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천천히 바닥을 쓰듯 내려앉았다. 명상의 문턱에 다다랐다는 신호였다. 바쁘게 돌아가던 생각의 톱니들이 하나씩 멈춰가고, 호흡은 물결처럼 잔잔해졌다. 나는 그 고른 숨결 속에서, 머리의 나(주체로서의 나)가 작은 인사를 건넸다. 가슴의 나, 본체에게. 말은 없었지만, 나의 의도는 분명했다.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나는 천천히 본체를 바라보았다. 그 자리는 늘 그랬듯 조용했다. 아무 말도,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러나 왠지 그 침묵은 무시가 아니었다. 도리어 한결같이 존재해 주는 어떤 고요한 응답 같았다.
나는 손끝으로 가슴을 토닥였다.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방식이었다. 가장 자비롭게, 가장 조심스럽게. 한 번, 두 번, 숨결과 함께 토닥이는 그 감촉 속에서 나는 본체가 얼마나 상처를 입었는지 이제야 조금 느낄 수 있었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내가 얼마나 자주 그 존재를 무시했는지, 외면했는지, 혹은 몰아세웠는지를 떠올리며 가슴이 시큰해졌다.
"힘들었지?" 입 밖으로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기도였다. 말보다 더 깊은 언어. 그것이 자비의 기도였고, 진심 어린 용서의 시작이었다.
그 순간, 나는 본체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고맙게 느껴졌다. 떠나지 않고, 부서지지 않고, 무심한 듯 머무르며 나를 기다려준 것에 대해 어떤 빛처럼 따스한 감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 피어올랐다.
그 자리에 머물러준 본체. 비록 상처 입고 지친 모습일지라도, 무너지지 않고 버텨온 그 용기에 나는 다시 한 번 머리 숙였다. 이것이 자비였고, 이것이 치유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나는 느꼈다. 그 자리에 스며드는 은은한 빛의 기운을. 어딘가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듯한,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어루만짐이 나를 감쌌다. 그 빛은 내 몸의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었고, 그 안에 숨어 있던 본체의 응어리진 감정들이 서서히 녹아내리는 듯했다.
그 모든 순간이 말이 되기 전에 나는 그저 가만히 쉬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말없는 지복감. 그것은 눈물과도 같았고, 햇살 같기도 했다. 그 감정 앞에서 나는 어떤 노력도 멈추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이 자리에서. 함께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진리를 받아들이며 나는 나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 끝에, 작은 깨달음처럼 스며든 감각 하나. “모든 것은, 지금 이대로 조화롭게 흘러가고 있다.” 그것이 신성이었다. 삶의 모든 조각들이 어쩐지 조금씩 의미를 찾아 움직이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싱크로니시티 (의미심장한 우연의 일치) 는 바로 이 자리, 이 침묵 속에서 태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