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일상 | 연휴와 생일이 겹침 | 연여름 X 이옥토 콜라보 | 박정민 배우님.. | 영화 <세계의 주인> | 휴일 출근 | 해녀 꼬부기
10일 간의 끝내주는 연휴 잘 즐기셨나요? 저는 애초에 야심찬 계획은 없었고요. 본가에 3일 정도 다녀오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감기에 덜컥 걸렸습니다. 그렇게 한 3일을 앓고 나니 출근일이더라고요. 착잡한 마음에 다시 출근을 시작했지만 여름과 가을, 겨울을 오가는 날씨는 늘 저를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언제 추워질까 싶었는데 벌써 발가락이 시립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10월의 일상 시작합니다. 추석 연휴에는 책과 함께 ! 왠지 열차를 탈 때는 종이책 한 권 가지고 가고 싶더라고요. 물론 아이패드 안에 수백 권의 책이 있지만, 열차의 진동을 그대로 느끼면서 손가락으로 종이책을 쓸어 넘기는 맛이 있는 것 같아요. <디디의 우산>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사회적인 이야기가 강하게 담긴 소설이었습니다. 회색 일색인데, 그중에 저렇게 화려하게 있으니 저는 저 상징물이 참 독특하고 아름답다 생각해요.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발 딛고 선 이곳을 다시 인식시키는 건물은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 건물이 함께 연상시키는 서울이 막 따뜻하고 다정하진 않지만, 서울에 처음 왔을 때의 두근거림과 설렘을 일깨우더라고요. 부산에서 끝내주는 연휴를 보내고 올라오는 길에 읽은 소설 <날마다 만우절>. 담담하고 담백하게 훅 치는 이야기들. 감기에 걸린 건 이 책 때문이야.. 너무 많이 훌쩍거려서 찬 공기가 많이 들어온 거야 생각하게 한 책이었습니다. 어떤 거짓말도 유쾌한 농담으로 받아들여지는 날 만우절처럼, 인생에 거짓말이면 좋겠다 싶은 순간들로 가득한 소설. 그럼에도 어떡해, 가족인데. 내 인생인데. 살아가야지 뭐. 생일 주간에 먹은 인생 타르타르. 트러플이 과하지 않게 향을 돋워주고 육회 식감도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저는 사실 생일 당일보다 그전 며칠이 더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 같아요. 내가 뭐라고, 카카오톡에서 생일도 숨겨놓았는데 굳이 내 생일을 기억해 주는 누군가들에게 몇 배의 고마움을 표현하게 되고요. 이 친구는 날 기억해 줄까 싶은, 마음속에서 요상한 테스트가 일어납니다. 내 생일이 나에게 특별하듯이 내 주변에도 특별한 날이면 좋겠다 하는 이기적인 마음도 들고요. 한남동 '향동가' 평냉 진짜 맛있었어요. 육수 감칠맛과 간이 적절했고, 면도 적당히 구수해서 잘 어울리더라고요. 무엇보다 홀 담당자분께서 친절하셔서 식사 시간 내내 행복했습니다. 여의도 정인면옥에 이어 또 맛있는 냉면집을 발견해 기분 좋은 가을. 사운즈 한남 아라비카에서 본 모습. 이날 비가 오다가 말다가 했는데 그래서 나무나 건물의 색상이 더 선명해져서 좋더라고요. 해상도가 높아진 기분. 그리고 날씨도 덥지도 춥지도 않아서 시원했던 하루.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큰 걱정 없이 재밌는 이야기를 하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게 가장 큰 행복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한남동 어느 가게 앞에 걸린 천막을 보고 순간 멈춤. 소비보다 사랑을. 당신 자신을 사랑해! 각자가 광고판이 되는 현실에 대한 지적. 그런데 그렇게 광고를 하고, 광고를 받고, 소비를 하면서 경제가 돌아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엄마가 보내준 책 속 글귀에 울컥. 행복을 내일 찾지 말아라. 오늘 하루의 행복은 지금 네 앞에 있다. 행복한 순간은 사실 그때가 와 나 행복해라고 잘 못 느끼는 것 같아요. 시간이 조금 지나서, 그때 찍은 사진을 다시 보거나 하면 아 이때 행복했지 하면서 실감하더라고요. 지금 내가 행복하다는 걸 자주 느끼고 싶어요. 그냥 흐린 눈으로 되는대로 살지 않고 내 순간을 꼭꼭 씹어가며 살아가는 삶. 이래저래 일이 많아서 휴일에도 출근을 했습니다. 우울하긴 한데, 또 중간중간 모니터에서 고개를 들고 좋은 뷰를 보면 마음이 조금 다스려지기도 합니다. 이걸 찍을 때의 심정은 그냥 빨리하고 가자! 이긴 했습니다.
- christ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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