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은 언제나 조용히 찾아온다.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허락을 구하지도 않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마음의 가장자리를 적시며 나를 찾아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불안은 낯설지 않았다. 오히려 그 속에서 나는 오래된 향기를 맡았다. 과거에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이들의 눈빛이 어렴풋이 가슴속을 스쳐갔다.
그리움인지 후회인지 모를 감정들이 한 줄기 바람처럼 마음을 지나갈 때, 나는 그 바람에 몸을 맡겼다. 눈을 감고, 가슴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괜찮아, 그냥 느껴보자.”
숨소리는 점점 느려졌고, 생각은 물러났다. 대신 이미지들이 피어났다. 과거의 인연들이 구름처럼 떠올랐다 사라졌다. 누군가는 따뜻했고, 누군가는 아팠다. 그러나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도 나를 해치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나의 일부가 되어, 한 조각 추억처럼 가슴에 안겼다.
불안함은 여전히 내 안에 있었지만, 그 감정은 더 이상 나를 삼키지 않았다. 오히려 그 감정이 나를 더 깊은 곳으로 이끌었다. 마치 어두운 동굴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느낌. 어둡지만 이상하게 편안한, 낯설지만 익숙한 공간. 나는 그 속에서 나를 만났다. 머리의 내가, 가슴의 나에게 조용히 말을 걸었다.
“너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어?”
가슴의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 장면을 보여주었다. 어린 시절, 혼자 남겨졌던 기억. 그 속의 나는 말없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 아이의 곁에 앉아, 말없이 손을 잡아주었다. 그 순간, 가슴속에서 따뜻한 무언가가 번졌다. 아마 그것이 연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연민은 자비로 이어졌다.
나는 몸을 느끼기 시작했다. 손끝에서, 발끝에서, 따스한 기운이 퍼졌다. 마치 보이지 않는 빛이 하늘에서 내려와 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 그 빛은 무언가 신성한 존재의 속삭임처럼 느껴졌다. 이 빛이야말로 내가 기다려온 영성이었다.
그 빛 속에서, 나는 지복의 순간을 맞았다. 시간은 멈췄고, 나는 그저 존재했다. 아무것도 되지 않아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그렇게 30분이 훌쩍 지나갔지만, 나는 그 자리에 더 오래 머무르고 싶었다. 떠나고 싶지 않았다.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오히려 두려웠다. 이 고요함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를 온전히 만났기 때문이다.
명상을 마치고 나서도 그 잔상이 오래도록 남았다. 사람들의 얼굴이 다시 떠올랐고, 이번엔 조금 다른 감정이 따라왔다. 그들은 여전히 내 삶 속에 있지만, 나는 이제 그 관계를 더 다르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불안함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것이 나를 더 깊은 몰입으로 데려다주는 문이 되어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오늘의 명상은, 불안에서 시작되어 평화로 끝났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는 나 자신과 화해했다. 머리의 내가, 가슴의 나와 손을 잡은 그 순간. 우리는 함께였다. 그리고 그 순간이야말로, 내가 찾고 있던 신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