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 느닷없이 찾아온 눈이 낭만적이었던
christine
합정에서 좋아하는 카페 '지튼'. 무엇보다 커피 맛이 좋다. 동료들과 커피를 마실 때 되도록이면 지튼으로 간다. 들어가면 어두침침해서 아늑한 골방에 들어온 것 같다. 가게 중간에 가림막 하나 없이 놓여있는 케이크들이 걱정되긴 하지만. 여기 베이커리 메뉴 중에서 최애는 카눌레. 카눌레가 진짜 쫀득쫀득하다!
합정에서 야근을 하다가 창 밖을 보면 양화대교 끝에서부터 합정까지 차로 가득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들 집에 빨리 가고 싶겠지. 나도 집에 가고 싶다. 뭐 이런 생각을 한다. 그리고 저 차 안에서는 누가, 누구랑 같이 있을까 싶다.
'이리에라멘'의 진한 도미 시오 라멘. 원래 라멘을 별로 안 좋아했는데, 이 동네에는 정말 맛있는 라멘집이 많다. 처음에 도미 육수를 넣는다기에 비리면 어떡하지 생각했는데 오히려 고소하니 맛있었다. 고명으로 올라간 말린 생선도 쫀득쫀득했고. 팀원들이랑 점심을 먹을 때 별 일 아닌 각자의 사소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그 순간들도 좋다. 다들 순둥순둥한 사람들이다.
"출판사 중에 어디를 좋아하세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난다"라고 힘 줘서 말할 수 있다. 난다 출판사의 고운 결을 좋아한다. 김민정 대표가 시인이자 편집자여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이 출판사에서 내는 책들은 일관적으로 맑고 아름답다. 그렇다고 유약한 느낌은 또 아니다. 그 안에 강단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좋아한다. 자기 색이 분명한 사람들. 이 출판사는 그런 사람을 닮았다. 김민정 시인에게 사인을 받으러 가서는 아무 말도 못했다. 그래도 <읽을 거리>를 사서 김민정 시인 사인을 받아 엄마에게 선물했다. 꽤 효자인듯.
아침 7시에 출근하면 회사는 적막하다. 마치 고요를 깨지 말라는 듯한 아우라가 있다. 흥! 그렇다면 내가 제일 먼저 깨주겠어.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을 하는 일상을 산다. 이게 맞나 싶지만, 일을 향한 욕심은 버릴 수 없기에 그 대신 내 건강을 버리는 선택을 했다. 매사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내 마음 안에 여유가 사라지는 기분이다. 이렇게 가도 될까. 현타를 느끼다가도, 현타를 느낄 시간에 하나라도 더 처리해버리자 싶은 마음이다.
직장 선배 중에 하나가 날 보면 늘 이렇게 말했다.

"OO아, 너무 열심히 하지마. 열심히 하지마 정말"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하는 건데 열심히 하지 말라고 하시니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고,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일단은 살아보기로 한다.
#카밀로라자네리아 #2호점 #라비올리
합정에서 파스타가 땡기면 가는 곳. 1호점이 좁아서 웨이팅을 하거나, 같이 먹는 사람들 중 한 두명이 빨리 가서 자리를 잡아야 하는 곳이었는데 2호점이 생겼다. 사실 가격은 쉽지 않다. 라비올리 한 접시에 2만 원이다. 그래도 2호점은 분위기도 더 여유롭고 해서 가끔 가기 좋음.
설 전에 친한 사람들과 같이 가서 먹었는데, 연휴 전의 들뜸이 함께 녹아져서 행복한 점심이었다.
드디어 설 연휴 시작. 명절의 빡빡함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남들은 다 고향에 내려가고 난 후 비행기를 타는 편이다. 공항은 한산하다. 마치 어둠의 날처럼. 여유롭게 걷다가, 공항에서 커피도 마시고, 기분 좋게 들어갔다.
어렸을 때 꿈이 스튜어디스였다. 비록 중학교때 키가 더 크지 않아서 포기해버렸지만. 어린 마음에 비행기에서 예쁘게 꾸미고 일하는 스튜어디스가 멋있어 보였나보다.
대개 그렇겠지만 공항에 오면 들뜬다.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묘한 해방감, 어른이 된 것 같은 고양감.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찍은 한 장. 해는 조금씩 지고 있었고 나는 여유로웠다. 노트북 위에 손가락은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움직였다.
비행기 안에서 만난 노을. 절경이고요, 장관입니다.
수평선 끝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붉은 순간. 묘하게 옆 좌석의 테이블 선과 이어져서 쾌감!
내 고향 붓산. 친구들 만나기 전에 카페에서 독서. 떠들썩한 시간이 예정되어 있다면 의도적으로라도 조용한 시간을 넣어둔다. 평형을 맞추고 싶은 마음. 박상영 작가의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를 좋아한다.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어떻게 소진되는지를 눈 앞에서 보고 있는 듯한 책. 그래서 그 책 속 작가를 토닥여주고 싶고, 그러다 보면 나를 향한 응원도 이어진다. <믿음의 대하여>도 정말 재밌다.

박상영 작가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날 이끄는 부분이 있었다. 글을 쓰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일단 재밌어야 한다고. 그래서일까. 작가의 책은 일단 아주 재밌다. 그래서 따라 웃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쿡쿡 쑤신다. 이런 글을 쓰고 싶다.
#합정자자 #마늘닭
합정동에 괜찮은 중국음식점. 자자에서 유슬 짬뽕이 진짜 맛있다. 마늘 플레이크가 붙어있는 마늘닭도 요리로 같이 먹기에 좋음.
포켓몬고 지금 하는 사람 여기 있음.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때 반대로 가는 성향. 포켓몬 잡으러 속초로 갈 때 나는 흥~ 콧방귀를 끼다가 이제서야 그 맛을 알아버렸다. 출퇴근길 50분도 행복함. 귀엽다 귀여워. 귀여운 포켓몬 잡을 때마다 짜릿하다.
인스타그램을 지워야겠다 생각을 하다가도 우연히 이렇제 좋은 글을 만나면 안 지우게 된다. 매일의 하늘은 비슷해보이지만 모두 다르다는 것. 나의 일상도 비슷해보지만 다를 수 있다는 것. 삶의 균형을 깨는 도전을 해도 괜찮다는 것!
낮 12시 맞습니다. 여의도 미팅을 하러 가는 길. 한강 건너가 아예 안 보일 정도로 안개가 짙은 날이었다. 2월 하순에 곧 눈이 온다고 하니 괜스레 설렌다. 미팅은 짧고, 그 미팅을 준비하는 시간은 길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어떤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고민한다. 내 앞에 있는 이 사람과 인연에 매사 감사함을 느껴야지.
상암 미팅에서 먹은 점심. 나가사키 짬뽕은 정말 큰 대접에 나왔다. 이걸 어떻게 다 먹나 했는데 조금씩 먹다보니 거의 다 먹었음. 청경채 좋아. 비오고 흐린 날에는 역시 국물이다.
이 날은 시청역 근처에서 미팅을 한 날. 아침에 대설 경보가 내렸을 정도로 눈이 많이 왔다. 날씨를 핑계로 미팅을 미루고 싶었지만, "미루는 사람은 은은하게 불행하다"는 문장에 뼈를 맞은 터라 그냥 갔다. 붉은 건물에 쌓인 눈은 더욱 아름답다. 낭만적인 외근이었다.
파묘는 못 참지. 장재현 감독의 작품을 좋아한다. 토속 신앙이나 종교에 관심이 많아서 그의 작품은 묘하게 끌린다. <검은 사제들>도, <사바하다>도 재밌게 봤다. <파묘>가 개봉한 수요일에 이른 퇴근을 하고 여의도로 달려가는 중!
영화 <파묘> 기다리면서 먹은 저녁. IFC몰 오미식당에서 먹은 사케동. 양념이 짭짤했고, 밥 중간에 김가루가 있어서 어렸을 때 학교 가기 전에 엄마가 입에 넣어줬던 김밥을 떠올리게 했다. 연어는 적당히 부들부들거렸다.
영화 <파묘> 별점은 3.8! 김고은과 최민식의 연기는 압도적이었다. 다만 스토리는 구멍이 술술 뚫린 느낌이었다. 역사와 연결짓는 부분은 어색했다. 그럼에도 한국과 일본의 민속 신앙 요소를 잘 담아낸 작품.
2월 말 내린 눈으로 서울의 건물들은 흰색 모자를 썼다. 한강 건너 밝은 빛이 스멀 스멀 몰려온다. 아늑한 회색의 시간.
더현대서울 좋아. 더현대서울 덕분에 주말에 흥이 난다. 곧 업무 덕분에 자주 오게 될 곳을 미리 와봤다. 여길 잘 채울 수 있을까. 두근거림 반, 걱정 반. 이 모두를 감싸는 설레임.
교토에서 좋았던 건 강이 늘 가까이 있어서였다. 별거 아닌 하루의 한 장면이 왠지 낭만적으로 바뀌는 느낌. 여의도에도 중간 중간 샛강이 많아서 좋다. 강에 비친 하늘을 보고서야, 오늘의 하늘이 이렇게 오묘하게 예뻤다는 걸 알았다.
20대의 몸에, 신생아의 뇌가 이식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토록 발칙한 물음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책 한 권으로, 곧 영화 한 편으로 만들어진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 개봉을 앞두고 소설을 먼저 읽어본다. 재밌네. 소설 구조가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다니.
야근한 날 힐링하기에 가장 좋은 건 마제소바. 마제소바 매운 맛으로 먹다보면 기분이 슬슬 좋아진다.
/christine-elas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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