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에서 좋아하는 카페 '지튼'. 무엇보다 커피 맛이 좋다. 동료들과 커피를 마실 때 되도록이면 지튼으로 간다. 들어가면 어두침침해서 아늑한 골방에 들어온 것 같다. 가게 중간에 가림막 하나 없이 놓여있는 케이크들이 걱정되긴 하지만. 여기 베이커리 메뉴 중에서 최애는 카눌레. 카눌레가 진짜 쫀득쫀득하다! 합정에서 야근을 하다가 창 밖을 보면 양화대교 끝에서부터 합정까지 차로 가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들 집에 빨리 가고 싶겠지. 나도 집에 가고 싶다. 뭐 이런 생각을 한다. 그리고 저 차 안에서는 누가, 누구랑 같이 있을까 싶다. '이리에라멘'의 진한 도미 시오 라멘. 원래 라멘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 동네에는 정말 맛있는 라멘집이 많다. 처음에 도미 육수를 넣는다기에 비리면 어떡하지 생각했는데 오히려 고소하니 맛있었다. 고명으로 올라간 말린 생선도 쫀득쫀득했고. 팀원들이랑 점심을 먹을 때 별 일 아닌 각자의 사소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그 순간들도 좋다. 다들 순둥순둥한 사람들이다. "출판사 중에 어디를 좋아하세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난다"라고 힘 줘서 말할 수 있다. 난다 출판사의 고운 결을 좋아한다. 김민정 대표가 시인이자 편집자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이 출판사에서 내는 책들은 일관적으로 맑고 아름답다. 그렇다고 유약한 느낌은 또 아니다. 그 안에 강단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좋아한다. 자기 색이 분명한 사람들. 이 출판사는 그런 사람을 닮았다. 김민정 시인에게 사인을 받으러 가서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래도 <읽을 거리>를 사서 김민정 시인 사인을 받아 엄마에게 선물했다. 꽤 효자인듯. 아침 7시에 출근하면 회사는 적막하다. 마치 고요를 깨지 말라는 듯한 아우라가 있다. 흥! 그렇다면 내가 제일 먼저 깨주겠어.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을 하는 일상을 산다. 이게 맞나 싶지만, 일을 향한 욕심은 버릴 수 없기에 그 대신 내 건강을 버리는 선택을 했다. 매사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내 마음 안에 여유가 사라지는 기분이다. 이렇게 가도 될까. 현타를 느끼다가도, 현타를 느낄 시간에 하나라도 더 처리해버리자 싶은 마음이다. 직장 선배 중에 하나가 날 보면 늘 이렇게 말했다. "OO아, 너무 열심히 하지마. 열심히 하지마 정말"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건데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하시니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일단은 살아보기로 한다. #카밀로라자네리아 #2호점 #라비올리 합정에서 파스타가 땡기면 가는 곳. 1호점이 좁아서 웨이팅을 하거나, 같이 먹는 사람들 중 한 두명이 빨리 가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곳이었는데 2호점이 생겼다. 사실 가격은 쉽지 않다. 라비올리 한 접시에 2만 원이다. 그래도 2호점은 분위기도 더 여유롭고 해서 가끔 가기 좋음. 설 전에 친한 사람들과 같이 가서 먹었는데, 연휴 전의 들뜸이 함께 녹아져서 행복한 점심이었다. 드디어 설 연휴 시작. 명절의 빡빡함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남들은 다 고향에 내려가고 난 후 비행기를 타는 편이다. 공항은 한산하다. 마치 어둠의 날처럼. 여유롭게 걷다가, 공항에서 커피도 마시고, 기분 좋게 들어갔다. 어렸을 때 꿈이 스튜어디스였다. 비록 중학교때 키가 더 크지 않아서 포기해버렸지만. 어린 마음에 비행기에서 예쁘게 꾸미고 일하는 스튜어디스가 멋있어 보였나보다. 대개 그렇겠지만 공항에 오면 들뜬다.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묘한 해방감, 어른이 된 것 같은 고양감.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찍은 한 장. 해는 조금씩 지고 있었고 나는 여유로웠다. 노트북 위에 손가락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움직였다. 비행기 안에서 만난 노을. 절경이고요, 장관입니다. 수평선 끝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붉은 순간. 묘하게 옆 좌석의 테이블 선과 이어져서 쾌감! 내 고향 붓산. 친구들 만나기 전에 카페에서 독서. 떠들썩한 시간이 예정되어 있다면 의도적으로라도 조용한 시간을 넣어둔다. 평형을 맞추고 싶은 마음. 박상영 작가의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를 좋아한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어떻게 소진되는지를 눈 앞에서 보고 있는 듯한 책. 그래서 그 책 속 작가를 토닥여주고 싶고, 그러다 보면 나를 향한 응원도 이어진다. <믿음의 대하여>도 정말 재밌다. 박상영 작가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날 이끄는 부분이 있었다. 글을 쓰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일단 재밌어야 한다고. 그래서일까. 작가의 책은 일단 아주 재밌다. 그래서 따라 웃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쿡쿡 쑤신다. 이런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