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 일기(회원 전용)

심리 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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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제가 왜 여기까지 왔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모든 게 다 제 잘못인 것만 같아요. 남자친구는 자꾸 저한테 "넌 항상 이기적이야"라고 말해요. 처음에는 아닌 것 같았는데, 계속 들으니까 진짜 그런가 싶고...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저를 떠날까 봐 두려워요. 그래서 제 의견은 말도 못 하고 늘 맞춰주기만 해요.
사실 그와 함께 있으면 좋은 점도 있어요. 제가 결정하는 것을 어려워하니까, 그는 늘 "이게 너한테 제일 좋아"라고 말하며 다 정해줘요. 옷 입는 것부터, 친구 만나는 것까지요. 처음엔 저를 아끼는 마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엔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그의 결정에 따라 사는 인형이 된 기분이에요.
요즘 잠도 잘 못 자고, 하루 종일 머리가 무거워요. 혹시 제가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서 이런 관계에 있는 걸까요? 예전의 저로 돌아가고 싶은데, 어떤 모습이 진짜 저였는지 기억도 잘 안 나네요. 제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가 된 것 같아요.
답변:
당신이 지금 마음속에서 느끼고 있는 불안은 결코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에요. 그동안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경험이 쌓이며, 불안이라는 감정으로 표현되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불안은 당신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찾아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내 마음을 보살펴 달라는 깊은 신호일 수 있어요.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것은, 불안이 단순히 나를 괴롭히는 감정이 아니라 나 자신을 지켜내고 싶다는 마음의 외침일 수 있다는 점이지요.
회복은 단숨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에요. 상처가 깊어질수록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다시 나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당신이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려는 마음을 낸 순간부터 이미 회복은 시작된 거예요. 작은 선택을 스스로 해내는 것, 아주 사소한 취향을 존중하는 것, 나만의 감정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모두 회복의 발걸음이에요. 어쩌면 지금은 그 길이 더뎌 보이겠지만, 그 속도마저도 당신에게 꼭 필요한 회복의 시간임을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는 용기가 함께합니다. 용기는 흔히 거대한 도약으로만 여겨지지만, 사실은 작은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에도 충분히 존재합니다. 오늘 하루 내가 원하는 옷을 고르는 것, 상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잠시 멈춰 "나는 이렇게 생각해"라고 말해보는 것, 그것이 바로 용기의 실천이에요. 지금 이 자리에서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은 당신은 이미 큰 용기를 보여주신 거예요.
혹시 기억이 가물가물할지라도, 당신 안에는 여전히 예전의 빛나는 모습이 남아 있어요. 그 모습은 사라진 게 아니라, 잠시 깊은 곳에 숨어 있을 뿐이에요. 불안 속에서도 회복을 향한 작은 선택을 이어갈 때, 당신은 그 모습을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때,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다"라는 사실을 마음 깊이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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