 이 작은 변화가 어쩌면 삶 전체에 파장을 줄 수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빛이 스며드는 감각은 더이상 낯설지 않았다. 나는 그 빛과 하나가 되어, 더 이상 어제의 내가 아니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따뜻한 평온은 내가 그토록 원하던 안식이었고,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안식 안에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