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Sign In
Venture Investor
투자자로서의 마음가짐 (1) - 조금 개인적인 커리어 회고
Catherine
👍
4
2024년을 맞이하면서 저는 6년차 금융인이 되었습니다. 수십년 업에 종사해온 기라성 같은 분들이 워낙 많이 계시기에 투자의 철학을 논하기에는 꼬꼬마지만 그래도 한번쯤 금융과 투자라는 업을 대하는 제 나름의 마음가짐과 철학을 정리해볼만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0. Buy-side Investor vs. Sell-side Analyst
어쩌다보니 짧게나마 바이사이드와 셀사이드를 모두 경험했습니다. 투자자로서의 애티튜드를 배우기에 교훈적인 경험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첫 2년은 소위 셀사이드(sell-side), 직접 투자를 하는 주체가 아닌, 투자를 하는 주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했습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상장주식 펀드매니저 및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상장기업분석 서비스(보고서 작성, 세미나 진행)를 하는 일을 했습니다. 애널리스트를 보조하는 연구원 역할을 주로 하다가, 스치듯이 직접 애널리스트라는 직업도 겪어봤습니다.
1. 좋아하는 일과 해야하는일
저는 솔직히 상장주식 투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상장 시장에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숫자가 정말 많은데, 무엇이 중요하고 중요하지 않은지 너무 몰랐기에 정보의 과부하로 인해 일이 굉장히 피로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건 산업과 기술 동향을 분석하고 컨텐츠를 생산하는 일이었는데, 사실 셀사이드의 본질은 시장 플레이어들을 설득하는 논리를 발굴해서 그들에게 뭔가를 파는(sell) 일이죠. 좋아하는 일과 해야하는 일이 많이 달랐기에 오래 버티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 제가 썼던 보고서들을 읽으면 굉장히 부끄럽습니다. 타겟이 되는 독자(투자자)가 읽고 싶을만한 내용이 아닌, 제가 흥미롭게 생각한 요소들을 위주로 적었거든요. 당시에는 무엇을 해야하는 지 잘 모르는 채로 절대적인 업무량에 치여서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심플하면서도 당연한 업의 본질을 되려 등한시했던 것 같습니다. 이조차도 물론 핑계지만 말입니다. 다음 글에서 후술하겠지만 모든 업의 본질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2. 시장은 곧 사람이다
금융시장에서 애널리스트의 역할은 다양한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서, 혹은 데이터를 통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누구보다 열심히 파악하는 소리통입니다. 나아가 독창적으로 그 흐름을 읽어서 향후 시장/가격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합니다.
호가창의 호가는 모두 시장 참여자 한명 한명입니다. 개인이든 기관이든, 사람, 알고리즘, 봇 무엇이든 간에 계좌의 호가를 넣는 주체는 존재합니다. 시장은 해당 상품을 매매하는 데에 관심을 조금이라도 가지는 사람들이 적정 가격과 향후 가격의 방향성에 대해 각기 다른 가설을 가지고, 호가창에서 치열하게 다투면서 형성됩니다.
시장은 다양한 사람들의 각기 다른 의견, 논리적인 투자 가설, 비이성적 직관, 그리고 욕망으로 이뤄진 유기체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분석적으로 접근해서 얻을 수 있는 통계적 발견보다,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할 때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혹은 저 자신에게도 와닿는 통찰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빅데이터 전문가가 아니라서 충분히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지도 못할 뿐더러, 사람들은 분석적인 이야기보다 마음에 와닿는 한줄의 설명에 더 쉽게 동합니다.
다음 글에서 후술하겠지만 금융의 꽃은 '설득'이라고 생각합니다.
3. 수익률을 책임지면서 비로소 배운 것들
그 다음 바이사이드(buy-side)로 이직해서 직접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을 했습니다. 초기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벤처캐피탈에서 심사역으로, 딜 소싱, 투자 의사결정/실무, 펀드 사후관리를 4년째 담당하고 있습니다.
성과-보상 시스템의 중요성
사실 리서치는 완전히 셀사이드라고 부르기에는 좀 애매한 포지션입니다. 국내에서는 리서치 서비스가 기관/개인 주식 중개 영업의 패키지처럼 제공되며 그 자체로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수익에 얼마나 기여하는 지에 대한 성과 지표가 다소 모호합니다. 그래서 더욱 무엇을 해야하는 지 혼란스러웠던 것 같기도 합니다.
바이사이드로 이직하면서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의 소재가 명확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투자 실무를 담당한 기업들은 대부분 제가 고유의 투자 가설을 가지고, 제가 직접 소싱해서 투자했으며, 투자에 대한 수익률이 오롯이 제 성과로 인식됩니다. 투자의 결과로는 회수 수익, 회수 기간과 기간 수익률이라는 명백한 성과 지표가 있습니다.
성과 지표가 명확하고, 보상 체계와 성과와 적절히 연동되며, 성과를 직원이 스스로 낼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면 손쉽게 동기부여가 됩니다. 성과-보상 측면에서 동기부여에 최상의 환경이 갖춰진 것은 사실이지만, 솔직히 직업적 생존을 위해 스스로의 수익률을 책임져야만 하는 상황이 더 큰 몫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어쨌든 그제서야 비로소 투자의 본질, 투자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융(finance)과 투자(investing)의 차이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은 원론적으로 세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
판매 수익: 제품/서비스의 생산/유통에 들어가는 유무형의 원가를 투자한 뒤, 이를 고객에게 판매하여 (판매가-원가)의 차익을 얻는 것
2.
자본 차익: 상품을 매수한 뒤, 상품의 가격이 올랐을 때 제3자에게 매도하여 차익을 얻는 것
3.
이자 수익: 원금을 투자한 뒤, 원금에 대한 이자 수익을 수취하는 것
흔히 투자를 생각할 때 자본 차익을 생각하는데, 실은 돈을 벌기 위한 모든 행위는 항상 자본 '투자'를 요구합니다. 물건을 떼다 팔든(판매 수익), 주식 투자를 하든(자본 차익), 채권을 구매하든(이자 수익) 말입니다. 광범위한 맥락에서 투자는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돈을 어떻게 써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수렴합니다.
반면에, 금융업은 '돈'을 다루는 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입니다. 자기 자본을 운용하여 투자 수익을 내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자본을 누군가에게 수수료를 지불한 뒤 위탁하여 운용하고, 자본을 운용하는 사업자는 거래를 중개하는 브로커 혹은 거래소에 수수료를 지불하며, 여러가지 정보 서비스들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금융은 투자라는 행위를 중심으로 하되 명확한 고객이 있는 서비스입니다.
투자(investing)는 철학적 질문이자 행위이고, 금융(finance)은 서비스업입니다. 투자자로서는 자기만의 철학(philosophy)을 가져야 하고, 금융인으로서는 고객 중심의 사고방식(mindset)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투자하는 금융인의 역할
제가 지금 다니는 회사는 외부 출자자(LP)를 통해 자금을 모아 펀드를 결성하여 이를 투자 재원으로 활용합니다. 펀드를 활용한 투자사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은 두 가지입니다.
1.
LP를 모아 펀드를 결성하여 운용 수수료를 수취함 → 기 출자 LP 및 향후 잠재 LP를 대상으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 (금융)
2.
펀드를 활용해 성공적으로 투자하여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에 대해서 자기 몫으로 가져감 → 성공적인 투자를 통해 높은 수익률 달성 (투자)
LP의 니즈는 복합적입니다. 수익률 높은게 최고이지만, 가령 법인이라면, 특정 분야에 투자하고 싶은데 본인들이 전문성이 없기에 전문성 있는 운용 기관을 찾는 등, 어쨌든 금융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이기에 어쨌든 본인들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구매하려고 합니다.
투자하는 금융인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어느정도 잘 해야 하지만, 투자를 최고로 잘하는 것이 생존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복합적인 LP들의 니즈를 잘 파악하여 좋은 투자 상품을 제시할 수 있다면 위의 1번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2번의 투자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투자를 어느정도 잘 하는 사람을 고용해서 해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금융인으로서의 커리어패스와 투자자로서의 마음가짐은 궤를 같이 하나, 분명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금융과 투자의 본질, 시장과 수익률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Subscribe to 'catherine-venturing'
Welcome to 'catherine-venturing'!
By subscribing to my site, you'll be the first to receive notifications and emails about the latest updates, including new posts.
Join SlashPage and subscribe to 'catherine-venturing'!
Subscribe
👍
4
Catherine
투자자로서의 마음가짐 (2) - 금융과 투자의 본질
금융과 투자를 대하는 제 나름의 마음가짐과 철학을 주절주절 몇 자 시리즈로 적고 있습니다. 업의 본질에 대해 고민 중인 생각의 단면을 공유해봅니다. 이전 시리즈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금융의 본질: 돈이라는 서비스 어떤 업이든 결국 본질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물건 장사에 대입해보자면, 내가 파는 상품을 고객이 사고 싶게 만들고, 사용한 고객은 만족하여 다시 구매하고 싶어하고, 주변의 잠재 고객에게 이 상품의 구매를 추천하게 만들면 최고입니다. 나의 고객은 누구인가? 제 업무에 대해서 수수료 혹은 투자차익 형태의 수익을 직접적으로 주는 고객은 펀드 출자자와 내가 투자한 회사의 주식을 사주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금융업, 그 중에서도 투자업은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통해서만 일이 진행됩니다. 그래서 내 고객이 누구인지 종종 헷갈리곤 합니다. 투자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거나, 투자와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투자의 대상이 되거나, 투자 검토 관련하여 조언을 주거나, 투자한 회사의 성장을 도와주는 사람/회사 등 직간접적으로 네트워크에 의존하며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합니다. 네트워크는 늘 신뢰에 기반합니다. 소속감 혹은 유대감에 기반한 네트워크일수록 강력하지만, 좁고, 폐쇄적입니다. 제도권에서 제대로 된 라이센스를 가지고 투자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그리 많지 않고, 애초에 채용 단계에서 학력, 집안 등 여러 필터를 거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신뢰 기반이 연결되는 좁은 사회인 것 같습니다. 신뢰는 개인적 연결고리(사적/업무적 경험에 의한 친분)와 더불어 간접적인 평판에 의해 형성됩니다. 협의와 광의의 고객 협의의 고객은 직접적으로 서비스(펀드 운용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주체인 LP(출자자)이지만, 광의의 고객은 이 서비스를 잘 제공할 수 있도록 협력/거래 관계에 있으면서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포함하는 것 같습니다. 금융업은 워낙 네트워크가 좁고 여러 방면의 도움을 다양한 사람들에게 받아야하다보니, 지금 심사역으로 일하던 친구가 회사를 창업할수도, 혹은 어떤 산업 전문가가 투자사로 이직한다거나, 투자한 회사의 누군가가 출자사로 이직한다거나... 사람 앞날은 모를 일입니다. 세상을 잘 살려면 두루두루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한데, 모두에게 적극적으로 잘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군가 나의 평판을 조회했을 때 결격 사유가 없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면 불쾌한 경험을 주지 않을 수 있고, 괜찮은 사람으로 평가받는 것 같습니다. 온종일 새로운 사람과 정보, 수많은 사람들의 연락에 둘러싸이다보면 이마저도 쉽지 않아서, 기본적인 예의를 모든 사람에게 갖추는 것 그 자체가 프로 의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고객에게 무엇을 파는 사람인가? 금융인은 돈을 파는 사람입니다. 약속된 조건으로 돈이 제공(입금)될 수 있도록 하며, 이 돈을 구매한 사람에게 적절한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고객의 정의는 직무별로 비슷하나, 고객에게 무엇을 파는지는 구체적인 직무에 따라 상이한 것 같습니다. 투자의 본질: 수익률 금융의 본질이 고객 만족 서비스업이라면, 투자의 본질은 수익률입니다. 투자자는 스스로를 수익률로 소개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투자 수익은 리스크에 대한 보상입니다. 투자자마다 추구하는 리스크-리턴 프로필은 다르지만 어쨌든 일정 리스크 수준을 가정한다면, 그 수준에서 최대한의 수익을 내는 것이 투자를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익률 공식 상장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어떤 자산군이든 투자 가설은 대충 이런 공식을 따르는 것 같습니다. 다만, 공식은 공식일 뿐, 스스로 얼마나 본질에 가까운 투자 가설을 세우는지는 온전히 개인 기량인 것 같습니다. (이 본질이 참 어렵습니다...) Why Now X Market Opportunity X Core Competency
👍
3
Catherine
2024 트렌드 톺아보기: Food(食) - 2
...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Trend 5. 대체 단백질 대체 육류, 대체 수산물, 대체 달걀 등 다양한 단백질원에 대한 대체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편의상 대체육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식물성 재료(plant-based) 등 대체 재료를 가공한 대체육: 지구인컴퍼니(언리미트)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보통 콩이나 버섯을 활용하여 식감, 질감, 물성을 고기와 유사하게 가공한 뒤, 조리 및 양념이 된 상태로 가열하기만 하면 섭취 가능하게 유통됩니다. 공장에서 세포를 배양한 배양육(lab-grown meat): 실제 육류(단백질원)의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경우와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싱가포르와 미국 두 군데의 국가에서 판매가 허가되고 있습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려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안정성 관련 검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왜 대체육 시장이 성장하는지를 생각해보면, 마케팅적으로는 제일 먼저 환경 이슈가 떠오릅니다. 탄단지 중 단백질이 생산하는 데에 가장 많은 에너지가 투입됩니다. 특히 축산업, 수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가축이 생산하는 메탄 가스, 비효율적인 사료 흡수로 인한 에너지 낭비, 수자원 고갈로 인한 해양 산성화 등)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서 육류 섭취가 줄어들면 좋겠지만, 인류는 생존을 위해 단백질원이 필요합니다. 사실 환경을 생각하면 식물도 문제입니다. 대표적으로 아보카도, 아몬드, 커피 같은 것이 있습니다. 환경 문제를 마케팅적으로 잘 풀어내면 매력 있는 대체 아이템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대체육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생산 단가입니다. 초기에는 비건, 환경론자 등 가치소비자들이 맛이 좀 덜하고, 가격이 비싸도 소비해줍니다. 물론 단백질 시장이 수백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이들의 열렬한 소비만 이끌어내는 브랜드를 만들어도 사업이 커질 수 있지만, 대중 소비자층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맛있고, 싸게 만들어야 합니다. (참 단순합니다) 치킨, 패티, 미트볼 등 재료 본연의 맛이 도드라지는 여러가지 가공대체육을 먹어봤을 때 여전히 저는 맛이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약간 질겅한 식감과 가려지지 않는 이질적인 냄새가 있거든요. 먹을만은 하지만 가격은 일반 고기보다 비싸고, 일반 고기가 여전히 더 맛있습니다. 식품공학상 현재의 맛 수준이 한계치인지, 혹은 R&D 투자에 따라 정률로 개선 가능한지 정말 궁금합니다. 대체육 자체의 맛이 두드러지는 B2C 시장을 타겟으로 하는 것보다, 저렴한 단가 + 물성 모사를 통해 맛이 많이 가려지는 가공 식재료 시장을 타겟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어묵(생선살), 크래미(게살), 베이킹(난백), 소스(분쇄육) 같은 것이 떠오르네요. 다만 이러한 가공식품 밸류체인은 매우 효율적이라서, 단가를 맞추는 난이도가 높습니다. 대표적으로 대체 난백/계란을 사업화한 사례로는 비건 디저트 브랜드 널담(조인앤조인), 메타텍스쳐 등이 있습니다. 키워드3. 간편화; 대충 먹자 Trend 6. 간편 소포장 / 밀키트 1인가구로서 식생활에서 느끼는 가장 큰 불편함은 신선 식품의 포장 단위입니다. 신선식품(과채류, 육류, 유제품류)은 여전히 최소 포장 단위가 커서 유통기한 안에 소비하기 어렵습니다. 사실상 콜드체인 배송 인프라가 거의 완벽하게 효율적으로 구축되어 콜드체인을 별 배송비 부담 없이 누릴 수 있게 되었으나 최소 판매 단위의 문제는 해결이 잘 안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 밀키트 시장입니다. 고기, 야채가 소분 포장되어서 양념과 같이 들어있습니다. 푸드 ODM이 이미 워낙 잘 갖춰져있어서 손쉽게 신제품을 기획할 수 있고, 셀럽 혹은 IP를 활용한 마케팅도 용이해서 연 20% 이상 고성장하고 있습니다. (간편) HMR/레토르트 > 밀키트 >>> 재료 사서 직접 요리 (건강) 간편함과 건강함은 정직하게 반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밀키트는 재료를 추가하거나 소스를 가감하는 등 DIY 커스텀이 가능한 절충안이라서 건강을 살릴 수 있는 요소가 많음에도, 건강보다는 유사 레토르트 식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실제로 소비자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 밀키트 시장규모가 국내 기준 5천억원 내외라고 합니다. 재료 소분 판매의 개념에서, 특정 재료를 가감해서 판매한다거나, 유기농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이 있다면 밀키트에 대한 인식 제고와 함께 건강식을 추구하는 소비자층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사실 그냥 제가 이런거 먹고 싶다는 뜻일수도..) Trend 7. 편의점 사랑 한국에 편의점이 얼마나 촘촘하게 많은지, 인구 1천명당 편의점이 1곳 있다고 합니다. 일본이 약 2천명당 1곳이라고 하니 일본보다 밀도가 두배 높습니다. 가맹점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신규 점포 출점을 지속해야 외형 성장이 크게 일어나는 특성상 점포 수를 늘려야하다보니, 점포는 소형화되고 동일 상권 내 자리싸움은 더욱 치열해집니다. 결국 점포당 매출을 늘릴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생활서비스와 제품군을 추가해야만 합니다.
Catherine
2024 트렌드 톺아보기: Food(食) - 1
미식과 요리, 다이어트를 사랑하는 투자자가 주관적으로 국내 식문화 트렌드를 톺아봅니다. 제 마음대로 끄적인 글이니 그러려니 해주세요. # 과학적 식이 밸런스 Trend 1. Dietary Science 요즘 다이어트씬의 최고 화두는 혈당입니다. 혈당은 같은 칼로리를 먹더라도 몸에서 지방으로 축적되는 시간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비침습형으로 간편하게 혈당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보니, 식단별 혈당 실험 같이 혈당을 주제로 한 컨텐츠들이 바이럴되고 있고, 이를 활용한 다이어트 프로그램도 출시되었습니다. https://glucofit.co.kr/ 새로운 데이터는 새로운 컨텐츠이자 시장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인바디를 좋아합니다. 인바디는 식단+운동을 통한 변화를 정량적인 결과물로 제시하여 일종의 보상으로 작용하며, 재미없는 식단과 운동을 지속할 동기를 부여합니다. 또한, 이 데이터를 활용하여 전문가 프로그램(=체형관리, PT)을 운영할 수 있게 하여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습니다. 유사한 흐름으로는 유전자 분석 기반 식단 추천도 있는데, 유전자 분석은 여러 번 할 이유는 없기에 일회성 마케팅 툴로 소모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다 객관적(혹은 객관적/과학적 '느낌'을 주는) 근거에 기반하여 자기 몸을 지속적으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운동과 식단을 수정하는(=소비습관을 바꾸는) 트렌드는 지속될 것 같습니다. 체성분 측정기, 혈당 측정기, and what's next? → 원리가 많이 복잡하지 않으면서, 과학적 근거가 있는 'XX 다이어트' 중 'XX'를 실시간 혹은 짧은 기간 단위로 개인이 측정할 수 있는 기기 Trend 2. Low sugar 알룰로스, 에리스리톨, 스테비아와 같은 대체 감미료의 시대입니다. 천연 재료 추출물들이라서 상대적으로 거부감도 덜하고, 단맛은 나는데 칼로리가 1/10 혹은 그 이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알룰로스를 가장 좋아합니다. 베이킹이나 요리에 있어서 올리고당이나 설탕과 조리 방법 및 섭취 용량이 동일하고, 에리스리톨 대비 씁쓸한 맛 같은 것이 가장 적습니다. 음료, 간식, 디저트, 소스류, HMR 등 대체당은 거의 모든 분야에 이미 적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마이노멀(알룰로스 제품 판매), 무화당(저당 식품/소스류 제조 판매), 라라스윗(저당 아이스크림), 스키니피그(저당 아이스크림) 등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대체당 인지도가 높다보니 대체당류 자체에 대한 트래픽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대체당 자체가 비싸지 않고 레시피 연구 난이도도 낮다보니, 선발 업체들의 검색량은 오히려 하향 추세입니다. 대기업 및 중견 식품업체에서 이미 레시피 연구 뿐만 아니라 시설 투자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가지는 유사 제품을 많이 출시한 슈퍼 레드오션입니다. 대체당은 앞으로 마케팅 포인트가 아니라, "100% 자연식" 웰니스를 추구하는 식품류가 아니고 원가 상승분을 감내할 수 있는 가격 범위 안에 있는 프리미엄 제품이라면 반드시 사용해야만 하는 재료가 될 것임 Trend 3. High protein & Low carbs 키토제닉, 저탄고지는 저당과도 밀접하게 연결되는 트렌드입니다. 탄수화물 재료들을 곤약과 같은 수분 많은 재료+응고제로 제형을 모방하여 대체하거나, 식감을 위해 치커리추출물과 같은 식이섬유로 대체하기도 하지만, 요즘은 지방과 단백질로 대체할 수 있는 식재료들이 사랑받고 있습니다. 밀가루 대신 아몬드가루를 활용한 키토 베이킹이 인기이고, 요거트에서 유청(주로 유당)을 분리한 그릭요거트 섭취가 늘어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릭요거트는 유행을 탄지 오래됐죠? 그릭데이, 베어그릭스 등 여러 브랜드들이 이 트렌드를 타고 성장했습니다. 꾸덕함을 조절하여 요거트처럼 먹거나, 크림치즈 대용 스프레드로도 먹을 수 있어서 활용도가 높습니다. 사실 그릭요거트는 칼로리가 높아서 다이어트에 적합하지 않지만, 건강한 느낌을 주는 마케팅이 다이어터들의 눈길을 끄는 성공 요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스프레드/드레싱 형태라던가, 제형을 다양하게 활용 가능한 트렌드를 아직 타지 않은 식재료는 무엇이 있을까? 단백질 첨가를 위해서는 분리유청단백질, 분리대두단백질 분말을 일반적으로 활용합니다. 순도가 높고 저렴하고, 물에 타면 우유와 비슷한 끈적한 제형이 구현되고, 비린 맛은 향료로 쉽게 잡을 수 있어서 단백질 쉐이크, 단백질바, 단백질 빵, 프로틴워터를 비롯한 단백질 첨가 제품에는 늘 들어갑니다. 그냥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는 예전에는 거의 닭가슴살을 찾았는데, 이제는 닭안심, 돼지안심 등 좀더 다양한 정육 제품을 찾고, 이에 특화된 온라인 정육점들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근육을 찌워야 하는 바디프로필이 유행하면서 단친자들을 위한 다양한 레시피가 만들어지고 손쉽게 공유되면서 소비 트렌드도 다변화되는 것 같습니다.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