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구-유병록

상태
Vide
작성자
김채은
작성시각
식구
유병록
매일 함께 하는 식구들 얼굴에서
삼시 세끼 대하는 밥상머리에 둘러앉아
때 마다 비슷한 변변찮은 반찬에서
새로이 찾아내는 맛이 있다
간장에 절인 깻잎 젓가락으로 집는데
두 장이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아
다시금 놓자니 눈치가 보이고
한번에 먹자 하니 입 속이 먼저 짜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데
나머지 한 장을 떼내어 주려고
젓가락 몇 쌍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이런게 식구이겠거니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내 식구들의 얼굴이겠거니
이 시 안에는 매일을 함께하는 식구가 나온다. 우리 가족도 일은 아니지만 대부분 함께 밥을 먹는다. 그래서일까. '깻잎 한 장을 떼내어 주려고 젓가락 몇 쌍이 한꺼번에 달려든다'라는 부분이 공감이 되었다. 반찬 중에는 끈질긴 놈들이 있다. 어차피 먹혀야한다면 같이 먹히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진 놈들 말이다. 그럴 때는 가족들이 도움이 필요하다. 물론 숟가락을 쓰면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럴 때 아무 말없이 도와주면 반찬이 더 맛있어지는 기분이 든다.
반찬 때문에 눈치가 보이는 상황 표현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런 상황은 보통 엄마가 화났을 때 주로 발생한다. 평소에도 밥을 먹을 때 시끄러운 편은 아니지만, 이럴때는 조용한 걸 넘어서서 숨이 막힌다. 수저 부딪히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군가 반찬을 떼내어 주길 기다리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그냥 통쨰로 입에 넣고 입에 밥을 많이 넣어 중화시키거나 알아서 해체 작업에 들어간다. 아니면 누구보다 빠르게 떼어줄 때도 있다.
7~8행에서 ~하니 ~하고라며 통사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2연의 마지막 행에서는 젓가락이 달려든다며 살아있는 것처럼 표현했다. 3연에서도 식구들의 얼굴을 짜지도 싱겁지도 않다며 참신한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 참신한 표현은 유치원생들이 잘 쓰는 것 같다. 즐겨보는 웹툰 중에 '어린이집 다니는구나'라는 웹툰이 있다. 어린이집 선생님의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나가는 웹툰이다. 이 중에 0.5개 국어라는 에피소드가 있다. 👖바지가 너무 쫄깃해서 안 올라간다거나 엄청 친한 친구를 반짝 친구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청포묵의 맛을 우울하다고 표현하는 장면은 정말 인상깊다. 그 아니는평소에 물컹한 식감을 싫어하는 편었다고. 어린나이에 공감각적 심상을 사용하다니. 참신한 표현만큼은 이미 시인들이다. 이런 참신함을 계속 가지고 자라서 시인들이 되나보다. 아이들이 쓰는 참신한 표현들만 모여서 책을 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