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아침, 창밖으로는 느리게 스며드는 햇살이 공간을 물들이고, 나는 작은 방 안의 공기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오래된 코스터 하나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그녀의 이름을 적었다. 내가 손끝으로 그 이름을 쓸 때마다, 마치 그 글자 하나하나가 미세한 빛으로 진동하며 나의 의식을 깨우는 듯했다.
그녀는 오랫동안 고통 속에 있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생긴 만성 골반염은 그녀의 몸을, 그리고 삶의 리듬을 조용히 잠식하고 있었다. 춤을 사랑하는 그녀였지만, 몸은 점점 무거워졌고, 통증은 하루의 고통을 시작하는 종소리처럼 되풀이되었다. 나는 그 고통이 오랜 세월 눌려 있던 감정의 무게와도 닿아 있음을 느꼈다.
나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머리에서 자비와, 가슴에서 애틋함과, 그 느낌을 증폭시키는 빛에 나를 열어 두었다. 그러자 내 안의 공간이 밝아지며 따스한 진동이 일었다. 마치 하늘의 높은 곳에서 부드러운 빛줄기가 내려와 나와 그녀의 마음을 잇는 듯했다.
그 빛은 처음에는 투명한 흰색이었지만, 곧 붉은색과 보라색으로 변해갔다. 그것은 그녀의 골반과 허리 부위로 모여들었고, 나는 그곳에서 정체된 에너지의 밀도를 느꼈다. 붉음은 고통의 흔적이었고, 보라빛은 억눌린 감정의 파동 같았다. 나는 그 색들이 말을 걸어오는 것을 느꼈다. "이곳은 오랫동안 멈춰 있었어. 잊혀진 열정과 억눌린 슬픔이 얽혀 있지."
그때 나는 판단하지 않고, 단지 자비로 그 색들의 말을 듣기로 했다. 내가 그곳에 자비의 시선을 보낼 때, 붉음은 서서히 흔들리며 진동을 바꾸기 시작했다. 나는 그 진동이 내 가슴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마치 내 안의 자비심이 파동이 되어 그녀의 통증 속으로 스며드는 듯했다.
몇 분이 지나자 보라빛의 경계가 부드러워졌고, 붉음은 노란빛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 노란빛은 따스했고, 살아 있었다. 어둠 속에서 피어난 햇살 같았다. 그 빛이 골반을 감싸자, 나는 그녀가 한결 편안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몸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의식은 하나의 공간 안에서 만나 있었다. 나는 그 빛이 그녀의 몸 안에서 춤을 추듯 흘러가는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 순간, 내 안에서도 희(Bliss)의 감각이 피어올랐다. 설명할 수 없는 부드러움, 마치 온 우주가 한 호흡으로 나를 안아주는 듯한 감정.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었다. 자비에서 비롯된 기쁨, 그리고 그 기쁨이 다시 자비를 낳는 순환의 감정. 나는 그 속에서 무한히 맑은 사랑의 물결을 느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모든 감각이 하나의 진동 속에 녹아 있었다. 빛은 여전히 그녀와 나를 감싸고 있었고, 나는 그 빛의 중심에서 속삭였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세션이 끝난 뒤, 나는 코스터 위의 이름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처음엔 종이 위에 적힌 글씨였지만, 이제는 그 자체가 빛으로 맴도는 듯했다. 공간이 고요해졌고, 내 마음 한켠에서도 노란빛이 잔잔히 흘렀다.
에너지는 언제나 색으로 말을 건다. 고통은 붉음으로, 회복은 노랑으로, 사랑은 금빛으로. 그리고 우리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치유가 시작된다. 나는 오늘도 자비로 그 대화를 이어간다. 빛은 언제나 우리 안에서 대기하고 있고, 그 빛을 향해 마음을 열 때, 신성한 싱크로니시티는 세상의 어느 모퉁이에서도 조용히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