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감
한 번도 경험한 일이 없는데도 언제 어디선가 이미 경험한 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 기시감은 조금 생소한 한자어고, 흔히 데자뷰(Déjà vu)라고 하죠. 최근에 여러 고민을 정돈하고 어떤 목표를 정했습니다. 저는 목표가 생기면 집착하고 몰입하는 집요한 사람입니다. 가치있는 목표라고 진정으로 믿게되면, 온종일 그 생각만 합니다. 밥을 먹든, 청소를 하든, 어딘가로 이동하든, 하루의 빈틈을 그 생각으로 꼭꼭 채워버린달까요. 정말 몰입하면 무아지경에 이른다고 합니다. 목표를 이룬 것만 같은 기시감을 느낍니다. 목표를 자꾸 생각하다보니, 목표하는 바에 도달한 양 상상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상상을 통해 추진력을 얻지만, 실은 과정을 모릅니다.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지, 이 모험에는 얼마나 많은 역경이 걸쳐있을 지 알 방법은 없지만, 짐작컨대 고생스러울 것 같습니다. 목표를 생생하게 그리지만 성공한 모습은 상상에 불과하고 사실 망망대해를 항해중인 장님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허공을 휘적거리며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끝없이 헤매는 것이 사실 이 여정의 본질입니다. 손에 아무것도 안 잡힐 때도 있고, 뭔가 잡았는데 생전 처음 느끼는 것이라 분간하지 못하기도 하고, 혹은 잡힐 듯하다가 놓쳐버리는 일도 비일비재할 겁니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을 때는 단서가 없으니 과감하게 움직여보기도 하고, 분간하지 못할 때는 육감을 믿어보고, 단서를 놓쳤을 때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고 다음을 기약하는 인내심을 가지는, 인생의 현명함을 배우는 여정이기를 바랍니다. 한편으로, 간절함은 감각을 둔하게 만들어서 이용당하기 쉬운 상태가 됩니다. 객관적 판단이 어려운 순간이 오기에 나를 진단해줄 지혜로운 주변인을 가까이에 두고, 가끔은 몰입에서 한발짝 물러나서 나를 돌이켜보는 여유도 필요합니다. 몰입과 여유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 또한 이 여정에서 배워야 할 현명함의 일부겠지요. 깊은 마음 속으로는 성공을 가장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삶의 지혜를 통해서만 얻어질 진정한 자유와 사랑을 향한 여정이라는 점에도 의미를 두려고 합니다. 성공과 자유, 사랑이 종착점에서 모두 만나면 좋으련만, 적어도 과정에서 지혜는 얻을 수 있겠지요. 간절한 만큼 바라는대로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