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앉아 눈을 감는다. 눈꺼풀 안쪽에서부터 어둠이 밀려오고, 그 어둠 속으로 내 호흡이 고요하게 스며든다. 바깥세상은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맡은 일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원만하다. 겉보기에 나는 성공적인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그 모든 흐름 안에서 문득, 이유를 알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 안쪽에서 피어오른다.
이상하다. 일이 뜻대로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무겁다. 이때부터 질문이 시작되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길의 끝에 내가 정말 원했던 것이 있는가?’
내가 하는 일은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 그들이 내게 고맙다는 말을 건넬 때, 나는 기쁨과 동시에 묘한 공허함을 느낀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것은 감사가 아니라, 내 영혼 깊숙한 곳에서 피어나는 어떤 ‘진실한 의미’였는지도 모른다. 그 ‘의미’는 아직 내게 말로 닿지 않았고, 그 자리를 대신해 어렴풋한 답답함만이 무게를 준다.
밤사이 천둥소리에 여러 번 잠에서 깼다. 낮게 울리는 천둥은 내 무의식의 표면을 두드리는 듯했고, 그때마다 나는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불편하게 눈을 떴다. 아침이 밝았지만, 몸은 맑지 않았고, 머리는 가라앉지 않았다. 그 불청명한 상태에서 명상을 시작했다.
처음엔 숨결을 따라가며 고요해지려 애썼다. 그러다 문득, 가슴에서 하나의 이미지가 올라왔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부드러운 빛이었다. 그 빛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나를 감쌌고, 나는 마치 온몸으로 자장가를 듣는 듯했다.
그 빛이 머리를 지나 가슴으로 스며드는 순간, 약간의 진정이 찾아왔다. 아무것도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삶의 질문들은 여전히 미해결 상태였고, 나는 여전히 나의 방향성을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빛 속에서만큼은 스스로를 조금 더 자비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마치 머리의 내가, 가슴의 나를 바라보며 “괜찮아. 지금 그 느낌도 나의 일부야.”라고 속삭여주는 것 같았다.
이렇게 빛 속에 머무르는 동안, 한 가지 떠오른 감정이 있었다. ‘그동안 나는 남을 위해 너무 오래 걸어왔구나.’ ‘이제는 나 자신을 향한 걸음을 시작할 때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생각이 들자, 억지로 밀어붙이려 했던 계획들이 모두 잠시 멈춘 듯했다. 그 자리에 남은 건 정적인 평온. 나는 여전히 많은 일을 해야 하고, 여전히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가겠지만 그 이전에, 나는 나의 깊은 소망과 연결된 채 살아야 한다는 걸 느꼈다.
이 명상 속에서 주체인 머리의 나는, 자신의 판단과 선택에만 몰두했던 이전의 태도를 내려놓고 가슴의 나와 함께 진짜 원하는 것을 들어보려 했다. 그로 인해 나는 다시 ‘신전’으로서의 몸을 느낄 수 있었고 빛이라는 은유를 통해, 내 안의 영성과 만날 수 있었다.
그 순간, 어렴풋한 지복감의 기운이 가슴에서 피어올랐다. 그것은 강렬하지 않았지만 분명했고 내 안에 ‘진실됨’을 깨우는 향기 같은 것이었다.
그 느낌을 안고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질문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질문 속에서 길을 찾는 여정 또한 의미 있음을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