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빛은 언제나 조용히 다가온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아직 깨어나지 않은 시간, 빛은 내 눈꺼풀을 스치며 부드럽게 나를 깨운다.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가슴 속에 잔잔히 일렁이는 감각, 그 속에서 오래된 그림자 하나가 떠오른다. 가족, 그녀의 얼굴이었다.
그 이름은 내 마음에 늘 미묘한 떨림을 남겼다. 사랑과 원망, 그 사이 어딘가에서 부유하는 감정이었다. 한때는 그녀를 이해하고 싶었고, 또 한때는 벗어나고 싶었다. 삶의 고단함 속에서 서로를 탓하며 지낸 세월이 있었다. 논리로, 말로, 설득으로 그 벽을 넘으려 했지만, 모든 시도는 부서진 파도처럼 되돌아왔다.
오늘 아침, 나는 그 싸움을 멈추기로 했다.
명상 속으로 들어가며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제는 논리 대신, 빛으로 만나보자고.
숨을 고르자 이내 내 몸을 감싸는 따스한 빛이 느껴졌다. 그 빛은 처음엔 희미했지만, 점차 온몸에 스며들었다. 마치 내 마음의 굳은살을 하나씩 녹이는 듯한 감촉이었다. 나는 그 빛을 따라 가슴으로 내려갔다. 머리의 판단이 잠잠해지고, 가슴의 내가 천천히 깨어났다. 그곳에서 나는 오래된 연민을 느꼈다.
그녀의 삶이 스쳐갔다. 젊은 시절의 고단함, 사람에게 의지하다가 상처받았던 기억,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속박해온 시간들. 그 모든 것의 밑바닥에는 불안과 외로움이 있었다. 나는 그 외로움을 느꼈다. 그리고 그 외로움이, 사실은 내 안에도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를 원망했던 이유는, 어쩌면 내 안의 불안을 그녀에게서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눈앞의 빛이 부드럽게 흔들리며 색을 바꾸었다. 초록빛이 뇌의 전두엽 쪽으로 몰려드는 듯했다. 나는 그 빛이 날카롭고 불안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그녀의 에너지, 혹은 내가 느끼는 그녀의 아픔이었다. 나는 그곳으로 숨을 보냈다.
"괜찮아. 이제 괜찮아."
속삭이듯 마음으로 말했다.
그러자 초록빛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실타래가 풀리듯, 아지랑이처럼 부드럽게 퍼져나갔다. 그 자리에는 은은한 노란빛이 피어올랐다. 따스하고 생명력 있는 빛이었다. 나는 그녀와 함께 그 빛을 들이마셨다. 나의 숨과 그녀의 숨이 같은 리듬으로 이어졌다. 빛은 우리의 가슴을 지나,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그 순간 나는 느꼈다.
빛 속에서 나는 오래된 원망을 내려놓고, 가족을 향한 연민과 용서의 빛으로 함께 숨 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