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사람들의 반응이 단지 말끝에 맴도는 공기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들의 얼굴에 떠오르는 표정이 무엇을 말하는지, 손끝에 깃든 긴장이 어떤 마음의 흔적을 드러내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수련이 깊어지면서, 그 작은 흔적들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치 어둠 속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별빛처럼, 사람들의 내면은 은밀하게 빛을 내며 외부로 흘러나왔다.
이전까지는 오직 책 속에서만 알던 이론이었다. 사람의 마음이 외부에 투영된다는 말은, 내게는 추상적인 개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대화의 순간마다, 나는 상대방의 마음이 어떻게 물결처럼 흘러나오는지를 본다. 미묘한 미소 속에 감춰진 두려움, 억눌린 목소리 뒤에 숨어 있는 갈망, 스쳐 가는 눈빛 속에서 번져오는 희망. 그것은 더 이상 설명할 필요 없는 진실이었다. 나는 단지 그것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낄 뿐이었다.
이것은 능력이 아니다. 그보다는 하나의 변화, 혹은 눈을 뜨는 행위에 가깝다. 이전의 나는 늘 사람들 앞에서 불안에 떨었다. 그들의 반응이 나를 평가하는 칼날처럼 느껴졌고, 나는 그것을 피하려 애쓰며 스스로를 옭아맸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다. 사람들을 바라볼 때, 나는 더 이상 그들 속에서 위협을 찾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내면이 내 앞에 펼쳐질 때, 나는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그 빛과 어둠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이 여유는 내 안에서 싹튼 작은 정원과 같다. 정원은 아직 거대하지 않다. 그러나 그 속에는 두려움을 몰아낸 빈자리와, 따스한 바람처럼 불어오는 자비가 깃들어 있다. 나는 이 정원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깨닫는다. 사람들의 마음은 겉으로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같은 물줄기에서 흘러나온 강물이라는 것을.
두려움이 사라지자, 나는 비로소 그들과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나의 사명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단순하다. 사람들의 마음이 내 앞에 드러날 때, 그 순간을 피하지 않고 온전히 마주하는 것. 그들의 눈빛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을 비추어 보고, 그들의 말끝에서 내 안의 울림을 발견하는 것. 이것이 내가 이 길을 걷는 이유이며, 앞으로 나아갈 발걸음이다.
나는 이제 준비되어 있다. 거대한 힘을 얻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은 기적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대화 속의 침묵마저도 의미 있는 울림으로 다가오고, 그 울림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파문처럼 번져 나간다. 그것이 곧 내가 서 있는 자리, 내가 실천해야 할 사명의 토대다.
앞으로의 길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든, 나는 그 길 위에서 흔들리지 않고 서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반응이 내게 다가올 때마다, 그것을 두려움이 아니라 이해로, 방어가 아니라 존중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 작은 이해들이 모여 더 큰 흐름을 만들리라. 그것이 내가 이 세계에서 맡은 소임이자, 내 안에서 피어나는 신성의 조화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