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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상태
Vacío
작성자
김채은
작성시각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나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전에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영어 수업시간에 한 학생이 'I love you'를 '나는 너를 사랑한다'로 번역했다.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는 사랑은 너무 낯뜨거운 말이라며 '달이 아름답네요.' 정도로 옮겨두라고 했다.
화자와 전화를 건 두 사람은 과연 무슨사이일까? 아마 사랑하는 사이가 아닐까. 피치못할 사정으로 인해 멀리 떨어져있는 그런 사이. 사랑이라는 말로 정의할 수는 없어도 전화 걸면 가장 기쁘게 받을 사이.
어떤 이에게 달은 그저 달일 뿐이다. 하늘에 떠 있는 달. 하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 달은 특별하다. 환한 달이 떠오른 밤에 연인과의 통화. 달빛 아래에서 수줍게 건네었던 고백. 달빛에 비쳐 더 빛나보이던 그의 얼굴이 떠오르게 만든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같은 달을 보고 있다니 얼마나 로맨틱한 일인가.
화자에게도 달은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달 덕분에 전화를 받게되어 평범한 이 밤이 근사하고 신나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상대를 더욱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상대는 달빛이 곱다고 긍정적이게 표현했다. 좋은 것을 보고 화자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것은 화자에게도 이 고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말이다. 좋은 걸 보여주고 바로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무엇이 사랑이라 할 수 있겠는가?
화자는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그리움과 연정을 달빛을 매개체로 전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마음에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마을이 그려진다'는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마음에 뜬 환한 달은 마을 사람들이 밤에도 길을 잃지 않고 앞으로 잘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여기서 마을 사람들은 미래의 자기자신이라고 생각된다. 나중에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이런 사랑받은 기억이 힘들고 지칠 때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줄 것이다.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것 같을 때, 나조차도 내 자신이 싫을 때 사랑받았던 기억을 원동력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흐르는 물 어디쯤 부서지는 소리'라는 표현은 물위에 달이 비친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고여있는 물이라면 달이 비쳐도 모양이 그대로 일 것이다. 하지만 흐르고 있는 물이라면 달의 모양이 일그러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모습을 부서진다고 표현했다.
이런 사소한 이유로 전화 걸어줄 사람이 있다니 화자는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았나보다. 잘 살았으니까 이런 전화도 받고 살 수 있는 것이다. 사랑받고 싶다면 먼저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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