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고 흐릿한 공기 속에서도, 나는 내 안에서 조용히 피어오르는 자비의 불씨를 느꼈다. 모든 것이 외롭고 복잡하게 얽힌 세상에서, 나 또한 흔들렸지만, 이상하게도 그 흔들림 속에서 연민의 감정이 솟아났다.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는 것 같은 조건, 갑작스레 닥친 고단한 현실들, 그러나 그런 환경 속에서도 나는 '그래도'라는 작은 다짐을 품었다. 그래도, 나는 세상을 위해 따뜻한 마음을 품을 수 있다고.
그 다짐은 마치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번져오는 미세한 온기처럼, 천천히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눈을 감고 내면에 집중하자, 갑자기 어두운 안쪽에서 부드럽게 내려오는 빛의 흐름이 느껴졌다. 찬란하진 않지만 분명히 따뜻한, 어딘지 모르게 안심이 되는 빛이었다. 그 빛은 이 세상 어딘가로부터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마치 내가 세상과 연결되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발현된 듯한 느낌이었다. 나의 내면에서 솟은 자비심이, 우주 어디에선가 대답하듯 다시 나를 비춰주는 듯했다.
그 빛에는 온도가 있었다. 차가움도 뜨거움도 아닌, 존재 자체를 포근하게 감싸는 미묘한 온도. 마치 오래전 기억 속에서 느꼈던 품속의 따뜻함 같기도 했고, 말을 하지 않아도 나를 알아주는 존재와 함께 있을 때의 감각 같기도 했다. 그 온도는 언어로 설명될 수 없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그 온도가 내 몸 안 구석구석으로 스며들 때, 나는 '연결'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떠올렸다.
그 순간부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외부 세계는 이전과 다르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나와 사람들과의 관계가 조금씩 달라졌다. 이름도 얼굴도 몰랐던 이들과 우연히 마주쳤고, 그 만남 속에서 어떤 말보다 더 깊은 울림이 오갔다. 내가 뿜어낸 에너지가 단절되지 않고, 흐르고 있음을 실감했다. 나의 존재가 고립된 섬이 아니라, 넓은 대양을 향해 열려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내가 간절히 연결되고 싶었던 사람들과의 교류가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억지로 찾지 않아도, 무언가에 이끌리듯 자주 마주쳤고, 그 안에서 어떤 신비로운 감각이 살아 움직였다. 이 모든 것이 어쩌면, 세상을 향한 자비심이 빛의 형태로 드러나며 만들어낸 싱크로니시티일지도 모른다. 의미 없는 우연이 아니라, 내 내면의 변화가 현실을 매만진 듯한 감각.
그리고 그 모든 과정 속에서 나는 점점 더 가볍고 투명해졌다. 두려움이나 불안, 외로움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것들과의 관계가 달라졌다. 이제는 그것들을 밀어내지 않고 바라볼 수 있었고, 심지어 그 안에서조차 부드러운 온기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내 안에서 피어난 연민이 나를 감싸 안았고, 나는 그 품 안에서 쉬어갈 수 있었다.
결국, 나의 자비심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세상을 위한 마음은 나를 빛으로 물들이고, 나는 그 빛을 통해 세상과 하나 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분리되지 않은 느낌. 나는 이 우주의 일부이고, 동시에 우주는 내 안에 있었다. 모든 것이 고요히, 그러나 분명히 연결되어 있었고, 그 연결 안에서 나는 처음으로 '안심'이라는 것을 깊이 느꼈다.
그 안심 속에서, 나는 그냥 존재했다. 어떤 역할도, 성과도, 증명도 필요 없는 고요한 상태. 그저 빛을 느끼고, 자비심을 품은 채 세상과 호흡하는 존재로서. 그렇게, 세상을 위한 마음이 빛의 온도로 구현되어 현실과 하나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