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고요 속, 눈을 감았다. 세상은 아직 잠들어 있었고, 나만이 깨어 있었다. 숨소리가 천천히 가라앉으며, 나는 나의 내면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 미세하게 진동했다. 그것은 가느다란 연민의 실이었고, 나는 그 끝을 따라 나아갔다.
그 사람을 떠올렸다. 나에게 함부로 말하고, 행동했던 사람. 그의 말과 눈빛은 날카로웠고, 나는 그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베이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 하지만 오늘 아침, 그를 떠올리며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분노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었다. 그것은 연민이었다. 아주 깊고 조용한 연민.
그는 왜 그토록 거칠었을까. 마음이 병들어 있었을까. 아니면 그조차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은 채 살아가는 존재였을까. 나는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려 애썼다. 그때 떠올랐다. 불완전한 인간의 육신. 병들고, 쇠약해지고, 결국 썩어가는 이 몸. 그의 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 그 불쌍한 모습이 문득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올랐다.
그 이미지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연민은 고요하게 피어났고, 그 연민은 더 이상 그를 향한 감정만이 아니었다. 나 자신에게도, 세상 모든 불완전한 존재들에게로 번졌다. 그렇게 마음을 가만히 두었을 때, 상상 속에서 빛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맑고 따뜻한 빛. 아주 높은 곳에서, 조용히, 천천히. 그 빛은 나의 머리를 지나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그 순간, 가슴이 약간 미어지는 듯했다. 아프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애틋하고도 투명한 통증. 그것은 마치 오래된 상처를 닦아내는 정화의 감각 같았다. 빛은 점점 더 깊숙이 들어왔고, 나는 저항하지 않고 그 안에 머물렀다. 내 안의 무언가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연민 속에서 그 사람을 용서하고 있었다. 아니, 용서라는 말조차 필요 없는 어떤 상태. 그저 그 존재 자체가 안타깝고, 이해되며, 받아들여졌다. 그것이 자비였다. 그리고 그 자비 안에서, 나는 나를 다시 만났다. 빛은 가슴에 머물다 천천히 눈으로 번져왔다.
명상이 끝난 후, 눈을 떴다. 창밖으로 아침 햇살이 살며시 들어와 있었다. 나는 그 빛을 따라 거울을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내 눈이 평소보다 맑아져 있었다. 마치 어젯밤까지도 쌓여 있던 응어리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맑은 물이 고인 듯했다.
오늘 아침의 명상은 조용히 그러나 깊게 나를 바꾸어놓았다. 사람을 향한 연민, 존재의 유한함을 껴안는 자비, 그리고 빛의 정화. 이 모든 과정이 내 안에서 하나의 흐름이 되어 흘러갔다. 더 이상 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은 나를 찌르지 않았다. 대신, 그 사람도 나도 모두 불완전한 빛의 조각들임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